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논란 단초 '이석기 의원 공작명 있다'?

▲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사진=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1949년 제헌국회 시절 ‘국회 프락치(공작원) 사건’이 60년이 훨씬 지난 현재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시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활동에 적극적이던 13명의 국회의원들이 ‘국회 프락치(선동세력 내지는 첩자)혐의’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012년 ‘비례대표 선거조작’으로 주목받은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의원이 NL계(민족해방계열) 주체사상파 ‘경기남부연합’ 출신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종북 논란’을 촉발시켰다. 당장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대선 전략 차원에서 이석기.김재연 국회의원 제명안 추진을 주장해 ‘제2의 국회 프락치 사건’이 재현될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공안당국마저 19대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17, 18대 국회 의원들중 ‘간첩 혐의’를 받은 인사들까지 다시 살펴보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진보 진영을 바짝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그 전모를 알아봤다.

19대 국회가 본격적인 개원도 하기전 같은 동료인 국회의원 제명안 통과가 추진될 전망이다.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과 검찰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통합민주당 임수경 의원이 그 대상이다. 임 의원은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제명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집권여당과 보수진영은 이들 3인방을 ‘종북 주사파’로 몰면서 국회의원으로서 자격 심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석기 의원의 경우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으로 실형을 살기도 했다. 약칭 ‘민혁당 사건’은 국가정보원이 1999년 9월 9일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간첩단 사건’을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국정원은 당시 민혁당 뿌리를 1989년 민족해방(NL) 계열 운동권인 김영환씨(서울대 82학번), 하영옥씨(서울대 82학번), 이석기씨(한국외대 82학번) 등이 만든 ‘반제청년동맹’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이석기 의원의 경우 이 당시 ‘이주호’라는 가명을 쓰고 다녀 보수 진영에선 ‘공작명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보내고 있다.

검찰 이석기·임수경 공안부에 배당 왜
김재연 의원은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며 ‘국회에서 1인 시위’를 하다 징역 2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두 인사 모두  NL계(민족해방계열) 주체사상파 경기동부연합 출신에 한국 외대 선후배 사이다.

역시 한국외대 출신인 통합민주당 임수경 의원의 경우는 지난 8일 보수 단체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상황이다. 임 의원은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에 트위터 글을 리트윗한 것이 고발의 빌미로 작용했다. 이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는 글을 옮기면서 보수단체로부터 ‘국가보안법 제7조 1항(찬양·고무 행위)을 위반했다’고 고발당했다.

이미 임 의원은 1989년 6월 30일, 한국외국어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로 방북해 46일 뒤 판문점을 통해 입국한 ‘임수경 방북사건’의 당사자다. 이로 인해 징역 5년,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고 복역했으며 1992년 특별 가석방된 뒤, 1999년 복권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누리당에선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나서 ‘제명안 처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6월 2일 “이석기·김재연 두 당사자가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이한구 대표 역시 “민주통합당이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에 동참하면 불법사찰 국정조사에 응할 수 있다”며 당근책을 구사하며 회유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의원 제명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국회통과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현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을 제명하기위해선 국회의원 30명 이상이 국회의장에게 자격 심사를 청구하고 재적의원 3분2(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제명이 가능하다. 또한 징계 적용 조건에 있어서 국회법상 ‘의원 신분 활동에 중대한 하자가 있을 때’로 국한하고 있어 적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새누리당에선 ‘2안’으로 국회의원 제명안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띄고 있는 ‘제명 결의안’을 상정하고 있다. 결의안은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의원 20명 이상 서명에 그 이유를 첨부한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된다. 또한 비공개 투표인 ‘제명안’과는 달리 공개투표로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150명)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법적으로 제명할 수는 없지만 제명안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여당 ‘제명안’보다 ‘결의안’ 선회?
이처럼 새누리당이 ‘동료 의원 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있어 대선을 염두에 두고 ‘종북주의자’, ‘종북당’으로 야당을 낙인찍기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선 대선 60일을 앞둔 10월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제명안은 무기명 투표로 누가 찬성하고 반대했는 지를 일반인이 알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결의안은 기명 투표로 찬반 명단이 곧바로 나온다는 점에서 야권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표로 심판을 받아야하는 지역구 의원의 경우 다음 선거에서 ‘빨갱이를 옹호한 인사’로 낙인찍히는 데 대한 고충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무기명 투표’인 제명안 역시 야권에선 받기에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 인사는 “통상 대통령 탄핵안이나 한미 FTA 법안, 국가보안법 폐지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원내대표 오더’를 통해 역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명안의 경우 새누리당 당론은 찬성이지만 고의로 반대표를 던져 부결하게 만들어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를 많이 한 것처럼 표를 조작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새누리당의 정치 공세와는 별도로 검찰 역시 종북 좌파 인사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통합진보당 당원명부 압수해 비례대표 경선 당시 부정행위에 대해 막판 확인 작업을 하고있다. 또한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선 이석기 의원이 대표로 있던 선거기획사 CN커뮤니케이션즈(구 CNP 전략본부)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회계부정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야권은 검찰이 이석기 의원에 임수경 의원(서울중앙지검 공안2부) 수사 모두 검찰 공안부에 배당하면서 향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야권 대선 정국에 찬물을 끼얹을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한상대 검찰총장은 2011년 8월 12일 취임식 때 ‘종북 좌익세력과 전쟁’을 선포하고 공안부 인력을 대폭 확대시켰다. 한 총장은 이날 “종북 좌익세력과 전쟁을 선포한다. 북한을 추종하며 찬양하고 이롭게 하는 집단을 방치하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라며 “일사불란한 수사 체제를 구축해 적극적인 수사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독려한 바 있다.

