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하복’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검찰에 돌발 서건이 벌어졌다. 검찰직원이 검사장을 고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고소 당사자인 이모씨는 지금도 현직에 근무하고 있는 상태여서 그 배경에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씨는 지난 8일 <일요서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검찰 조직도 이제는 변할 때가 됐다. ‘상명하복’을 강조하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이같은 의지를 검찰 안팎에 보여주기 위해 고소장을 제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건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씨는 대전시의 한 카페에서 술을 마시다 난동을 피웠다. 이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까지 행패를 부리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로 인해 이씨는 고검 감찰과에서 자체 조사를 받았다. 이로부터 두 달여 후인 지난 4일 이씨는 소속 검사장을 직권남용 등의 이유로 고소했다. 감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게 고소 이유다. 이틀 후인 6일 이씨는 대전지검 집행과에서 대전지검 서산지청 수사과로 전보발령 조치됐다. 이 때문에 보복성 인사가 아니냐는이와 관련해 검찰측은 “부당한 대우는 없었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이씨는 이미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로 징계절차가 진행 중이었다”면서 “감찰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가 있었다거나, 인사권을 악용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씨는 고소장 제출 이후 소송을 취하할 것을 종용하는 압력을 적지 않게 받았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검찰의 고질적인 병폐까지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그는 “일반 직원에게는 검사를 보좌해 부족한 증거능력을 확보하는 것 외에 견제 임무도 주어져 있다”면서 “그러나 제도적인 장치가 없어 이같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내용.

- 최근 서산지청으로 발령이 났는데. ▲ 검사장께서 깊이 배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불만은 없다.(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씨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듯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씨는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할 당시인 지난 4일까지만 해도 “검찰이 비판세력에 대한 통제를 위해 자신들이 가진 인사권과 징계권을 자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그렇다면 검사장은 왜 고소했나. ▲ 감찰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많이 받았다. 나도 오랫동안 수사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아니라고 본다.

- 어떤 부분이 문제인가. ‘상명하복’이 엄존하는 검찰에서 이례적이다.▲ 무조건 ‘상명하복’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위쪽의 압력 때문에 나의 의견이 조사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나는 이같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 것 뿐이다. 일반직은 검사의 증거능력을 보충하는 역할도 있지만, 검사의 잘못된 부분을 보완하는 임무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직인 내가 바른 의견을 제기해야 되지 않겠는가.

- 고소장 제출 후 기자회견문을 배포했는데. ▲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 다른 방법은 없었나. ▲ 검찰에서는 현실적으로 직장협의회와 같은 단체 구성이 불가능하다. 이 부분은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주었으면 한다. 내부적으로 내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고소 후 압력은 없었나. ▲ 왜 없었겠나. 신분이 신분이다 보니 압력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문제가 특정 기관의 분쟁 차원에서 외부에 비쳐지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변화의 바람을 타는 것이다. 나는 검찰 조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 ▲ 지금 얘기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 문제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법에서 처리할 문제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말하기 곤란하다.

- 자신의 문제를 덮기 위한 ‘물타기’라는 지적도 있다. ▲ 그렇지 않다. 더 이상은 말하기 곤란하다.

# 대전지검측 입장 - “고소철회 압력 없었다”

이씨가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한 지난 4일. 이씨는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을 기습 방문해 “검찰이 비판세력 통제를 위해 인사권이나 징계권을 자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대전지검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이씨는 술집에서 난동을 부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였다”면서 “고검 감찰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서산지청으로 발령난데 대해 그는 “이씨는 현재 자체적으로 징계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이에 따른 절차를 진행한 것뿐이다”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고소 이후 검사장, 사무국장 등으로부터 고소철회를 요구했다는 주장도 말이 안된다”면서 “상급자 입장에서 자중해줄 것을 권고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