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잠룡 ‘회동설’, ‘연대설’에 안철수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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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단단히 화가났다. 2012년 대선이 임박해지면서 발걸음이 분주한 잠룡들이 ‘안철수 회동설’, ‘연대설’을 퍼트리면서 매번 해명하는 데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여권 잠룡으로 구분되는 정운찬 전 총리와 오찬을 함께했다는 소문이 여의도에 그럴듯하게 퍼지면서 안 원장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급기야 김황식 총리와 ‘골프 회동설’까지 불거지자 안 원장은 ‘더 이상 자가발전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측근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전모를 알아봤다.

2012년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정치권에선 안철수 원장을 둘러싼 각종 소문이 ‘카더라식’으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안 원장이 제 3지대에 머물고 있는 데다 높은 대선 후보 지지율 그리고 여야를 불문하는 정치적 성향으로 인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2040세대’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 그리고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여준 경쟁자이자 우군이었던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이 겹치면서 지지율이 낮은 잠룡군들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다.

최근 안 원장관련 여의도에서는 ‘지난 4월 29일 정운찬 전 총리와 비밀리에 만나 오찬을 함께 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그 내용도 ‘차기 대권을 둘러싼 연대를 모색했다’, ‘정운찬 전 총리를 지원할 예정이다’, ‘친이계 대권 후보들과 함께 할 수도 있다’는 말이 오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4·29회동, 安.鄭, “사실 무근이다” 밝혀
특히 이번 회동이 4월 중순 한 일간지의 ‘안철수 총선 직전 정운찬 전 총리와 비밀회동 추진’ 기사와 맞물려 신빙성을 더했다. 이 보도에선 정 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통해 “안원장측이 먼저 대선을 포함한 정국 현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기위해 만나자고 제안했다”, “양쪽 측근들이 실무 조율을 위한 사전 협의를 가졌다”, “하지만 안 원장 측이 일정을 연기했다”는 게 핵심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일요서울]이 안 원장측과 정운찬 전 총리에게 확인한 결과 모두 사실무근이었다. 안 원장측은 5월 3일 본지와 통화에서 한 일간지 보도관련 “우리가 먼저 연락이 간적이 없고 정 전 총리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며 “만남을 갖자고 해서 안 원장이 정중하게 거부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인사는 “4월 29일 오찬 회동도 사실이 아니고 만나지 않았다”고 확인을 해줬다. 이에 ‘안 원장에게 직접 확인하고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게 봐도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요서울]은 이날 정운찬 전 총리에게 ‘오찬 회동’관련 사실 확인을 위해 서너차례 연락을 취했다. 어렵게 통화가 이뤄진 정 전 총리는 “4월 29일 오찬을 하지 않은 게 맞다”면서 “개인적으로 만남을 가진 적은 한 번도 없고 서울대 졸업식 등 공개된 자리에서 얼굴 본 게 전부”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왜 안철수 원장과 회동설이 나온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정 전 총리는 “사실 언론 보도가 틀린 게 많다”면서 “호기심 차원에서 오버하는 기사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문’인 ‘안 원장이 오는 6월 9일 이명박 정권의 김황식 총리와 골프 회동을 갖기로 실무진끼리 약속을 잡았다’는 것에 대해 안 원장측은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원장측은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안 원장이 골프를 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말이 안된다”며 “안 원장측 누구라고 해야지 확인이 되지 그렇지 않으면 확인해 주는 데 한계가 있다”고 ‘카더라식’ 소문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 인사는 “한쪽은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자가발전하고 안 원장은 매번 ‘사실무근’이라고 앵무새처럼 말하고 이제 이런 소모전은 (안 원장) 그만해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솔직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동안 안 원장은 ‘정운찬 전 총리와 연대설’뿐만 아니라 김문수 경기도지사로부터도 ‘안철수 원장으로부터 연대 제의를 받았다’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심지어 4·11총선 당시 호남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 그리고 대구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김부겸 후보하고 총선전 만나자고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안 원장측은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안 원장에 대한 여권 잠룡들뿐만 아니라 야권 인사들로부터 ‘구애’를 받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여러 가지 요인을 들고 있다. 한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는 우선적으로 안 원장이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평소 언행을 들고 있다.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적 성향에다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정치적 신인으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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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박원순 모델’ 역시 한 원인으로 들었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안 원장이 출마를 접고 양보해 ‘지지율이 낮은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사례가 대권에서도 ‘제3자 지지’로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여야 잠룡들로부터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는 것은 ‘박근혜 대세론’이 한몫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민주당의 경우 문재인·김두관·손학규 등 박근혜 대항마가 존재하고 여기에 안철수 원장까지 가세할 경우에 정권 탈환이 가능하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반면 여권의 경우 ‘박근혜 대세론’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친이계로 김문수·정몽준·이재오·정운찬·임태희 카드는 ‘반박근혜 전선’을 구축하더라도 대통령 경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친이계 잠룡군이 더 ‘안철수 카드’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친이계로부터 ‘안철수 영입론’이 나오고 자가 발전식으로 당사자보다는 측근들이 ‘회동설’, ‘연대설’을 흘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래저래 안 원장으로선 여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것은 향후 대선 행보에 보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불리할 거는 없다. 그로선 ‘제3지대’에 머물던지 야권진영과 ‘정몽준-노무현’식 단일화를 선택하던지 아니면 ‘문국현식 독자 출마’, 친이계 후보로서 박근혜 위원장과 맞대결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은 2007년 대선에서 고건 전 총리처럼 ‘좌고우면’하다 정치권과 국민들로부터 버림당하고 ‘킹메이커’나 ‘킹’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사그러드는 경우다. 안 원장의 대권 수업은 ‘출마선언’을 하기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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