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권력 집중화로 휘청거리는 대형교회

▲ 분당우리교회 홈페이지 캡쳐(원 안은 이찬수 목사)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거대한 몸집의 대형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많은 신도수, 엄청난 규모의 재정이 곧 깊은 신앙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비판이다. 이 때문에 대형교회들이 움찔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대형교회들은 종종 재정 운영의 불투명성, 일부 목회자의 권력 전횡 등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신도들은 이런 문제는 교회가 내실보다는 외형적인 모습에만 치중한다며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는 소리 없는 메아리였다.
최근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가 설교 중 “650억 원 상당의 교육관을 10년 뒤 매각해 전액 한국교회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현재의 교인들 4분의 3 정도는 교회를 떠나 약한 교회로 파송되면 좋겠다”고 얘기해 교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분당우리교회 측은 이 목사의 발언이 언론에 공개돼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지만 이를 반기는 이들은 예상 외로 많다.

이 목사의 설교가 퍼지면서 대형교회들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교회가 소유한 대형 본당과 부설 건물 그리고 부동산에 대한 교인들의 비판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교회 교인들 사이에서는 이 목사의 설교에 감흥을 받은 듯 자신이 다니는 교회도 이처럼 규모를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교회 건물 크고 높다고 좋은 것 아냐”

일부 대형교회는 이미 그 신도수로 인해 유명하다. 신도수가 많다보니 교회 본당의 크기 또한 실로 어마어마하다. 일부 교인들은 그런 대형교회에 다니는 것을 자랑삼기도 한다. 하지만 교회 본당의 규모가 신앙심과는 무관하다는 지적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강남의 유명 대형교회인 A교회에 다니고 있는 김모씨는 “대형교회라고 하지만 우리 교회는 다른 교회에 비해 본당이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일반 교회에 비해서는 큰 게 분명하다”며 “하지만 교회 건물이 크다고 해서 신앙심이 깊어진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예배를 보기 위해 매 주말마다 강북에서 오고 있지만 차를 몰고 오지는 않는다. 주차시설이 그리 좋지 않다보니 주변 골목에 몇 번 주차를 했다가 거주자들의 불만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생각해 보면 나를 위해 주변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그 이후로는 차를 가지고 오지 않는다”며 “주변 사람들이 내가 A교회에 다닌다고 하면 ‘큰 교회에 다녀 좋겠다’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부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교회에 다니는 최모씨는 “우리 교회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우리는 다행히도 주변에 거주지가 없어 교통에 따른 거주자들의 불편은 없다”면서도 “본당에 예배를 보러 온 교인들을 볼 때면 가끔 ‘이 사람들 중 신심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정말 교회당이 크다고 좋은 건지 모르겠다”고 자문했다.

‘목사 세습’으로 교인들 반발 커

일부 대형교회는 이미 ‘목사 세습’을 놓고 교인들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최초로 부자 세습을 시행했던 충현교회는 일부 신도들이 ‘충현교회 바로세우기 모임’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세습 이후 발생한 문제들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또 다른 대형교회인 금란교회의 경우 김홍도 목사가 아들인 김정남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줬으며 광림교회의 경우도 김선도 목사가 장남인 김정석 목사에게 교회를 세습했다.

하지만 ‘목사 세습’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무리 목회자로서 훌륭한 인품을 가졌다 하더라도 많은 권력이 담임목사에게 주어지고 있는 여건에서 담임목사가 다른 마음을 품을 경우 개인비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담임목사가 자녀에게 교회를 물려주면 후임목사인 자녀들은 부모의 비리를 들춰내기 어렵게 된다. A교회 교인 김씨는 “교회를 물려주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자칫 내부적으로 곪아 있는 부분을 건드리지 못하고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도려낼 수도 없을 정도로 커져 버린다. 이는 교인들에게 큰 실망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척교회 목사도 “개인적으로 부자세습은 옳지 않다고 본다. 교인들의 열망과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면 상관없지만 대부분 부자세습을 하는 교회는 대형교회다. 어렵고 고난의 길이라면 과연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하겠나. 결국 고난보다는 다른 것이 있기 때문에 물려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형교회, 정말 작아질 수 있나

분당우리교회 이 목사의 교육관 사회 환원도 신선한 충격이지만 다른 약한 교회로의 파송 언급 또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목사의 설교는 듣는 이들에 따라 다른 대형교회의 폐단을 지적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교회 일부 교인들도 이 목사의 발언이 지금까지 쌓인 문제를 풀기 위한 긍정적인 해결책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교회 교인인 최씨는 “이 목사가 어떤 의도로 얘기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신도수를 줄이는 것은 좋은 방안인 것 같다”며 “다른 지역에 같은 이름의 교회를 지어 그 교회로 신도수를 분산시키는 것이 아닌 아예 다른 교회로 옮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 목사의 발언이 언론에 공개된 후 몇몇 친한 교인 분들과 얘기를 나눠봤는데 일부 교인들은 이 목사의 발언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며 “나도 이번 기회에 교회를 옮기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하지만 내가 교회를 옮긴다고 대형교회의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교회의 김씨는 “대형교회에 다니던 교인들이 다른 교회로 옮겨갈 경우 그 교회 또한 대형교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단순히 다른 교회로 옮기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 교회가 크더라도 어떻게 꾸려 가는지가 문제다”라며 최씨와는 다른 입장을 밝혔다.

화두를 던진 분당우리교회 측은 현재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 목사뿐 아니라 분당우리교회 측은 언론과의 접촉을 꺼려하고 있다. 교회 측은 이 목사의 설교는 공개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교인들을 상대로 설교로 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대형교회들의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분당우리교회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설교가 언론에 공개된 후 다른 교회 관계자나 교인들로부터 항의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은 없다”면서 “다른 교회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아니”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우리 교회는 (이 목사가 설교한 부분을)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분당우리교회 이 목사의 발언이 특정 대형교회를 상대로 한 것은 아니더라도 일부 대형교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공론화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목회자들 또한 이 목사의 설교에 찬성의 뜻을 밝히며 대형교회가 부의 나눔과 함께 신도수를 줄이고 낮은 곳을 향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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