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해야 살아 남는다”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사활을 건 전쟁에 돌입했다. 문 의장은 당 안팎에서 부는 조기전당대회 압력과 대권주자 복귀론, 박 대표는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에 밀릴 수 있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패배한 쪽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정치생명을 내걸고 격돌한 두 사람, 나중에 웃는 자는 누가 될까?

박 대표 올인, 문 의장 개입자제

지난 4월 펼쳐진 문 의장과의 첫 번째 격돌에서 박 대표가 완승을 거뒀다. 4대 입법안, 수도이전 문제, 당 혁신안 등 반박그룹의 집중포화를 받고 위기에 몰렸던 박 대표는 재보선 완승을 통해 자신의 지도력을 둘러싼 잡음을 일거에 불식시키고 오히려 당 장악력을 높이는 커다란 성과를 얻었다. 반면 문 의장은 전당대회를 통해 고무된 분위기를 재보선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채 패배의 쓴 맛을 봤다. 1차전 패배로 문 의장은 지도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의장직에 당선된 뒤 대권주자들이 없는 가운데 자신의 대중적 지도력을 시험받는 무대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해 참패했다. 문 의장은 이후 염동연 의원의 중앙상임위원직 사퇴, 당정 조율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는 등 계속된 위기를 맞고 있다. 패배의 여진이 지금까지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문 의장은 이번 선거에 올인하는 모습은 아니다.

중앙당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 집권 여당에 대한 낮은 지지율등 현실적으로 재선거 승산이 그리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30 재보선 참패에 이어 이번 10·26 재선거에서도 참패할 경우 지도부 교체론을 비롯한 조기전당대회 주장이 당내에서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중앙당 차원의 올인 전략은 오히려 문 의장 자신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열린우리당의 핵심당직자는 “이번 재선거에서도 우리가 승리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며 “모든 당력을 집중시켰다 패배하면 그만큼 충격파도 크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또 “문 의장이 당 의장 취임 6개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자진사퇴는 없고 남은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정면대응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당내 기류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대구 동을에 출마한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의 경우는 당 지도부에 공개적으로 ‘중앙당 개입’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칫 이번 재선거가 참여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든가 이른바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의 대리전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하는 차원인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반해 박 대표는 재보선을 통해 다시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대권 경쟁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과 함께 큰폭으로 지지도가 오르면서 그 동안 줄곧 이 시장에 앞서나가던 박 대표가 밀리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박 대표 진영에서는 상당한 위기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재선거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반박그룹의 대대적인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당 안팎의 분위기도 박 대표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실제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박 대표측이 이 시장을 견제하지 안을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며 “지금의 이 시장 분위기라면 박 대표를 추월하는 것은 물론 1위를 달리고 있는 고건 전 총리도 추월할 기세로 당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이번 선거에서 만일 박 대표가 실패할 경우 그 패배의 상처는 돌이킬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질 수도 있어 친박그룹이 재보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표 입장에선 반전의 카드가 필요한 셈. 그래서 이번 재보선에 총동원령을 내리며 자신이 앞장서 선거를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특히 당 안팎의 비난을 감수하고 대구지역에 대표 비서실장인 유승민 카드를 꺼내든 것은 그녀의 비장한 각오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예측불허의 상황, 막판까지

이번 재보선이 실시되는 대구 동구을, 울산 북구,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갑, 경기도 광주시 등 4곳으로 한나라당은 전 지역에서의 승리를, 열린우리당은 한 곳이라도 건지겠다는 목표로 선거전에 임하고 있다. 일단 현재 분위기는 열린우리당보다는 한나라당이 다소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공천후유증을 겪고 있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도 크다. 특히 탄핵파동의 주역이었던 홍사덕 전 의원이 공천을 신청한 경기도 광주시의 경우 한나라당의 자체분열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 현지 여론조사 결과 공천 경쟁자들에 비해 지지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홍 전의원이 정진섭 경기지사 특보가 공천이 확정되자 이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이 지역의 전 주인으로 상당한 고정표를 갖고 있는 박혁규 전 의원이 별도로 후보자를 내 지원할 것이란 소문도 있다. 홍 전의원과 정 후보의 분열로 여권은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

