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 세계금융시장 요동…국내증시 직격탄

▲ <사진출처=뉴시스/AP>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그리스가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뱅크런 조짐을 보이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독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이 유럽의 경쟁성장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지만 유로존 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16(현지시간) 그리스 연정실패가 알려진 지난 14일 하루에만 7억 유로(1조 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이후 15일까지 이틀간 인출된 예금규모는 12억 유로(17700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자본 확충 부족으로 채무 상환 능력이 없는 일부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게오르기오스 프로보풀로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시장이) 패닉으로 갈 수 있는 엄청난 두려움에 둘러싸여있다면서 현재 은행권 자금력은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뱅크런 조짐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예금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그리스에서는 재정위기가 발생한 이후 금융권 수탁고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으며 예금자들은 예금을 인출해 해외로 송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리스 국민이 유로존 탈퇴와 옛 통화인 '드라크라'로의 복귀가 임박했다고 느낀다면 언제라도 '뱅크런'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스 연정실패구제금융 합의안 재협상 논란

그리스는 지난 6일 총선결과 집권정당들이 몰락하고 좌파정당들이 급부상하면서 구제금융 합의안 이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특히 그리스 주요정당들이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고 다음달 172차 총선을 실시키로 하면서 그리스 사태는 악화되고 있다.

여론조사결과 2차 총선에서 제2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제1당으로 부상해 집권당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사실상 구제금융 합의안을 폐기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리스 티폴트 사태와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하지 않고 긴축 협약만 거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혀 합의안 재협상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합의안 이행을 촉구하며 그리스를 압박하고 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그리스와 유로존의 다른 회원국 16개국이 약속한 일을 바꿀 방법이 없다면서 구제금융 약정서는 유로존 회원국 정부 수반의 서명을 거쳐 각국 의회에서 비준된 것이라고 밝혀 구제금융 조건에 대한 재협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합의 사항 준수는 그리스뿐만 아니라 유로존 전체의 신용에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메시지는 그리스와 스페인을 비롯한 유로존이 당면한 상황의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바호주 위원장은 우리는 그리스가 유로존과 EU의 일원으로 남기를 원하지만 유로존 잔류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는 그리스 국민이라며 합의안 준수를 촉구했다.

, 성장주의 올랑드 대통령 취임유로존 해법 난항

이런 가운데 독일과 함께 강력한 긴축정책을 추진하던 프랑스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신재정협약을 놓고 갈등을 예고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 15일 취임식 직후 독일에서 메르켈 총리와 만나 정상회담을 열고 그리스 사태를 논의 했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야 한다는 데 동의했지만 유로존 해법에 관해 의견 차이를 확인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긴축 위주인 신재정협약을 고치고 유로본드를 발행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메르켈 총리는 이미 합의가 끝난 협약에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은 오는 23일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본격적인 힘겨루기를 벌일 것으로 보여 유로존 해법를 놓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세계 금융시장 요동

이처럼 유로존 위기가 재점화 되면서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어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WSJ에 따르면 그렉시트(Grexit, 그리스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되면 정확한 계산은 불가능하지만 금융회사 이익단체인 국제금융연합회(IIF)의 말을 인용해 대략 1조 유로(1480조 원)의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CNN머니도 그리스, 2012년 리먼브라더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리먼이 파산하자 미국 최대의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이 문을 닫은 것처럼 유로존 주요국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리스가 국가부도 상황에 처하고 유로존을 탈퇴하면 차기 뇌관으로 불리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 경제자문기관 손시온의 로버트 샤피로 회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피 여파가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퍼져 채권시장이 붕괴하는 것이라며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유럽이 구제금융을 지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자본재확충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그리스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쳐 그리스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30%(15일 기준)를 돌파했다.

또 스페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6.51%,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금리는 6%를 기록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주식시장도 요동쳐 다우지수는 164일 연속하락하면서 12500선으로 떨어졌고 그리스 ASE 종합지수는 1.3%떨어져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리스 사태, 국내증시 직격탄금융위기 전염 속도 빨라

그리스 사태가 확산되자 정부와 한국은행은 17일 오전 긴금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유로존 위기와 관련해 대외여건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 이상 현재의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해 우리 경제의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이 양호하고 실물경제도 이상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만큼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은행은 주식·채권·외환시정에서의 자금유출입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점검하고, 엄격한 기준의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지속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차입금 만기일정 등을 감안해 충분한 수준의 외화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고 필요할 경우 시장안정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밖에 정부는 유럽사태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경기회복 흐름이 위축되지 않도록 투자·일자리 등을 중심으로 미세 조종 노력을 강화키로 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최근 그리스를 중심으로 유럽재정위기가 재부각되면서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일었으나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양호하다면서 우리 경제가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국내주식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넉달 만에 1900p선이 무너졌고 16일에는 코스피시장에서 5000억 원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러한 추세는 유로존 리스크가 완화되기 이전까지 매도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1800p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당분간 금융시장의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금융 불안은 시차를 두고 실물 경제로 이어진다세계 경제가 둔화되면 우리경제를 이끌어온 수출이 위축되고 내수까지 영향을 받아 경제가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 소장은 그리스 사태는 정치적으로 해결책을 찾아 갈 것이지만 그러기 전에 이미 국제 금융시장이나 한국증시, 환율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금융은 위기의 전염 속도가 빠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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