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 ‘빨간불’... 이념적 구도 통해 안철수 ‘견제’

▲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좌)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우)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통합진보당이 4.11총선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태와 관련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것은 물론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공방으로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통합진보당 때리기’는 그 수위를 높여가며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새누리당은 특히 통합진보당과 함께 야권연대의 파트너인 민주통합당에까지 압박을 가하며 양측을 싸잡아 비판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전전긍긍... ‘어떡하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태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야권연대의 한 축인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의 파행을 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끙끙 앓고 있고, 새누리당은 대선을 앞두고 ‘호기’라도 잡은 듯 연일 이에 대해 논평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 사태로 곤란한 입장에 놓여있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사안임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야권연대의 주요 파트너를 궁지로 내몰 수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다. 그렇다고 옹호할 수도, 마냥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처지다.

대선을 앞두고 야권통합이 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은 부정선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견지하면서도 일단 통합진보당에게 자정의 기회를 주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태도 역시 새누리당의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여당에 맞서 대여공세를 가해야할 중요한 시기에 이 같은 사태가 터지면서 민주통합당은 정치적 셈법에 들어갔다. 현재는 통합진보당과 손을 맞잡을 경우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엄청나게 곤혹스럽고 이렇게 할 수도 저렇게 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지만 통합진보당, 정치권 전체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이 따가울 정도로 매섭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야권연대 무용론에 대해서는 “여러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지만,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단일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우리의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또 [일요서울 창간 18주년 특별인터뷰]에서도 “매우 안타깝고 난감하다”며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모든 것이 잘 해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야권연대의 한 축이지만 그래도 다른 당의 일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다만, 모든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국민의 시각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새누리당의 경우 이번 사태를 이념적 구도로 정착시키려 하고 있다”며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통합당은 하루 빨리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 역시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이번 사태가 야권연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를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 ‘민주당도 불신의 대상?’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가 진보진영 전체의 문제라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양당이 4·11총선에서 연대한 만큼 민주통합당 역시 불신의 대상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이 야권진영으로 옮겨갈 수 있는 상황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비아냥도 들리고 있지만,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들의 안하무인격 태도에 국민적 공분이 커가면서 이 같은 인식은 묻히고 있다.

새누리당은 연일 이번 사태에 대한 논평을 내고 “후안무치의 행동” “북한에서나 볼 수 있는 반민주적 행태”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진상조사위 결과에 불복하며 ‘버티기’를 하고 있는 당권파에 “뻔뻔하다”며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 동시에 다른 한 편으로는 이번 사태에 대한 검찰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통합당을 향해 진보정당과 계속해서 연대를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는 한편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손잡을 때는 한 몸처럼 알뜰히 살피다가 문제가 불거지니까 애매모호한 태도로 비켜서 있으려는 것은 책임 있는 제1야당의 모습이 아니다”고 질타했다.

이어 “통합진보당의 연이은 헛발질에 뒷짐 지고 서 있는 태도는 무책임하게 비칠 뿐”이라며 “통합진보당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가르쳐 줄 건 가르쳐 주고 시정시킬 건 시정시켜야 한다”고 민주통합당의 태도를 꼬집었다.

새누리당이 통합진보당과 함께 민주통합당을 싸잡아 비판하는 데에는 몇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민주통합당이 부정세력(통합진보당)과 연대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물론 부정의 이미지가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진보진영 전체로 옮겨가도록 함으로써 대선을 앞두고 국민적 비판여론을 형성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야당의 정책연대 및 입법 활동은 발목이 잡혔고, 야권의 전투력이 분산되면서 ‘1:1’ 싸움이 ‘1:多’의 싸움이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또한 중도층이 외면할 경우 이들로부터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민주통합당 합류도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념적 프레임이 굳어질수록 이념과는 거리가 먼 안 원장의 설 자리는 좁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밖에도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의 한 축을 종북 좌파집단으로 유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진보정당 죽이기를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이번 사태가 북한의 지령내지는 북한과 연계된 사안일 수 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적극적인 색깔론을 펴고 있다.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이에 대해 “통합진보당이 갖고 있는 대북관련 인식을 민주통합당에까지 심어줌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부정적 이미지를 갖도록 하고 이를 통해 대선국면에서 야당에 대한 불신과 중도층의 지지를 막고자 함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지지율, ‘도로 민노당’으로

통합진보당은 4·11총선에서 모두 13명(지역구 7명, 비례의원 6명)의 당선자를 배출, 사상 최대의 의석수를 차지함으로써 진보의 부활을 꾀했지만 이번 사태로 당 지지율은 급락하고,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공방 가열로 당 내부에서는 분당의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 함께 야권연대의 주체로써 정치력을 발휘했지만 현재로선 이도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당별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밝혔다. 그는 통합진보당의 지지율 하락을 지적하며 “추세대로라면 통합진보당 지지율이 ‘도로 민노당’ 지지율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통합진보당은 8.4%로 이전 조사보다 0.6%p 상승한 지지율을 얻었지만 부정경선 파문이 일면서 지지율은 연일 떨어졌고, 지난 2일에는 6.8%로 하락했다.
당 안팎에서는 통합정당 출범 전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4.8%에 그쳤던 점을 떠올리며 ‘도로 민노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이택수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교섭단체 구성엔 실패했지만 원내 제3당이 되면서 상승했던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이 이번 사태로 다시금 하락하고 있다”며 “유권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각고의 노력이 없을 경우 ‘도로 민노당’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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