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정당성 확보-핵협상 주도 다목적 포석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자료=뉴시스>
[일요서울|고은별 기자] 북한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개정한 헌법에서 자국을 ‘핵보유국’이라고 명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내나라’에 지난 30일 실린 개정 헌법은 기존 헌법 서문에 지난해 말 사망한 김정일 위원장의 업적을 열거하면서 ‘김정일 동지께서는 세계 사회주의 체계의 붕괴와 제국주의 연합 세력의 악랄한 반공화국 압살 공세 속에서 선군정치로 김일성 동지의 고귀한 유산인 사회주의 전취물을 영예롭게 수호하시고 우리 조국을 불패의 정치사상 강국, 핵보유국, 무적의 군사 강국으로 전변시키시였으며 강성국가건설의 휘황한 대통로를 열어놓으시였다’라는 표현을 추가로 넣었다.

이는 ‘핵보유국’임을 주장해 온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핵보유로 3대 세습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김정은 체제의 당위성과 유지를 명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밖에도 개정 헌법은 김 위원장을 ‘우리 공화국을 김일성 동지의 국가로 강화 발전시키고 민족의 존엄과 국력을 최상의 경지에 올려 세우신 절세의 애국자’ ‘사회주의 조선의 수호자’ 등으로 표현했다.

美 한반도 전문가 “‘핵보유국’ 헌법 명기 속내는…”

북한이 개정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기한 것을 두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외적으로 다목적 포석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 해군분석센터(CNS)의 켄 고스 해외지도부연구담당 국장은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를 통해 “이번 북한의 핵보유국 헌법 명기는 북한이 그동안 이룩한 진전을 내보이기 위한 조치로 이를 통해 내부적으로 정권의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의 이번 조치는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이나 인도, 파키스탄 같이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앞으로 북한과 핵 관련 협상이 열린다면 북한은 자국이 핵보유국이므로 핵무기 군축 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헌법에 자국을 핵보유국이라고 명확히 밝힘에 따라 북한의 핵보유 의지가 명확해졌다”며 “이로 인해 국제사회가 북한을 비핵화하려는 노력은 더욱 어렵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란 6자회담의 목표를 달성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며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핵협상 의지를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13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5차 회의를 개최해 김정일을 ‘공화국의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김정은을 신설된 ‘국방위 제1위원장’으로 각각 추대했다.

eb811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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