한 총장의 이날 일성후 이석기·임수경 검찰 수사가 첫 번째 케이스라는 점에서 쉽게 넘어가질 않을 것이라는 게 검찰 내 대체적인 분위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안당국에서 지난 17대, 18대 국회의원중 간첩 혐의를 받았던 인사들에 대한 조사까지 이뤄지고 있다는 루머까지 돌면서 야권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2010년 불거진 ‘공작명 리호남 스파이 명단’ 건으로 정찰총국 소속 대남 공작원이 접촉한 정치권 인사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檢 17·18·19대 국회의원 종북좌파 색출하나
특히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한 가명 리호남은 보수정권 진보정권 보수정당 진보정당을 가리지 않았으며 4개 정부(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를 상대로 공작 활동을 벌였다. 그리고 접촉한 정치권 인사로 안희정 현 충남지사, 이화영 전 의원. 이해찬 민주당 현 대표 보좌관을 지낸 이강진 전 공보 수석 등이 실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해찬 전 대표의 경우 2007년 3월 7일 평양 방문 역시 안희정-리호남 만남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그해 10월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토대로 작용하기도 했다. 한편 이 전 수석은 ‘간첩 의심’을 받아 국정원으로부터 4개월간 도.감청을 받아 야당에서 ‘표적수사’, ‘보복수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집권 여당내에서조차 ‘지나친 색깔론’이 역풍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감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지난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처럼 ‘탄핵 후폭풍’으로 총선에서 대패한 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2년에는 대선이라는 큰 선거가 걸려 있는 만큼 ‘색깔론’의 역풍으로 박근혜 전 위원장이 패할 경우 향후 10년이상 정권 재탈환은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친박근혜계 입장에서 일단 ‘종북 논란’에 대해 ‘호재’로 보면서도 ‘양날의 칼’로 여기는 까닭이다. 반면 민주당내 친노 후보인 문재인과 김두관 지사 등 야권 유력한 후보로선 ‘악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친노 인사들중 누구라도 ‘종북 좌파’로 낙인찍힐 경우 대선 후보로서 승리를 거머쥐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경우 ‘꽃놀이패’를 든 격이라는 분석이다. ‘종북 논란’이 자연스럽게 ‘호감있는’ 민주당과 다소 ‘껄끄러운’ 통합진보당이 멀어지는 계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당 ‘잠재적 경쟁자’의 악재는 안 원장으로선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쁠 게 없는 셈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너죽고 나살기식’ 종북 논란에 한발 빠져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혜을 입고 있는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국회 프락치 사건이란?

1949년 4월, 이른바 남로당 프락치(공작원)로 제헌국회에 침투, 첩보공작을 한 혐의로 김약수(金若水) 등 13명의 의원이 체포된 사건.

당시 국회 부의장이던 김약수를 비롯하여 노일환(盧鎰煥)·이문원(李文源) 등 진보적 소장파 의원들이 외국군의 완전철수, 남북정당·사회단체 대표로 구성된 남북정치회의 개최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평화통일방안 7원칙>을 제시하자, 평화통일·자주통일을 불온시하고 북진통일만을 주장하던 이승만정권은 이들이 남로당 공작원과 접촉, 정국을 혼란시키려 했다는 혐의로 김약수 등 13명을 검거했다.

이들에게는 최고 10년부터 최하 3년까지의 실형이 선고되었으나, 2심 계류 중 한국전쟁이 일어나,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던 이들은 서울을 점령한 인민군의 정치범 석방에 의해 모두 풀려났다.

13명이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활동에 적극적인 의원들이었다는 점에서 당시 이승만 정권이 반민특위를 주도하는 소장파 의원들의 활동에 위협을 느껴 반민특위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 이후 보도연맹 조직, 반민특위 습격, 국회의원 체포, 김구 암살 등 반 이승만 계열에 대한 숙청작업이 본격화 되었다. <철>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