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독도·군사에 양심까지 팔았다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 대형 사고를 제대로 쳤다. 독도·위안부 문제에 이어 위안부 소녀상 말뚝사건 등으로 일본에 대한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MB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쥐도 새도 모르게’ 강행하려다 들통난 것.

‘독도발언’ 의혹을 시작으로 집권 초부터 늘 친일시비에 휘말려온 현 정부는 국가 안보의 중대 사안을 이른바 ‘밀실 처리’해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통합진보당에 의해 불거진 ‘종북 프레임’이 이번 파문으로 ‘친일 프레임’으로 넘어가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등 임기 말 측근 비리 등으로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는 MB정부에 치명적 상처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 <정대웅 기자>

국가 안보 중대 사안 ‘밀실 처리’ 친일 논란으로 옮겨붙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일본 영향력· 발언권만 높아질 뿐”지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밀실 처리하려다 들통 난 이번 사건은 MB정부의 철학과 정체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현 정권은 정치권과 여론의 강력 반대에 부딪혀 한일 정부 간 서명이 취소돼 국제적으로도 국격이 훼손되는 망신을 자초했다.

정부는 국회에 설명한 뒤 서명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은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동북아 평화를 해칠 것’이라며 협정 폐기를 주장하는 등 맹공을 퍼붓고 있어 정치쟁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 추진 파문이 친일 논란으로 불이 옮겨 붙자 여권 역시 선긋기에 나섰다.

“1905년 을사늑약이 따로 없다”
이처럼 논란이 들불처럼 옮겨 붙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참모진을 강하게 질타해 ‘꼬리 자르기식’의 책임면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정최고책임자로서 최소한의 책임 표명도 없이 실무자만 질책했기 때문. MB 최측근인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한일군사협정 체결을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MB의 보고나 재가’ 없이 협정 체결이 추진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어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임기 말인 현 시점에서 벌어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졸속 추진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 대통령은 질타로 이 상황을 빠져 나가려는 꼼수를 중단해야한다”면서 “대통령이 재가를 하지 않았다면 국가원수의 재가 없이 조약 서명식을 진행한 책임을 물어 국무총리와 외교통상부 장관 등 외교안보라인을 해임해야 한다. 반대로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조약체결절차에 대해 본인이 책임을 지고 직접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일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상 전문을 인터넷상에 공개돼 파문은 더 확산됐다. 전문이 공개된 후 정부의 ‘초보적 수준의 정보보호 협정’이라는 설명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다른 나라와의 유사 협정에 비해 기밀 분산 차단 대책이 미흡한 등 상대적으로 불리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었던 것.

협정문 2조에 따르면 ‘군사기밀정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나 일본국 정부의 권한 있는 당국에 의하여 이들 당국의 사용을 위하여 생산되거나 이들 당국이 보유하는 것으로 각 당사자의 국가안보 이익상 보호가 필요한 방위 관련 모든 정보를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안보상 보호가 필요한 방위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군사기밀정보’라는 이름으로 제공한다고 명시된 것. 이 군사기밀정보는 구두, 영상, 전자, 자기 또는 문서의 형태이거나 장비 또는 기술의 형태로 범위 역시 광범위해 축소·은폐 의혹마저 일고 있다.

논란의 소지가 많은 조항은 이뿐만 아니다. 제9조 ‘군사비밀정보의 전달’에서는 “전달이 이뤄지면 접수 당사자가 군사비밀정보의 보관, 통제 및 보안에 대한 책임을 맡는다”고 명시했고 8조에서는 “한쪽 당사자 대표가 군사비밀정보에의 접근이 요구되는 다른 쪽 당사자의 시설을 방문하는 것에 대한 허가는 공적 목적상 필요한 방문으로 한정된다”, “한쪽 당사자 국가의 영역 안에 있는 시설에 대한 방문 허가는 그 당사자에 의해서만 부여된다”고 써져 있어 어떤 경우에도 일본의 허락 없이 일본 내 시설에 대한 방문이 원천 봉쇄 돼 사후 통제도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문서나 정보의 복제도 허용될 뿐 아니라 얼마나 복제됐는지는 상대국의 자발적 공개 외에 알 수 없다는 점도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야기할 공산이 높다.

전문이 공개된 뒤 이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자위대의 진출 반경을 넓히려는 일본의 군사적 야욕과 맞물린 것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과 발언권이 높아질 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외면하고 핵무장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은 “1905년 을사늑약이 따로 없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박찬종 변호사는 “왜 쉬쉬하며 비공개하는가? 해괴하다”며 “어째 1905년 ‘을사늑약(보호조약)’을 비밀에 부쳤던 망령이 떠오른다”고 말했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위안부 문제에도 법적 해결이 아닌 인도적 해결만 운운하더니 날치기 군사협정을 강행해 뼛속까지 친일이라는 정체성을 확인시켰다”고 반발했다.

민주통합당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비공개 처리 논란 관련, “뼛속까지 친미로 시작해서 뼛속까지 친일로 마무리하려고 하는 이명박 정부”라고 맹비난했다. 이와 함께 논란이 일었던 일본에 대한 MB 발언과 행보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MB, 뼛속까지 친미·친일”

위키리스크가 폭로한 외교 전문들을 보면 MB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2008년 5월 미국의 버시바우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서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다.

실제로 MB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 대통령은 “일본의 사과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다”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취임 후 첫 정삼회담 상대로 일본의 후쿠다 야스오오(福田康夫) 총리를 선택했다.

그리고 2008년 3월 11일 외교부는 업무 보고를 통해 “한-미-일 3자 협의를 통해서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뿐만 아니라 범세계적 문제를 협의하는 체제를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미일동맹 기대에 부흥해왔다.

위키리스크 폭로에 따르면 2009년 4월 일본 도쿄에서 주일 미대사관 주관으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주일 한국대사관의 김태진 참사관은 “이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강력한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희망하고 있지만, 취약해진 정치적 입지로 이를 드러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2008년 7월 일본 훗카이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교과서에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당시 일본 총리에게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한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청와대는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이 이 발언을 확인 보도한데 이어 주일 미 대사관의 외교문서를 통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MB정부는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친일파 청산 노력’에 대한 내용을 빼려고 시도해 해방 후 친일파 청산을 위한 각계의 노력을 외면했다는 비난여론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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