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분석력과 판단력, 잔상효과 극복 열쇠

잔상효과에 의한 착시현상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주된 원인
“대중 가는 뒤안길에 꽃길 있다” 잔상효과 역이용하는 지혜 갖춰야

가장 마지막까지 탐구될 학문으로는 흔히 심리학을 첫손에 꼽는다. 백인백색이라는 말이 있듯 인간의 오묘한 마음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심리학은 개인·집단·사회 등으로 그 연구범위를 넓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학문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용되는 등 종횡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인간심리의 불완전한 부분을 극적으로 활용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영화다.
영화는 착각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예술형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영화를 움직이는 것으로 느끼고 기억하지만 사실 우리가 보는 것은 빠른 속도로 영사되는 정지된 사진들과 그 사진 사이에 끼어있는 어두움일 뿐이다.
연속된 동작의 정지된 사진을 1초에 24장씩 빠르게 보여줌으로써 우리는 그 그림이 움직이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잔상효과’라고 하는데, 영상이 실제 눈 앞에 머문 시간보다 마음속에 더 오랜 시간 동안 남아 있는 심리학적 현상을 말한다.

잔상효과가 인간의 기억과 결부될 경우 종종 착시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같은 강도의 충격이라면 과거보다 최근의 것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인터넷의 출현을 고대 인류가 불을 발견한 것에 비교하곤 하는데, 이것은 명백한 착각이자 의도된 과장이라고 할 수 있다. 불의 발견은 인류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이고 인터넷의 출현은 그저 편리를 강화한 정도이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될 수 없다.

또한 잔상효과에 의한 착시현상은 인간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부동산이나 주식이 오를 때는 한없이 오를 것 같으니 너나없이 뛰어들고, 반대로 떨어질 때는 모두 매도에 나서는 것 역시 잔상효과 때문이다.

2006년 정점에 이를 때까지 부동산 특히 아파트 가격은 끝없이 오를 것 같은 집단적 착각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달려갔고 그 결과가 1000조 원대에 육박하는 심각한 가계대출로 이어졌다.

증권가 격언 중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든가 혹은 “대중이 가는 뒤안길에 꽃길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이 격언은 바로 잔상효과에 의해 집단적으로 오도된 사람들의 심리와 행태를 정확하게 역이용하여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 이 격언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투자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머리로만 알고 실제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것을 박제된 지식이라고 한다. 박제된 지식의 투자자들이 종목구걸을 하는 모습은 증권가에선 일상다반사라고 할 수 있다. 실로 딱한 일이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이 잔상효과를 극복할 수 있어야만 한다. 과거 기억의 잔상이 현재 시점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고 착시에 빠진 사람들이 한 곳을 향해 몰려갈 때 스스로 냉정한 분석력과 판단력으로 그 상황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바탕 위에 투자에 나설 때 그 곳이 바로 진정한 꽃길이 될 것이다.

조선기 SK증권 분당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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