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검은 유혹 ‘데이트 강간약물’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물뽕과 최음제가 포털사이트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일명 ‘데이트 강간약물(Date-rape drug)’이다. 또 남성들이 주 회원인 한 사이트에서는 물뽕 제작방법 및 상대 여성에게 물뽕과 최음제를 몰래 먹이는 방법을 담고 있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와 있어 남성들에게 마약 및 약물을 이용한 성폭행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블로그 등을 통해 물뽕쿠키 등이 판매되고 있는데, ‘실제 쿠키와 식감, 맛, 냄새, 모양 등이 전혀 차이가 없어 작업용으로 상대에게 부담 없이 건넬 수 있다’는 설명으로 남성들의 구매를 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물뽕과 최음제 등은 당국이 칼날을 벼릴수록 음지에서 기승을 부리며 지능적으로 변모해 일상에 침투하고 있다.

물뽕 쿠키, 물뽕 껌까지 나돌아…제조법·사용 후기 범람
최음제 판매 사이트만 수십 개…‘기억 못 하니 염려 말라’ 성범죄 조장

‘물 같은 히로뽕’이란 뜻에서 물뽕으로 불리는 GHB는 2002년도부터 부유층 대학생을 중심으로 대학가와 클럽가에서 급속히 확산됐다. 물뽕은 특정한 맛이나 색이 없고 술이나 음료수 등에 쉽게 녹는다. 또한 환각성이 강해 성범죄용으로 악용되고 있다. 물뽕을 이용해 여성을 성폭행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사정당국은 물뽕 단속을 강화했다. 이에도 불구, 물뽕의 국내 유입과 유통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물뽕 제조방법까지 알려져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물뽕 탄 술 한 모금에 ‘기절’
물뽕이 데이트 강간약물로 악명 높은 이유는 체내에 남아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혈액에서 24시간 내에 사라지기 때문에 하루 이상 지났다면 약물성분을 추출해 내기가 어려워 검사는 별 의미가 없다. 또 물뽕을 몇 방울 탄 술을 들이키면 15~20분 내에 바로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해 기분이 좋아지다가 결국엔 의식을 잃게 된다. 남성이 물뽕으로 의식을 잃은 여성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더라도 다른 사람들 눈에는 만취여성을 부축하는 것으로만 보여 의심을 사지 않는다.

특히 물뽕으로 의식을 잃은 경우 약효가 지속되는 3~4시간 동안 일어난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때문에 성폭행 피해를 당하더라도 피해사실을 기억하지 못해 술에 취해 일시적으로 기억이 끊어지는 현상 정도로만 치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자가 의식이 돌아온 후 부분적으로 기억이 돌아오거나 신체적 이상이 생겨 성폭행 사실을 인지해도 기억이 온전하지 못해 피해사실을 입증하기도 어렵다.

또 피해자가 산발적인 기억으로 자신의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다는 점도 피해입증에 어려움을 준다. 이를 복용한 여성에게서 신장질환이나 안면마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이 같은 이유로 물뽕이 암암리에 인기를 끌자 인터넷 발전과 더불어 블로그와 홈페이지에는 물뽕 제조법이 은밀히 나돌기 시작했다. 특히 한 남성중심의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검색창에 물뽕이라는 단어만 쳐도 자세한 물뽕 제조법과 상대 여성 몰래 물뽕을 술에 타는 법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게시물에는 물뽕 사용 후기 내용을 담은 댓글들이 있어 물뽕을 이용한 성폭행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상대 여성이 물뽕을 탄 술을 마시고 취하면 부축하는 척 차에 태우고 모텔로 이동하면 끝이다”, “상대방이 자리를 비웠을 때 술이나 커피에 몰래 타면 된다” 등의 게시물이나 댓글은 기본이고 도구를 이용해 개봉하지 않은 캔맥주 등에 물뽕을 몰래 타는 방법, 상대 여성이 눈치채지 못하게 물뽕을 탄 술이나 음료수를 자연스레 건네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올라와 있다. 물뽕을 검색하는 남성들이 품은 흑심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물뽕(GHB), 도리도리, 떨이, 엑스터시, 아이스’라는 이름의 블로그에서 마약과 물뽕을 섞은 쿠키와 껌이 버젓이 판매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 블로그를 통해 물뽕과 대마초는 물론 일반 쿠키나 껌과 구별이 힘들다는 물뽕쿠키와 물뽕껌까지 유통되고 있었다. 이 블로그에는 “대마초 쿠키를 응용해 쿠키 반죽에 물뽕을 혼합해 쿠키처럼 만들었다”며 “식감, 맛, 냄새, 모양 모두 일반 쿠키와 똑같아 작업용으로 부담 없이 상대방에게 건넬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이라는 설명과 함께 실제 물뽕 쿠키 사진까지 올라와 있다.

특히 이 블로그에는 물뽕과 대마초를 1+1로 판매하는 이벤트까지 진행하고 있었는데 “대마초 10g 구입하고 물뽕 선택 시 물뽕 1박스를 드리고, 물뽕 5정 구입하고 대마초 선택 시 대마초 10g을 드린다”며 구매를 유도하며 “물뽕은 데이트할 때나 클럽에서 상대방에게 몰래 투약할 수 있으며 수치심을 없애고 성적 흥분을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물뽕을 이용한 범죄를 부추기고 있었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어젯밤 이태원 클럽 골목에서 어떤 여자가 반나체 상태로 약에 취해 이상 행동을 하고 있었다”며 “클럽에 가서 낯선 남자가 주는 술, 껌, 쿠키 아무 것도 먹지 말라”는 당부의 글이 올라왔다.

최음제, 유혹의 손짓
문제는 물뽕뿐 만이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흥분제가 버젓이 판매되면서 성폭행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최음제 인터넷 쇼핑몰은 인터넷 검색으로만 수십 곳이 나왔다.

최음제 제품을 클릭하면 “(상대 여성의)물이나 음료, 술 등에 3~5방울 정도만 떨어뜨려 마시게 하면 15분 정도 지나면 남자가 하자는 데로 100% 따라 오게 된다”며 “1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면 술 먹고 필름이 끊기는 것처럼 약 먹은 동안 한 일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설명이 나와 있다. 이와 함께 “여자가 눈치 채거나 기절하는 부작용이 있다거나 그런 일은 없으니 안심하라”며 “한번 작업하고 버릴 여자 같으면 약 먹은 동안의 일을 기억 못하도록 5방울을 타고, 오래 사귈 여자는 기억이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3방울만 타라”고 설명해 놓는 등 성 범죄를 조장하고 있었다.

또 다른 사이트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사이트는 “여자 작업 시 100% 강력 흥분과 강력 환각을 일으킨다고 보장한다”며 “여자분 작업 가능하지 못할 시 100% 환불 처리하겠다”고 구매를 부추기고 있었다. 특히 이 사이트에는 강력 마취제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헝겊에 묻혀 코에 대면 3초 안에 잠들어 버린다”며 “시간 연장 시 깨어날 때 한 번 더 마취제를 묻힌 헝겊을 코에 대면 된다”고 해놓아 다른 범죄에 악용될 소지를 갖고 있었다. 사이트에는 최음제를 이용해 여성을 유인했다는 ‘사용 후기’도 올라와 있었다.

이처럼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은 최음제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지만 당국은 대부분의 사이트 주소가 미국 등 외국이어서 단속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최음제가 수입금지 물품임에도 인터넷 판매가 버젓이 이뤄지고 정식 허가 제품인양 광고하고 있는 상황이라 불법이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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