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대선 앞두고 북 군부 실세 지령 경천동지할 사건 터진다”

▲ <뉴시스>
[일요서울 | 오병호 프리랜서]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8일 최고 지도자인 ‘공화국 원수’ 자리에 오르면서 당·정·군 모든 분야를 사실상 장악했다. 북한은 지난 15일 리영호 총참모장을 해임하고 현영철 8군단장을 차수로 승진시키면서 내부 변화를 암시했다. 김정은의 원수 추대를 놓고 해석과 전망이 분분하다. 1인독재체제 구축을 위한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지만 북한의 노선개혁이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주목할 것은 북한의 이 같은 변화 조짐이 남한의 대선을 앞두고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전 북한과 여러 차례 비선 접촉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위원장이 중국 러시아 등을 방문할 때도 “남측 밀사가 북측과 극비리에 접촉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최근 김정은 원수 추대 소식이 전해지자 이번 대선과 북한의 변화를 연결시키는 분석도 일부 존재한다.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사망 전 중국에 대한 경계를 당부하면서 남한과의 협력관계 유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북한은 역대 정권이 창출되는데 있어 일정부분 영향을 끼쳐왔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의 이번 변화는 대선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정은에 대한 원수 추대는 위원장 사망 7개월 만에 전격 단행된 것으로 기존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다. 김정은은 2010년 9월 27일 대장에 오른 지 채 2년이 걸리지 않은 시점에 원수가 됐다.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의 내부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원수 추대는 분위기 전환을 위한 카드일 수도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의 군사 외교전문가들 중 일부는 이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시각이다. 해를 거듭하는 경제난으로 체제 유지에 위기를 느낀 북한이 일종의 이벤트를 벌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남한 대선을 앞두고 심상치 않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2012년 대선에서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원수 칭호 수여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다.

북한의 대외협상전략 변화

지난달 초 북한 소식통들은 북한의 대외정책, 특히 대남전략과 대미정책에서 변화가 일부 감지되고 있다고 전해 주목을 끈 바 있다.

특히 대남전략에서는 군사적 도발 위협수위를 부쩍 높이는 한편 ‘종북세력 편들기’, 12월 대선 개입 시도 등으로 종전보다 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주시하고 있는 부분은 북한의 대미정책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방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대외정책에서 주목할 것은 남북관계의 변화를 위해 남-북 간의 대화가 아니라 북-미 간의 대화를 통해 남-북 문제의 출구를 찾겠다는 기본 룰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남한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한반도 긴장 조성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창구를 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대외협상 창구는 단일화 형태가 아니었다. 군부와 노동당과 김정일 3자구도 속에서 의견 충돌과 견제가 계속됐다. 최근 김정은의 원수 칭호 수여는 당과 군부가 대화 창구를 하나로 통일하는데 합의했다는 일종의 신호로 해석된다.

또 북한이 남한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바로 대선과 총선이다. 남한 정치 지형이 미국과의 대화에 변수로 작용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 대남기관의 사령탑인 노동당 통일전선부(통전부)는 4·11총선 이후 12월 대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이 지난달 11일 새누리당을 상대로 낸 공개질문장에서 드러난다.

서기국은 “박근혜는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장군님(김정일)의 접견을 받았다. 정몽준, 김문수 등이 우리에게 와서 한 말들을 모두 공개하면 온 남조선 사람들이 까무러칠 것이다. 이들도 종북주의자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는 필요하다면 남측의 전·현직 당국자와 국회의원들이 평양에 와서 한 모든 일과 행적, 발언을 전부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념의 색깔이 대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아는 북한의 노림수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1961년 조직된 조평통은 통전부의 핵심 외곽단체로 한국 내에서 주요 사건이 발생하거나 또는 새로운 정책이 제시될 때마다 그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내놓는 대남기구다.

남북 비선접촉설 다시 부상

이처럼 최근 북한이 대선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조금씩 드러내자 정치권에서는 MB정부가 대선을 대비해 사전에 북한과 교감한 부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 근거는 2010년과 2011년 사이에 지속적으로 불거진 남-북 비선접촉설이다.

