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파 vs 非당권파, 불신과 갈등의 악순환 내홍 증폭

 

▲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이 부정선거로 드러난 가운데 3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공동대표단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부터 조준호, 심상정, 이정희, 유시민 공동대표.<일요서울|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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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고동석 기자] 통합진보당 3명의 공동대표가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 부정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기로 했다.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 전까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총체적 부정선거로 드러난 이번 파문의 수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은 정치적 지향점이 서로 다른 뜻이 다른 이념 집단들이 정략적으로 합당한 결과로 애초부터 불신과 갈등이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민주노동당 출신 당권파가 자기 사람들을 억지로 원내 진출시키려는 아집과 독선에서 비롯된 이번 부정선거 파문은 정당 투표 10%의 국민적 기대를 저버린 동시에 진보진영의 도덕적 기반을 통째로 부정하게 만든 최악의 사태를 초래했다.

당권파 이정희 공동대표와 비당권파인 유시민 공동대표(국민참여당 출신), 심상정 공동대표(새진보통합연대 출신)은 전달 부정선거 진상조사위원회의 결과 발표를 놓고 한 자리에서 모였지만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진상조사 결과 놓고 당권파-비당권파 시각차
 
이들 공동대표 모두 차례대로 자기 발언만 하기에 급급했다. 한결같이 통렬한 반성으로 깊이 사죄한다는 말들을 쏟아냈지만 서로를 경계하는 눈치보기 식 견해차는 여전했다.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이정희 공동대표는 진상조사위가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저도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어떤 경선 후보자들에게 어떤 부정의 결과가 담긴 표가 주어졌는지 백지상태로 전혀 알지 못한다고 의구심을 숨기지 못했다.
 
당권파인 이의엽 상임선거대책본부장도 MBC라디오에서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부풀려지거나 너무 비약이 심하거나 논란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반면 유시민 공동대표는 진상조사위를 구성할 때부터 조준호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기로 했고, 조사위는 지극히 독립적으로 조사를 수행했다저는 유권자와 시민들이 진상조사 결과를 신뢰하고 존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거듭 “2일 발표를 하게 된 건 이틀 전 대표단 워크숍에서 공동대표들이 합의한 것이라며 발표시점을 둘러싸고 혼선이 있었던 것처럼 보도됐는데 그것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당 내부적으로는 수습 방안을 놓고 비당권파가 비례대표 1,2,3번 당선자들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권파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분열하는 진보 그 끝은
?
 
이 대표가 집행책임자들의 맹성과 부정투표 관련자들의 통렬한 반성, 통합진보당의 재기를 위하여 가장 무거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이 어떤 식으로 구체될 것인지 비당권파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만큼 불신이 깊은 것이다.

그래서 당은 합당 5개월만에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이대로라면 차기 전대가 제대로 치러질지도 미지수다. 자칫 계파 갈등을 가라앉힐 특단의 수습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서로 다른 방향을 쳐다보면서 선거를 위해 몸집 부풀리기에 급급했던 진보정당은 그야말로 정치실험으로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다.

진보당을 두고 보수는 부패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당내 내홍의 근원에는 불신과 갈등이 악순환의 고리로 얽히고 연결돼 있다.

당 지도부의 총사퇴로 비상대책위가 들어서고 당권파가 사퇴의 심각성을 인지해 일부 비례대표를 사퇴시키는 쪽으로 비당권파와 타협점을 찾으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당내 계파간 타협으로는 등 돌린 국민여론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비당권파 내에서는 부정선거를 바로잡기 위해선 경선으로 선출된 비례대표 후보들을 모두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당 출신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사견이라고 밝힌 뒤 선순위자는 안되고 후순위자는 괜찮다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경선에 참여한 비례대표 후보자 전원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공동대표단 회의에서 대표단의 도의적 책임은 당연한 일이라고 전제하며 문제는 그것이 문제를 봉합하는 수준이거나, 쇄신의 의지를 축소하는 것이 되면 안된다고 전면적인 수습과 쇄신을 요구했다.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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