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오병호 프리랜서] 이상득·박지원·정두언 정치권 세 거물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수사를 둘러싸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다른 정치권 핵심실세에 대한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솜방망이 처벌 또는 면죄부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검찰과 청와대가 이번 수사를 놓고 사전교감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겨냥하고 있다는 말이 검찰 주변에서 새 나오고 있어서다.

저축은행 수사와 관련해 전직 검찰 고위인사가 저축은행 구명로비에 적극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또 이 인사는 저축은행 로비를 하는 과정에서 정치권뿐 아니라 검찰 금감원 등 사정기관에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이 인사에 대한 조사를 일단 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수사를 놓고 사전교감설이 나오는 것은 이런 바탕에서다.

▲ <정대웅 기자>

청와대-검찰 이상득·박지원·정두언 수사 사전교감설
저축은행 사건 수사내용 외부유출 배후 의혹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지난 3일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을 소환한데 이어 이틀 후인 5일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두언(55) 새누리당 의원을 소환해 조사했다.

정 의원은 2007년 말경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 원 안팎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은 이날 정 의원을 상대로 임 회장이 전달했다고 진술한 돈이 실제로 건네졌는지와 대가성 유무를 추궁했다. 정 의원은 이 돈을 국무총리실 후배인 이모 실장을 통해 되돌려줬다며 ‘일종의 배달사고’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합수단에서도 정 의원은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은 일단 임 회장이 정 의원에게 건넨 돈은 솔로몬저축은행에 각종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의 보험금 성격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그밖에 다른 청탁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임 회장의 진술 등으로 미루어 “받은 돈을 되돌려줬다”는 정 의원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검찰은 이 전 의원이 2008년 초 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을 당시 정 의원이 동석했다는 의혹도 캐묻고 있다. 정 의원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는 상태다. 수사팀은 또 정 의원이 임 회장을 이 전 의원에게 소개해준 배경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임 회장이 ‘선거(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과 관련, 대선자금 모금이 한창이던 당시 정 의원이 임 회장과 이 전 의원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확인 중이다.

▲ <정대웅 기자>

검찰, 이상득 뒤편의 박지원 겨냥

저축은행 검찰수사와 관련해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수사의 핵심은 ‘박지원 죽이기’이라는 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수사를 놓고 “검찰이 박 대표의 구속을 목표로 하고 있다”거나 “박지원 숨통 조르기”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를 의식한 듯 박 대표는 지난 2일 저축은행에서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자신이 검찰의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데 대해 “얼굴을 숨긴 비열한 정치검찰의 야당 때리기이자 영포대군(이상득 전 의원)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은 얼굴과 증거를 드러내놓고 말해야 한다”며 “수차례 밝혔지만 어떤 저축은행의 ‘저’자와도 관계되지 않았다”며 “다시 한번 내일 형님(이 전 의원) 소환 이전에 물타기를 하지 말라고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의 이날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최근 자신을 둘러싼 의혹 제기를 ‘박지원 죽이기’로 규정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 아침 보도에 의하면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측에서는 표정을 관리한다고 한다”며 “박지원의 입이 무서우면 표정관리를 할 게 아니라 증거를 대고 검찰에서 당당히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검찰 수사를 놓고 ‘박지원 사냥’이 시작됐다는 말이 무성하다.

여권의 한 인사는 “검찰 소식통의 말을 들어보면 이번 이 전 의원 소환조사에 앞서 박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이 이번 수사의 목표인 것 같다”며 “실제로 검찰 내부에서 박 원내대표와 관련된 여러 논의가 오갔다는 말이 들린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검찰 수사와 관련해 ‘박지원 죽이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이유는 또 있다. 검찰이 저축은행 수사의 핵심인물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더구나 이 인사는 현 정권의 실세들과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져 의심을 키우고 있다.

이번 정치권 핵심 인사 줄소환에 앞서 검찰은 저축은행 구명로비의 핵심열쇠로 부상한 인물을 포착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인사에 대한 본격조사에 미온적이다. 이 인사는 검찰 고위직 출신인 K씨로 저축은행 수사 초기부터 로비 핵심일 가능성이 대두됐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K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해외 도피 시도에도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김 회장은 검찰이 체포하기 직전 돈 보따리를 챙겨 밀항을 시도했으나 밀항 직전 검찰에 붙잡혔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체포 계획이 사전에 유출됐다”며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동시에 내부 정보를 김 회장에 흘린 인물이 K씨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씨는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평소 검찰 내부 고위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또 밀항사건 직후 “저축은행 수사단 내부에 K씨의 빨대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는 점을 비추어볼 때 가능성은 농후하다.

K씨에 대해 검찰은 어디까지 조사한 것일까.
검찰은 K씨에 대해 “K씨가 미래저축은행 김 회장과 친분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K씨가 저축은행 구명로비에 역할을 한 혐의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일 뿐”이라고 세간의 의혹을 부인했다.

▲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지원 원내대표가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대상에 자신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정대웅 기자>

K씨 저축은행 판도라의 상자

K씨와 관련해 석연치 않은 것은 이뿐 아니다. K씨는 여권 핵심실세인 A씨 등과 매우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때 여권 핵심 인사와 관련해 비자금 제공 의혹을 샀던 H사의 이사장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H사가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검찰 수사를 무마되도록 정치권 핵심부에 줄을 댄 것도 K씨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 주변에서도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K씨는 당의 주요 직책을 차지하고 있어 새누리당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에 검찰 주변에서는 “K씨가 저축은행의 구명로비 수사의 핵심 단서임에도 검찰에 그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는 내막이 석연치 않다”는 의심어린 시각이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스스로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K씨 수사에 미온적인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K씨는 저축은행 구명을 위해 검찰 쪽에도 로비의 마수를 뻗쳤을 것이라는 추측이 파다하다. 김 회장이 자신의 체포 소식을 사전에 입수할 수 있었던 것도 K씨의 검찰 로비 덕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이런 정황들을 근거로 청와대와 검찰이 저축은행 수사를 놓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수사 조율안에 합의한 이른바 ‘사전교감설’이 나오고 있다. 만약 K씨가 여권과 검찰에 저축은행 로비를 했다면 청와대와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K씨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핵심키맨인 K씨의 존재를 수면 아래 감추면 수사의 방향은 양측이 교감한 대로 갈 수 있다.

야권의 한 인사는 “K씨에 대한 여러 정보를 수집한 결과 K씨는 여권을 중심으로 저축은행 로비를 한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며 “검찰이 K씨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면 정치수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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