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거론됐던 얘기, 구체성 부족” 지적

▲ 승려들의 ‘도박 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스님(총무원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사부대중 공의를 통한 종단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자료=뉴시스>
[일요서울|고은별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 최근 불거진 도박 파문을 계기로 사찰재정의 투명성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1차 종단쇄신안을 발표한 가운데, 당초 기대와는 달리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정성 회복과 정법 구현을 위한 사부대중 연대회의’의 공동대표인 만초 스님은 전날(7일) 오후 BBS 불교방송 인터뷰에서 “오늘 발표된 쇄신안의 내용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거론되어졌던 얘기다. 따라서 구체적인 계획 이런 것들을 담보하고 있지는 않다”며 “너무 추상적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총무원의 쇄신안 발표가 끝난 뒤 자리에 있던 기자들은 “쇄신안이 전과 다르지 않다” “구체성이 부족하다” 등 질타를 쏟아냈다. 이에 대해 총무원 측은 “이번 쇄신안은 1차로 나왔고, 구체적 쇄신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앞으로 전반적으로 법령을 개정해 실질적 쇄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앞서 조계종 자승 스님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수 십 년간 사찰과 종단운영과정에서 빚어진 부작용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근대적인 사찰운영제도를 고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자승 스님은 “재임에 대한 생각도 없으며 임기에도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만큼 남은 임기동안 종단 쇄신을 위해 물러섬 없이 정진하겠다”고 말해 일각에서 제기된 중도 사퇴설을 일축했다.

자승 스님이 발표한 쇄신안에는 사찰 재정을 전문 종무원이 담당하도록 하고, 재정공개 실적을 주지 인사고과 때 적극 반영, 스님들은 오직 수행과 포교에만 전념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무엇보다 무게를 둔 건 ‘사찰재정의 투명성 강화’다. 이는 대형 사찰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금권, 부정 선거 등과 관련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승려가 사찰 재정에서 손을 떼겠다는 건 한 걸음 나아간 쇄신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승 스님이 룸살롱 출입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10여 년 전의 부적절한 일들에 대해 종도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규명하겠다”고 말해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한편 검찰이 수사 중인 ‘도박 파문’과 관련해 총무원 지현 총무부장은 “고발된 8명 중 한 명은 도박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징계 대상은 7명”이라며 “검찰 수사가 끝난 뒤 징계 절차를 밟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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