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에 오염된 흙, 되메우기용으로 재사용?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시커먼 흙이었다. 일부 흙에서는 시큼털털한 냄새까지 났다. 일부 주민들 주장처럼 기름에 오염된 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대림산업이 수십 년간 사용했던 평택시 용이동 중기사업소 부지에서 퍼낸 흙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술렁이고 있다. 대림산업은 중기사업소 부지를 향후 아파트 부지로 개발하기 위해 흙을 퍼내고 있다. 흙과 함께 기존에 깔려있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도 파헤쳐 인근 환경업체로 보낸다. 환경업체에서는 흙과 폐 콘크리트, 폐아스콘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분쇄해 다시 현장으로 반입한다.
문제는 기름에 오염된 흙의 매립 가능성에 있다. 중기사업소로 수십 년간 사용된 곳이고 기름을 정상적으로 처리하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흙에 스며든 기름이 전혀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인근 주민 일부는 “땅을 퍼낼 때 보니 곳곳에서 시커먼 곳이 보였다.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기름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부지 정리 작업은 본격적인 아파트 건설에 앞선 것으로 본공사가 시작되면 어차피 땅은 다시 파헤쳐지게 된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의심하는 것처럼 만약 기름에 오염된 흙을 퍼내 그대로 묻었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일요서울]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취재했다.

경기도 평택시 용이동 택지개발지구 곳곳에는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농촌마을에서 신도시급으로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택지개발지구에는 대림산업이 수십 년간 중기사업소로 이용된 부지도 포함되어 있다.

중기사업소는 일반적으로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건설 중장비를 수리·관리하는 곳이다. 따라서 중장비 수리는 빈번하게 발생되며 폐기물도 발생될 수밖에 없다. 현재는 ‘폐기물관리법’이 잘 갖춰져 각 사업소는 오·폐수, 기름 등 오염물질을 잘 관리하고 있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오염물질 처리에 대한 인식이 낮아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종종 발생했다.

이 때문에 택지로 개발되는 대림산업 중기사업소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예전에는 오염물질 처리 제대로 안 됐다”

현재 대림산업은 중기사업소 부지의 땅을 파헤쳐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기존에 깔려 있던 아스팔트·콘크리트와 함께 흙을 퍼내 인근 환경업체에 보내 파쇄한 후 되메우기용 재활용골재로 가공해 부지에 재 매립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래 전부터 땅 속에 묻혀 있던 폐기물들을 분리·폐기하고 있으며 사용 가능한 것들만 처리과정을 거치고 있다.

대림산업 측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요즘에야 시설이 좋아졌지만 예전에는 중장비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물과 함께 곳곳에 고여 있었다. 그 기름이 그대로 흙에 스며들었다면 실로 엄청난 양일 것이다”라며 “나중에 그 위에 아스팔트랑 콘크리트를 덮기는 했지만 흙에 스며들었던 기름을 제거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름으로 오염된 흙이라면 제대로 폐기시켜야 할 것 같은데 덤프트럭이 하루에도 수십 대씩 오가고 있지만 기름에 오염된 흙만 따로 나르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환경업체 “지정폐기물만 처리하고 있다”

기름에 오염된 흙은 별도의 과정을 거쳐 처리해야 한다. 만약 중금속 오염까지 이뤄졌다면 사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28조 원의 사업비가 예상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도 기름과 중금속에 오염된 흙을 정화시키느라 예상치 않은 막대한 금액이 소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림산업 중기사업소 부지의 흙이 주민들의 의혹처럼 기름에 오염됐다면 반드시 별도의 처리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중기사업소 부지의 흙과 폐 콘크리트를 처리하고 있는 환경업체 G사 관계자도 “우리는 흙과 폐아스콘·폐콘크리트 등 지정된 폐기물만 반출하여 파쇄한 후 다신 반입한다. 이렇게 반입된 재활용 골재는 되메우기용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중기사업소 현장 흙이 오염이 안 됐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자세한 것은 대림산업 측에 확인해라. 우리는 기름에 오염된 흙을 처리하는 시설이 없어 오염된 흙으로 의심되면 싣지 않는다. 다만 상차 작업을 대림 측에서 하기 때문에 일부 오염된 흙이 깨끗한 흙과 섞여 있다고 우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해 기름에 오염된 흙의 소재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환경업체에서 처리해 쌓아놓은 현장의 흙더미는 땅속 깊은 곳에서 퍼낸 흙과는 다르게 검은빛을 띄고 있었다. 물론 폐아스콘의 검은색 때문에 파쇄과정에서 일반 흙과 섞여 흙의 색이 전반적으로 어두운 검은빛을 띌 수 있다. 따라서 기름에 오염된 것으로 단정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굴삭기가 굴토한 구덩이 표층면 부근에는 검은 얼룩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이마저도 어떤 성분의 얼룩인지는 확인이 어려웠다. 하지만 함께한 주민은 “군데군데 까맣게 보이는 얼룩들이 기름이 아닌가 의심된다. 일반적인 흙을 팔 때 저렇게 검은 얼룩이 나타나지는 않는다”며 다시 한번 의혹을 제기했다.

대림산업 “2006년 검사 때 기름 불검출 됐다”

대림산업 측은 오래 전부터 중기사업소와 레미콘 공장으로 사용된 부지에 대해 주민들이 의혹 가질 수는 있지만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지난 2006년 평택사업소에 대한 기름오염도 검사를 실시한 결과 기름이 불검출 됐다. 중화 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오래 전에는 폐기물을 묻는 사례가 없지는 않아 택지 조성을 위해 미리 흙을 파내 그 안에 묻혀 있던 폐기물들을 처리하고 있을 뿐 토양오염 때문이 아니다. 어차피 본공사 전에 미리 하는 작업으로 본공사가 개시되면 흙을 다시 퍼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최근 주민들의 의혹 어린 시선이 있어  29일 현장 토양에 대한 성분검사를 두 군데 외부기관에 맡길 예정”이라며 “오랫동안 건설업을 했던 기업으로 적법한 절차에 의해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주민들이 의혹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림산업 측이 토양 성분검사 결과가 나오면 그간 주민들 사이에 일었던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가 판명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어차피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깨끗한 흙 위에 짓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괜히 회사 측에 딴죽을 거는 것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일부 주민은 중기사업소 부지에 들어설 아파트에 입주하고 싶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관심은 점점 높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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