여권의 핵심당직자는 “지난 성남 중원 재선거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표 나눠먹기로 한나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승리했다”며 “홍 전의원과 정 후보는 한나라당 성향의 표를 나눠 가질 것으로 보여 이종상 후보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부천 원미 갑은 이상수 전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한나라당은 임해규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대항마로 나섰다. 여론조사상 임 위원장이 이 전의원에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나라당이 승리를 점치는 지역이다. 대구 동구 을은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지역이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 특보에 맞서 한나라당이 박 대표의 최측근인 유승민 비서실장(비례대표)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 두 사람의 ‘맞대결’은 ‘노무현―박근혜’ 대리전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텃밭인 이 지역에 유 실장이 나설 경우 어렵지 않게 승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당이 대구·경북(TK) 교두보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고, 대구에서만 4차례 내리 낙선한 이 전 수석 동정여론도 만만치 않아 박빙의 승부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변수는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던 유 실장이 공천자로 확정되면서 공천신청을 냈던 탈락자의 반발이다.

또 주성영 의원의 대구지역 술자리 파문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한나라당은 집안 단속에 고심하는 눈치다. 민노당 조승수 전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해 재선거가 실시되는 울산북구는 민노당과 한나라당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울산 북구도 내심 승리를 점치고 있다. 전여옥 대변인은 “여론조사 결과 윤두환 후보자의 지지도가 가상대결에서 다른 당을 앞서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민노당은 조 전의원의 의원직 상실에 대한 ‘부당성’과 ‘동정여론’이 핵심쟁점인 울산에서 민노당에 대한 지지가 다른 당의 2배 이상으로 여전히 압도적이라며 한나라당의 우세 주장을 반박하고 수성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특히 ‘진보정당 지키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모든 당력을 총집중할 계획이다. 4곳 모두 여권의 힘겨운 싸움을 예고하고 있는 것.

여론조사 기관의 한 전문가는 “현재의 지형과 분위기로는 이번 재선거에서 우리당이 전패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물론 선거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지만 선거기간 중 흐름을 바꿀 변수가 등장하지 않는 한 여권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자칫 선거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하고 패배할 경우 당 지도부 책임론, 조기전당대회론 등이 다시 급부상할 것으로 보여 문 의장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 대표도 그리 낙관적인 상황만은 아니다. 이번 재선거는 ‘이겨야 본전’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크다. 만약 한나라당이 1~2석이라도 잃게 된다면 박 대표는 당내 대권후보 경쟁을 벌이는 이명박 시장 등에게 밀릴 가능성이 높다. 10·26 대격돌에서 두 사람 중 누가 최후에 웃게 될지 궁금해진다.

# 10·26 재보선 이상수 전의원 재기여부 관심사

현정부 출범후 불법 대선자금 혐의로 옥고를 치른 이상수 전 의원이 경기 부천 원미갑 지역에서 정치적 재기를 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17대 총선에서 옥중출마까지 고려했지만 막판에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이화영 의원에게 지역구를 넘겼다. 옥고를 치른 이후엔 미국으로 떠나 정치권과는 그 동안 다소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적 재기에 나선 것. 이 전 의원 캠프에서는 참여정부 탄생에 기여한 점과 거물급 인사인 점을 내세워 낙후된 원미갑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부천 발전론’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부천원미갑은 지역현안으로 ‘뉴타운 개발’, ‘역곡의 화장터 유치’, ‘안산-소사-종합운동장 전철 개통’을 두고 후보자간 공통 공약으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의원은 화장터 유치에 반대하며 해당 지역민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에 대비해 부천 성고문 사건 담당 변호사였다는 점과 부천지역구 출신인 김문수 의원의 변호인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부천과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거물급답게 홍보전략도 유명인사들이 대거 투입됐다. 서울 중랑구에서 자신과 두 차례 대결을 벌여 1승 1패를 기록했던 탤런트 이순재씨를 후원회장으로 영입하고, 영화배우 강수연, 가수 김건모, 이돈명 변호사 등 유명인사들의 지지글을 앞세우며 홍보전을 펼치고 있는 것. 그러나 현재 상황은 그리 희망적이지 못하다. 한나라당 임해규 후보에 비해 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천에서 11년을 지내고 부천 시의원 3선에다 김문수 사무국장을 지낸 임해규 부천원미갑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조직이 탄탄해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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