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대사 금오산 ‘이왕설’(二王說) 재차 주목

▲ <정대웅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지난 4·11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 함께 ‘야권 단일화’ 상대였던 통합진보당의 내분 사태로 진보 진영이 ‘죽’을 쑤고 있다. 그 동안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는 인사가 바로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총선에서 152석을 가져가면서 ‘선거의 여왕’으로서 명성을 톡톡히 발휘한 박 전 위원장은 이제 대권을 거머쥘 일만 남은 상황. 이미 당내에서 ‘박근혜에 대적할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대세론은 견고해졌다. 사실상 ‘낮엔 이명박 대통령 밤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 생가가 있는 금오산이 친박 지지자들과 풍수지리학자들 사이에 재차 주목받고 있다. ‘두 명의 대통령이 난다’는 ‘금오산 이왕설’(二王說)이 현실화될 공산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친박 이한구 원내 대표-황우여 당 대표로 박근혜 섭정 체제로 확실하게 바뀌었다. ‘친이 친박 계파는 없다’는 박근혜 전 대표의 주장이 현실화된 셈이다. 박 전 대표는 ‘민생탐방’등 사실상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서 행보를 보이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선이 있는 올해에 금오산과 박정희 대통령 생가가 재차 국민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금오산 남동쪽 기슭에 위치한 박 대통령 생가 주변은 한해에 50여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인근 주민들은 벌써부터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또 배출된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있다.

하지만 풍수지리학자들의 입장은 주민들과 엇갈리고 있다. 이미 2007년에 한 풍수지리학자가 구미 금오산을 지나다 박 의원 조상 묘터 바위가 잘려나간 사실을 알고 복원을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은 이를 무시했다. 오히려 박 전 위원장은 참모들에게 ‘걱정마라 내가 이긴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2007년 어느 풍수지리학자의 ‘한탄’
당시 문제를 제기한 풍수가는 그 바위가 봉황의 벼슬인데 누군가 의도적으로 잘랐다고 주장했다. 거액의 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복구 비용 300만 원이면 되는데” 하며 답답해 하던 그는 “결국 이명박 후보에게 질 것”이라고 했다. 결국 박 전 대표는 아깝게 이명박 후보에게 경선에서 패했고 승리한 이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런 경험을 갖고 있는 친박 인사들은 5년 후인 지금 풍수지리에 대한 대응이 남다를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박정희 생가와 ‘금오산 이왕설(二王說)’이 재차 주목받는 배경이다.

박정희의 생가 터는 ‘오수작탈형’(烏首鵲奪刑, 까마귀가 까치집을 빼앗아 앉아 있는 형국)이라는 풍수 이야기로 유명하다. 까마귀는 원래 집을 짓지 않고 까치가 집을 지어 놓으면 빼앗아 산다고 전해진다. 박정희가 5·16쿠데타를 일으킨 것은 까마귀가 까치집을 빼앗듯이 결국 남이 이루어 놓은 정권을 빼앗은 것이며, 이는 박정희의 생가 터가 ‘오수작탈형’이기 때문이라는 게 풍수지리학계의 해석이다.

또한 금오산 역시 풍수지리학적으로 명성 있는 산이다. 금오산은 경상북도 구미시 남통동과 칠곡군 북삼읍, 김천시 남면에 걸쳐 있는 도립공원으로 옛날 이곳을 지나던 아도(阿道)가 저녁노을 속으로 황금빛 까마귀가 나는 모습을 보고 금오산(金烏山)이라 이름이 지어졌고 태양의 정기를 받은 명산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상의 높이가 976m인 현월봉을 중심으로 약사봉, 보봉, 서봉 등이 위치해 있다.

조선 도읍을 정한 무학대사는 이 금오산을 지나다 ‘임금을 낳을 기운이 서려 있구나’라고 평한 것도 유명하다. ‘금오산 이왕설’은 ‘임금이 두명 난다’는 설로 이미 한명은 박정희 대통령을 지칭하고 있다.또 다른 한명은 박근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게 마을 주민들과 친박 인사들의 사고다.

하지만 풍수지리학에선 ‘2%가 부족하다’는 평이다. 풍수지리학에 정통한 한 인사는 “최근 박정희 대통령 생가 앞에 도로가 확장되면서 왕의 기운을 죽이고 있다”고 평하면서 “대나무나 소나무를 빽빽하게 심어 도로의 기운을 죽여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경북 구미의 한 주민 역시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생’을 기대하는 주민들이 적잖다”며 “그중에선 생가 앞에 탁 트인 전망을 가로막는 구 아파트 를 이전시켜야 한다는 마을 주민들의 의견도 다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또한 금오산내 철탑과 미군기지 역시 풍수지리학적으로 ‘이왕설’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오산에는 1977년부터 1996년까지 한전과 방송사, 이동통신사 등 철탑 4기가 설치됐다. 특히 이 철탑들이 와불상의 정수리 부분에 꽂혀 있어 금오산의 정기를 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두 명의 임금이 나야 하는데 한 명밖에 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재차 주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금오산 이왕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또한 미군 기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이미 2006년부터 미군기지 반환운동 서명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한미 소파협정에 걸려 지지부진하다 최근 일부만 반환돼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경북 구미시는 12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작년말부터 미군 건물 3동과 철조망 등을 철거하고 주변 정비작업을 걸쳐 시민들에게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금오산은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인물이 넘쳐나는 형세로 인해 수난을 겪었다고 적고 있다. 내용인 즉, “임진년에 명나라 군사가 이곳을 지나갈 때 명나라 술사가 인재가 많은 것을 꺼려서 군사를 시켜 고을 뒤 산맥을 끊고 숯불을 피워서 뜸질하게 하였고, 큰 쇠못을 박아 금오산의 정기를 끊어 이후로 인재가 나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올해 대선과 함께 ‘박근혜 대망론’이 지속되면서 박정희 생가와 금오산이 시민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친박 진영에선 ‘설(說)은 설(說)일뿐이고 풍수는 풍수일뿐’이라면서도 내심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과거 2007년 어느 무명의 풍수지리학자의 주장을 ‘흘려들었던 경험’이 2012년에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불안감’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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