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정부 안일한 성명발표 이제 그만, 보다 강력한 대응책 마련 시급”

▲ 주몽이 고구려를 세우며 첫 도읍지로 정한 오녀산성(홀본산성)은 화려한 자태와 신비로움이 가득 담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오녀산성은 해발820m에 윗부분은 몇 백m의 깎아지른 절벽으로 천혜의 요새로서 현재 동서남쪽에 성곽이 남아있다.주몽이 고구려를 세운 오녀산성, 이곳을 감싸고 흐르는 비류수(혼강)에 얽힌 고구려와 비류국과의 일화 등 역사의 의미를 새기며 바라다보니 신비로움이 더하다. 사진은 멀리 안개에 싸인 오녀산성.(http://www.beautia.co.kr, 昔河사진문화연구소)<요녕성(중국)=뉴시스>
[일요서울l강휘호 기자] 중국이 만리장성 길이가 옛 고구려 성토를 포함 2만Km가 넘는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고구려와 발해 역사마저 자기네 것으로 편입하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 학자들의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고, 우리 정부도 “역사왜곡을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식 중국 동북공정의 행보를 막아 내는 것은 힘에 부쳐 보인다.

이번에 다소 억척스러운 측면이 있는 중국의 주장은 “만리장성 길이는 옛 고구려와 발해 영토인 지린 성과 헤이룽장 성까지”라는 것이다.

중국 문헌에서 조차 확인할 수 없는 이런 터무니없는 중국의 만리장성 연장 확대는 현재 중국 영토 안에 사는 소수 민족들은 모두 중국인으로 포함시킨 것. 뿐만 아니라 그들의 역사도 모두 중화민족사에 귀속시키려는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의 연장선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러한 중국의 억지는 1990년대 중반부터 10년이 훨씬 넘는 세월동안 지속돼온 해묵은 문제로 지금은 동북공정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교부는 아직도 ‘정부가 중국의 조사 결과 중 왜곡된 부분에 대해서 즉각 설명을 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중국 국가 문물국이 발표한 내용의 원문을 검토하면서 내용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중”이라며 “이후 명확한 부분에 대해 중국에 설명하는 조치를 취해도 늦지 않는다”는 답변만 내놓을 뿐이다.

이 때문에 학계 일각에서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명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이유로 내세우는 우리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가 오히려 중국의 역사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새어나오고 있다.  

"韓 관광객마저 고구려 성토를 만리장성인줄 착각해"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서영수 원장은 “어느 시기나 국가가 강성해 질 때면 역사를 재조명하려한다”며 “중국이 강성해짐에 따라 나타나는 동북공정의 일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히며 다양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서영수 원장은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역사왜곡을 위해 국가적으로 나서 이론과 실제를 맞추기 위한 작업을 계속 해왔다”며 “그러니 조작된 바를 세계 누구에게 보여줘도 중국의 역사가 맞는 것이 돼버린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언급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고구려의 성토를 가보면 만리장성이라는 표시가 모두 되어 있다. 한국인 관광객마저 만리장성인줄 알고 사진을 찍고 있다”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한국 고대 강역을 침략하고 빼앗아 가는 동안 정부가 보여준 안일한 대응방식과 동북아역사재단의 기본소임을 떠올리며 보다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서 원장은 “국가가 나선다고 해도, 중국과 정치적으로 엮여 속 시원하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며 “동북아역사재단의 일이 무엇인가? 유적을 보존하는 일이다. 현재 남아 있는 유적의 보존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으로 한국 고대사의 강역을 침략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역사 지키기 차원에서 대대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그 일환으로 최소한의 홍보자료라도 만들어 세계인들의 인식을 바로 잡는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는 게 서 원장의 생각이다. 

그러나 중국이 본격적으로 동북공정에 착수한 것은 2002년, 벌써 10년이 흘렀다. 하지만 10년 동안 우리가 보여준 것은 ‘국가 간의 원만한 합의’와 온라인상에 나타난 ‘네티즌들의 분개’정도가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의 동북공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실시하는 강력한 대응과 역사를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프로젝트가 필요하고 전 국민적 관심을 새롭게 고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리장성 연장 왜곡으로 의도하고 있는  중국의 속내를 바라보며 한민족의 강역인 고구려와 발해가 목숨을 걸고 지켰던 역사가 지워지고 잊혀지고 빼앗기는 것만은 반드시 경계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갈수록 치밀하고 억측스러워져가는 중국 동북공정에 맞서 더 늦기 전에 정부와 학계의 보다 강력한 현실적 대응책 마련이 필수불가결한 시대적 요구로 다가온다.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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