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처 직원 “당 청년국장, 이재오 관리한 사람”vs이재오측, "사실 아니다"

▲ 사진설명: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사무총장실에서 당원명부유출관련 서병수 사무총장 주재로 실국장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새누리당의 당원 명부 200만 명 유출 사건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와 맞물려 일파만파로 커질 전망이다. 검찰은 새누리당 이모 전 청년국장(43)을 유출한 인사로 지목한 가운데 문자 발송 업체에 고작 ‘400만 원’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져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반면 유출 시점이 2~3월경으로 4·11총선과 5·15 새누리당 전당대회 직전인데다 올해 대통령 후보 경선 등 정치일정을 앞둔 상황으로 여당은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전당대회 출마한 후보자나 예비대선 후보로 불똥이 튈 경우 그 후폭풍이 적잖을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검찰은 이모 전 청년국장이 누구한테 왜 방대한 분량의 당원 명단을 전달했는 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당 조직국 여직원으로부터 명단을 받아 문자발송 업체에 건넸고 금품을 수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 사무처 관계자뿐만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 시각은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문자서비스(SMS) 1건당 20원부터 100원에 이르는 비용이 드는 데 고작 400만 원 받고 200만 명이 넘는 당원 명단을 넘겼다는 점이 말도 안된다는 주장이다.

꼬마 민주당 출신-민중당 출신 ‘친분’
또한 이번에 넘긴 당원 명부에는 이름, 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름과 휴대폰 번호만 필요한 문자발송 업체에 통째로 넘겨주면서 받은 댓가가 ‘용돈 수준’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문자 발송 업체가 4·11총선과 전당대회 나아가 대통령 후보 경선까지 대비해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면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전 국장을 둘러싼 이런 저런 갖가지 ‘카더라식’ 소문이 돌고 있다. 특히 이 전 국장이 1997년 신한국당과 ‘꼬마 민주당’ 합당으로 새누리당에 들어온 민주당 당직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재오 의원과 친분이 있다’는 구체적 증언이 나와 주목된다.

사무처 출신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지난 15일 이 모 전 국장관련해 “꼬마 민주당 출신으로 인화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새누리당 사무처 기수관리가 철저한 동네로 활동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사무처 출신은 “내가 알기로는 출신 때문에 (민중당에서 온)이재오 의원과 친분이 남다르고 (이 의원이)관리해온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이 전 국장이 1998년 신한국당 사무처로 오기 전 이 의원은 1996년 15대 총선직전 신한국당에 먼저 입당해 은평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1998년에 원내부총무, 2000년 제1사무부총장, 2001년 원내총무, 2003년 사무총장, 2006년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을 지내면서 사무처 직원과 친분을 맺어왔다. 이 과정에 꼬마 민주당과 민중당에서 온 두 인사가 자연스럽게 ‘형님 아우’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200만 명의 당원 명부가 최종적으로 이재오 경선 캠프로 넘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12일 경기도의회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바 있다. 현재 이 의원을 비롯해 정몽준, 김문수 비박 3인방은 오픈프라이머리를 요구하며 경선 ‘보이콧’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친박 진영에선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당내 경선을 대비해 이재오 캠프진영에서 이 전 국장에게 사적으로 당원명부를 ‘부탁’했고 여기에 친분이 깊은 조직국 직원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사실 당 사무처에서는 이 의원이 사무처 고위직을 맡으면서 ‘이재오맨’들이 적잖이 남아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재오 최측근인 김해진 전 차관은 20일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이재오 의원이 당 사무처 고위직을 맡아서 사무처 직원과 친분이 깊은 것은 맞지만 누구를 관리하는 사람은 아니다"며 "이 의원과 당원 명부 유출건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또 다른 사무처 인사들은 5·15 전당대회를 앞두고 출마 예상자들이 당원을 대상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벌이기 위해 명부가 필요했고 이에 친분이 깊은 후보자 캠프에서 이 전 국장에게 부탁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통상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후보로 등록할 경우 당 사무처 조직국에서 당원 명부를 넘겨준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기에 부족해 통상 그전에 입수하길 바라는 게 일반적인 출마자들의 기대심리다.

與 ‘제2의 통진당  부정경선 파문’? 전전긍긍
5월 15일 개최된 새누리당 1차 전당대회 후보자 등록은 5월 4일까지였고 4월말까지는 단 한명도 등록을 하지 않았다. 총 11명이 등록해 컷오프로 9명이 전당대회에 나섰는데 이들 다수가 5월초에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결국 당원 명부를 가지고 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날은 보름도 채 안되었던 셈이다. 또한 조직국에서 넘겨주는 당원 명부는 1만여 명 수준에다 이름과 휴대폰 번호만 적시해 준다는 점에서 이번 이 전 국장이 넘겨준 자료와는 다르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결국 당원명부 유출 사건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검찰이 이 전 국장이 ‘금품’을 목적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문자 발송 업체에  사적으로 넘긴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는 친분이 깊은 특정 후보 캠프에 넘기고 ‘용돈’을 받은 것인지 당직자 신분이지만 전대 출마한 지지후보를 위해 건네고 금품을 받은 것인 지 수사 결과에 따라 여당은 일희일비할 전망이다.

문제는 검찰 수사가 이 전 국장의 이해관계에 따른 사적인 금품 수수로 종결되지 않을 경우다. 이미 황우여 대표 최고위원 체제가 세워졌지만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파문과 마찬가지로 특정 후보가 사전에 당원 명부를 통해 선거 운동을 했거나 불법행위가 밝혀질 경우 후폭풍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향후 있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유출된 200만 명의 당원 명부가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칠 지 예비 대선 후보 진영 또한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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