‘문 대통령 만들기’ 이해찬-박지원 연정시대 ‘흔들’

▲ 2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민생공약실천특별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한 박지원, 문재인, 이해찬 위원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최근 가족들에게 ‘대선 불출마 가능성’ 언급은 당장 민주당 당권.대권 지형에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5월 4일 원내대표 경선과 6월9일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대선 지도부 체제로 돌입한다. 문 고문은 5월23일 노무현 서거 3주기 전후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당권은 친노 좌장격인 이해찬 고문이 비노의 대표격인 박지원 최고가 원내대표 조합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김빠진 당내 경선’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문 고문의 불출마 시사는 이 조합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 고문이 드롭할 경우 김두관,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등 잠룡들의 ‘대망론’  역시 불가피하게 변화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 그리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차기 대권을 두고 3파전을 벌이던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의 ‘대권 불출마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민주당 당권.대권 지형도 요동칠 전망이다. 

한때 여론조사에서 문 고문은 박 전 위원장과 경합을 벌일 정도로 호감도가 높았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이해찬-박지원 조합이 흔들릴 공산이 높다. 친노 좌장과 DJ 좌장이 역할을 분담하면서 조합을 만들었지만 문재인 카드가 빠질 경우 당내에선 김두관 경남지사쪽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날 전망이다.

김 지사가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로 유력하게 떠오를 경우 김 지사가 지지하는 인사가 당권과 원내사령탑 자리를 가져갈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이해찬-박지원 조합’의 소식을 접하고 ‘설마..’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상 친노와 구민주계 당권.원내대표 조합과정에 배제됐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해찬-박지원vs김한길·우상호-유인태 재편
‘리틀 노무현’ 별칭을 갖고 있는 김 지사지만 그동안 이해찬-한명숙 등 친노 진영과 ‘거리두기’를 해왔다. 친노 인사이면서도 DJ 동교동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수도권 386 운동권 인사들과 교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당 텃밭인 호남 민심이 문재인 상임고문보다는 김두관 경남지사에게 더 호감을 갖고 있다는 점도 당권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김 지사가 ‘이해찬-박지원’ 조합에 대해 공식적으로 비토를 행세할 경우 원내대표 및 당 대표 경선의 향배는 안갯속으로 빠질 공산이 높다. 당장 그 열매는 당 대표 출마가 유력한 인사중 김한길-우상호 당선자가 떠오를 공산이 높고 원내 대표 역시 중진의 유인태 당선자가 탄력을 받을 공산이 높다.

이럴 경우 친노 직계와 비판적인 친노, 호남내 박지원계보와 반박지원계 그리고 영남 역시 부산과 경남으로 나뉘면서 혼전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캐스팅 보트’역할을 하고 있는 수도권 출신 젊은 486 당선자들이 어떤 쪽으로 표를 몰아주느냐에 따라 당권 구도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이인영 최고가 우상호 당선자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한길 당선자와 연대할 경우 그 파괴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문 고문의 ‘대권 불출마’ 선언은 당권뿐만 아니라 민주당내 잠룡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줄 공산이 높다.
잠룡으로 구분되는 손학규 고문과 정동영, 정세균 고문의 경우 존재감이 미비한 형편이다. 밖으로 안철수 원장이 자리를 잡고 있는 데다 안으로는 김두관 지사라는 다크호스에 낀 정국이다.

손 고문은 일단 유럽으로 정책 투어를 떠나 5월초 귀국하지만 대선에서 역전시킬 묘안이 없는 상황이다. 자신의 경제관을 집대성한 책도 내고 지방 투어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지지율이 두 자릿수인 문 고문의 ‘드롭’은 오히려 대선 후보로서 입지를 더 좁히게 만들 전망이다.

정동영.정세균 두 고문 역시 같은 처지다. 한 자릿수 지지율을 갖고 있는 데다 정동영 고문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 이후 ‘좌클릭’을 통해 진보적 민생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이번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대선 행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세균 고문의 경우 장관, 원내대표, 당대표 등을 역임했지만 뜨지 않는 지지율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당안팎에서 친노 세력으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하지만 김두관 카드에 밀리는 형국이다. 설상가상으로 양정의 경우 ‘호남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차기 대권에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주당에선 3인에 대해 ‘대권보다는 당권’으로 선회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특히 손 지사를 지목하면서 총선전 ‘진보통합당과 민주당’과 야권 통합에 전도사로 나선 만큼 이번에는 비노와 친노, 영남과 호남 등 분열된 당을 추스르고 대선에서는 ‘안철수와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하는 데 ‘가교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손측에선 ‘한번 더’를 외치며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문 고문의 불출마 시사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민주당의 당권과 대권을 둘러싸고 세력 재개편이 급속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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