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안철수의 남다른 인연 정치적 연대 가능

▲ 민주통합당 김한길 최고위원(좌)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우).<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통합당 이해찬 신임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손을 맞잡으면서 촉발된 담합 논란은 이후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라는 프레임 속에서 당대표 경선을 치르는 결과를 낳게 됐다. 당내 유력 주자인 문재인 고문은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적잖은 상처를 입었고, 그의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 김한길 최고위원은 이해찬 당대표에 비록 고배를 마셨지만 ‘이-박 연대’를 비판한 당심(黨心)을 등에 업고 지역 순회경선에서 또 다른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그는 친노와 비노의 프레임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당내 최고의 전략가다운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한길 최고위원은 특히 반(反) 문재인 구도를 형성함으로써 김두관, 손학규 등 유력주자들의 암묵적 지지를 얻었고, 장외 인사인 안철수 원장을 끌어안음으로써 시민·당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한길 의원이 범 친노진영과 각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장고 중인 안철수... 진용 갖춘 대선캠프

지난달 30일 부산대에서 ‘강연정치’를 재개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대권도전을 공식화하지 않은 채 여전히 ‘고민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안 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사회적인 열망이 저를 통해 분출되고 있다고 본다”며 “만약 정치를 하게 된다면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그 과정 중에 있다”고 심경을 전했다.

결단을 미룬 채 고심 중인 안 원장의 이 같은 모습에도 많은 이들은 그의 대선 출마를 의심하지 않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장고를 거듭하고 있지만 대선을 향한 그의 행보는 이미 시작됐고, 그 진용을 갖췄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안 원장은 자신의 고향인 부산대 강연에서 복지와 정의, 평화를 18대 대선의 아젠다(의제)로 설정했다. 아울러 종북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과감한 발언을 쏟아냈다.

현재 ‘노사모’를 연상케 하는 안 원장의 지지모임 ‘한꿈세’(한사람이 꿈을 꾸면 백만명이 세상을 바꾼다)에서는 ‘철수산악회’라는 대선 외곽조직이 출범한 상태며, 한때 안 원장의 팬클럽이었던 ‘나철수’(나의 꿈, 철수의 꿈 수많은 사람의 꿈)는 ‘철수처럼’으로 이름을 바꿔 조직을 재 정비중이다.

또한 안 원장을 지지하는 각계 전문가 모임인 ‘CSKorea재단’은 지난 11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창립발기인 대표자회의 및 포럼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으며, 새누리당에서는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안철수 공세팀’을 띄운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은 지난달 말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을 자신의 대변인으로 선임했다. 유 전 관장은 김근태 전 고문의 비서관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공보 및 연설 등을 담당했다. 이 때문에 김 고문(운동권 세력) 및 문 고문(친노) 측 인사들과 두루 교분을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를 당시에는 박원순 캠프에서 일하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알 수 있듯 안 원장과 박 시장은 특별한 관계를 자랑한다. 특히 지난달 30일 안 원장의 부산대 강연 자리에 서울시청 대변인실 소속의 한 주무관이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 원장과 박 시장 사이의 ‘정치적 유대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안철수, 김한길과 ‘손잡기’ 나서나

안 원장의 최근 지지율은 계속해서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실정치와는 거리를 둔 채 고민하고 있는 그의 행보가 지지율 하락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안 원장을 대하는 민주통합당 내의 분위기도 전만 못하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7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안철수 원장이 되려 야권의 X맨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안 원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미룬 채 버티기를 함으로써 야권의 여타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민주통합당 내부에선 안 원장과 후보단일화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목소리는 잦아든 상태다. 오히려 외부 인사의 영입보다는 자당 후보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안 원장도 정치적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안철수 원장이 당내 유력 인사인 김한길 의원과 일시적인 연대 내지는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면서 “대선후보 경선을 흥행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닌 상황에서 대중적 관심도가 높은 안철수 원장을 당 지도부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한길-안철수 연대와 관련 “문재인 고문이 공동정부를 제안하면서 김이 빠지긴 했지만 전부터 예견됐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김한길 최고위원은 지난 4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입장에선 안철수 원장이 민주당의 대선후보로서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이겨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힌바 있으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김 의원과 안 원장의 연대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한길-안철수와 남다른 인연

김한길 최고위원과 안 원장의 인연은 지난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한길 최고위원은 당시 MBC문화방송 주말토크쇼 프로그램인 <김한길과 사람들>을 진행하면서 안 원장과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후 김 최고위원은 최연소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맡게 됐고, 안 원장은 ‘국민의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을 지내면서 인연을 이어갔다. 여기에 ‘안철수재단’ 박영숙 이사장도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면서 김한길 최고위원과 연을 맺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해 10·26 재보선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김 최고위원과 박 시장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박 시장과 안 원장은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한길 최고위원의 최측근은 지난 7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오래전부터 두 사람이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한길 의원의 장점은 계파에 얽매이지 않는 확장성인데, 안 원장도 그런 점에서는 비슷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 모두 중도성향으로 정치적으로 비슷한 측면이 많다는 평을 받고 있다.

측근은 그러나 김 최고위원과 안 원장의 연대설과 관련 “핫라인도 없는데, 무슨 연대를 하느냐. 과거에는 만남이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최근에는 이런 것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대선후보 경선에서 외부 주자보다 내부 주자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고 또한 중요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외부인사까지 끌어들이거나 러브콜을 보낼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김한길 의원이 당대표 경선에서 여러 대의원들과 시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대선후보 경선을 좀 더 공정하게 관리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며 특정후보와의 연대설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내비쳤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oe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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