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로드햄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 대신 “강제적인 일본군 성노예”라고 써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모든 미국 문서에 “위안부”란 말을 쓰지 말라고 단호히 지시하였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1996년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라고 규정하였다. 2007년 미국 연방 하원도 결의안을 통해 “성노예”라고 썼다. 당시 연방 상원의원이었던 클린턴 장관은 그때 “성노예“ 제기에 적극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장관의 “성노예” 지시에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운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 한국은 일본군 성노예의 직접 피해 당사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 년 동안 “정신대” 또는 “위안부”라고 그냥 써 왔다. “위안부”라는 말은 군대 위문공연단 같은 어감을 준다. 성노예라기 보다는 군 위문공연에 나선 가수 등 여성 연예인들을 떠 올리게 한다.

우리나라는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이제 부터라도 “성노예”라고 써야 한다. 클린턴은 “성노예”라고 고쳐 쓸 경우 일본이 반발할 것을 모를 리 없다.

일본 측은 즉각 “성노예는 틀린 표현”이라고 항의했다. 그렇지만 클린턴은 여성의 권리와 인간 존엄성에 반하는 반인륜적 범죄를 바로잡기 위해 주저 없이 나섰다. 그의 현실인식은 감정이나 선입견에 치우치지 않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냉철하며 엄격하다. 남북한과 관련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상원의원 시절인 2004년 12월 북한 김정일을 가리켜 “10대 갱단 두목 같다.”고 했다. 그는 또 노무현 정부가 종북반미로 막가자 반격하고 나섰다.

그는 2005년 10월 “한국이 지금 처럼 눈부신 경제 개발에 성공한 데는 미국의 역할이 컸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양국관계가 역사적 망각 상태라고 할 정도로 인식이 부족하다”고 힐난하였다.

북한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11월 당선되자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일환으로 오바마 측에 적극적으로 미소를 보내기 시작하였다. 미국에 접근해 남한을 고립시킨다는 책동이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북한을 비롯한 독재정권들과도 대화하겠다고 선언한데 고무돼 북한은 오바마에게 아양떨며 다가갔다.

클린턴은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지 1개월 만인 2009년 2월 방한하였다. 그 때 외교전문가들은 그가 북한의 회유책에 말려들어 북한에 유화적 태도로 임할 것 같다고 예상하였다.

하지만 그는 그와 반대였다. 그는 북한이 미국과 대화하기 위해선 먼저 한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딱 부러지게 조건을 달았다. 그는 또 “핵무기를 가진 북한에 대해 제재를 풀고 정상적인 관계를 맺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북한은 “착각하지 말라”며 냉혹하게 잘랐다.

클린턴은 남편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냈던 매들린 얼브라이트와 똑 같이 여성 장관이면서도 전혀 다르다. 얼브라이트 장관은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로 평양을 방문하였다.

그는 김일성 묘소부터 방문, 얼빠진 짓으로 서방세계의 눈총을 샀다. 뿐만 아니라 그는 김정일이 “남의 말을 경청하는 훌륭한 대화 상대자”라고 추켜세웠다. 김정일과 김대중 술수에 가볍게 놀아난 탓이었다. 너무 북한을 몰랐거나 냉철하지 못한 멍청이 였다.

하지만 클린턴 장관은 김정일을 “훌륭한 대화 상대자”가 아니라 “10대 깡패 두목”같다고 정확히 규정했다. “일본군 위안부“도 “성노예”로 바로 잡았다. 노무현의 반미종북에도 경고했다. 그러나 클린턴의 임기는 반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내년 1월 오바마의 임기가 끝나면 물러날 것이며 2016년 대통령 선거의 유력한 민주당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클린턴 장관의 빈자리에 얼브라이트 같이 얼빠진 사람이 다시 임명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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