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퍼레이드 당시 5공화국 핵심 측근들도 함께 있었다

'전두환 육사생도 사열'이라는 키워드로 11일 오전부터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사진자료= 뉴시스/지난 8일 jTBC 보도화면 캡처>
[일요서울|고동석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육군사관 생도 사열을 받은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가 11“(육사 생도 사열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의례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은 육사의 초청으로 전 전 대통령이 부인 이순자 여사, 손녀 등과 함께 지난 8일 육사에서 열린 '육사발전기금 200억원 달성'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이 발단이 됐다.

초청 행사는 500만원 이상 육사발전기금을 출연한 160명 명단에 오른 인사들로 전 전 대통령도 해당돼 육사 생도들의 퍼레이드를 참관할 수 있었던 것.

전 전 대통령과 함께 참관했던 인사들 중에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 정호용 전 내무부 장관, 고명승 전 3군사령관 등 5공 핵심 측근 인사들도 대거 포함돼 있었다.

육사 행도 퍼레이드는 전 전 대통령 등이 있는 귀빈석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는 열병식으로 전 전 대통령은 박수를 치던 다른 참관객들과 달리 경례로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장면이 한 종합편성채널 뉴스에 보도됐고 이후 캡처된 사진이 SNS(소셜네트워트서비스)로 올라오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가열됐다.

특히 트위터에서는 내란죄, 반란죄로 실형이 선고된 범죄자가 육사에서 사열한다는 것은 상식조차 없는 일”, “6·10 민주항쟁을 앞둔 시점에서 그날의 함성이 통곡으로 바뀌는 것 같다”, “201268일 전두환은 아직도 이렇게 대통령 행세를 하고 다닌다. 오늘 육군사관학교의 모습이라는 등의 비난 글이 쇄도했다.

육사생도 사열을 주관한 책임을 물어 육사 교장과 국방부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거센 비난도 이어졌다. 5·18기념재단 등 관련단체들도 육사와 육사 생도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해선 안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조만간 논의를 거쳐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 “육사 교장과 국방부 장관 사퇴촉구

민주통합당은 미래의 군 지도자들인 생도들에게 쿠데타 세력들 앞에 사열토록 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박종선 육군사관학교장을 즉각 해임조치하고 김관진 국방장관 역시 이번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것은 생도들에게 전두환처럼 쿠데타에 성공하면 대통령도 할 수 있고 권력도 누리고 천수도 누릴 수 있다고 가르치는 일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 같은 당 강기정 최고위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기강 문란 행위고, 5·18 광주항쟁에 대한 부정이고, 전두환 5공 세력의 복권행위라며 거듭 육사교장과 국방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은 이날 CBC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박근혜 의원이 기관사가 돼서 몰고 있는 새누리당이라는 기관차에는 5·16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에 대한 복권만이 아니라 12·12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5공 세력에 대한 복권까지도 실려 있다고 맹비판했다.

같은 당 강기갑 비상대책위원장도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은 정권을 잡기 위해 우리 국군을 양민학살이라는 반인류 범죄에 동원한 용서할 수 없는 학살자라며 그런 자가 육사에 초청돼 육사생도의 경례를 받았다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국방부 장관과 육사 교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이러한 정치권의 우려와 비판은 여당도 예외가 아니었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전북 전주상공회의소에서 아직도 (5.18 광주민주화항쟁으로)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고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신중에 신중을 더한 처신이 모두에게 있었으면 한다. 전 전 대통령이 생도들 앞에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했으며 육군사관학교도 신중하지 못한 처사였다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 사퇴 운운하는 건 사리 맞지 않다

그러나 같은 당 한기호 의원은 “5·16 쿠데타는 역사적으로 시간이 흐른 뒤에 결론적으로는 구국의 혁명일 수 있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육사사열 비판에 대해 코끼리를 볼 때 상아 하나만 보고 상아가 코끼리라고 얘기하는 것과 똑같은 행위라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전 전 대통령은 관람자 400명 중에 1명일 뿐이고 400명 중에 경례를 한 다른 사람도 있고 박수를 친 사람도 있는데 전 전 대통령 한 사람만 딱 찍어서 보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듭 전 전 대통령이 여러 가지로 처벌을 받았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에 복권시켜 주지 않았냐. 전 전 대통령의 과업이 있고 과오도 있는데 한쪽만 자꾸 보고 얘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한 마디로 (야권이) 오버하고 있는 것이고, 육사 교육이 앞으로 독재자를 키우는 교육으로 가려고 한다는 것은 얼마나 지나치고 비약적인 이야기냐면서 논란거리로 비화되는 것에 반발했다.

이번 '사열' 논란에 대해 육사 측은 지난 10당시 행사에는 육사발전기금 기부자 160여명 뿐 아니라 일반시민까지 모두 400여명이 참석했다전 전 대통령을 위해 마련한 행사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자신의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밝힌 전 전 대통령이 육사에 1000만원 이상 발전기금을 출연한 것으로 알려진 사실에 대해 육사발전기금 측은 전 전 대통령이 19941월부터 19951월까지 회당 100만원씩 10차례에 걸쳐 모두 1000만원의 기금을 냈다“29만원 발언을 했을 때와 (기금 출연은) 시기적으로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방부 역시 1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육사 생도들이 퍼레이드하면서 (관중석을 향해) 예의를 차리는 것은 관중석에 있는 모든 분들을 향한 일반적인 행위라며 이를 정치쟁점화 해서는 안된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육사 생도 퍼레이드는) 매주 금요일 일반인도 참관할 수 있는 일상적인 행사라며 육사 생도 자체 행사를 갖고 국방장관 (사퇴)까지 운운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야당의 요구를 일축했다.

하지만 여당 일각과 국방부, 육사 측의 반박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트위터와 네티즌들 사이에서 전두환 육사생도 사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정치권 종북 논란의 대척점에서 당분간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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