북한은 작년 6월 1일 남측과 북측이 정상회담을 위해 비밀리에 접촉한 사실을 공개해 파장이 일었다. 앞서 남북이 제 3국에서 극비리에 접촉했다는 언론 보도가 두 세 차례 터져 나온 적 있다. 당시 정부는 비선접촉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날 북한의 공개로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비선접촉설이 기정사실화 됐다.

또 이 대통령의 북한관련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이 대통령은 2010년부터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 “북한의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올 것”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수차례 해 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최근에도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던 시기 내몽골 인근에서 이 대통령 측과 극비리에 접촉했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이런 점들로 미뤄 남북이 여러 차례에 걸쳐 비밀접촉은 한 것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남북은 어떤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서로 만난 것일까. 또 우리 정부는 왜 북한과 그토록 비밀스럽게 접촉했던 것일까.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대선과 관련해 모종의 협의를 하려 한 것일 수도 있다”는 추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북한 소식통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남한 대선이 임박한 시점인 9월에서 10월경에 대선 개입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 접촉을 활발하게 꾀한 시기는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설과 겹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파악한 정부가 김 위원장 사망 전 중대한 문제에 합의점을 찍으려 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기서 ‘중대한 문제’란 북한의 대선 개입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골적으로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는 북한의 태도도 수상하다. 북한은 지금까지 남한의 지도자를 공개적으로 강도 높게 비방한 적이 거의 없다. 이런 면면을 감안할 때 남북관계를 감추려는 일종의 속임수 전략일 수도 있다.

[일요서울]이 북한 내부 동향에 정통한 한 소식을 통해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대선주자 가운데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지원하기 위한 전략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박 전 위원장은 방북 당시 때도 북한으로부터 호감을 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측근들에게 남한 정치인 가운데 신뢰할만한 정치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핵실험 강행 등 변수로

북한이 대선 기간 중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특정 후보에 득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각 캠프는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입장에서는 북한이 잠잠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북한 소식통들의 전언에 따르면 북한은 은밀하게 대선 프로젝트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복수의 특정 대선 후보를 주목하고 있으며 이들 중 교감이 통하는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플랜을 수립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대선 기간 중 현 정부와 경제교류를 재개하는 등 본격적으로 움직일 계획”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이벤트를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이 말한 이벤트란 남북 간의 획기적인 상호 협력방안 합의가 될 수도 있고 연평도 포격 등과 같은 도발이 될 수도 있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로켓발사나 소규모 핵실험 강행 등과 같은 카드를 내밀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북한 내부의 변화를 살펴보면 경제분야로 획기적인 합의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지난 15일 리영호 총참모장을 전격 경질하면서 향후 본격적인 군부 재편이나 새로운 정책 발표가 있을 수 있음을 예고했다. 후임으로는 2010년 9월 김정은과 함께 대장 칭호를 받았던 최룡해가 지난 4월 차수로 승진했고 리 총참모장의 후임으로 꼽힌다.

최룡혜는 군부의 핵심실세로 경제분야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현재 김정은과 더불어 북한의 실세로 알려진 장성택 당 행정부장과 함께 북한의 경제통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북한은 지금까지 군부 중심의 강경모드에서 경제협력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북한이 경제협력을 위해 남북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모색 중이며 빠르면 현 정권과 분위기 대반전을 일으킬 수도 있다. 아울러 다수의 대기업이 참여하는 경협프로젝트를 실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룡해는 장성택의 '분신'으로 불리는 인물로, 군 출신이 아닌 노동당 쪽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최룡해는 총정치국장에 발탁된 후, 정통 군인 출신인 리영호 등 군부와 계속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군부의 반대를 물리치고 최룡해를 중용한 배경을 두고도 여러 말들이 들린다. 그만큼 김정은의 경제개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경제개혁은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개혁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방법론을 둘러싸고 군부와 지속적인 마찰을 빚을 수 있어서다. 이는 최근 최룡해와 관련한 여러 소식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북한의 군부 재편과정에서 교전이 벌어져 군인 수십 명이 사망하는 유혈사태가 벌어졌다는 첩보가 언론에 보도돼 주목을 끈다. 지난 20일 북한 최고 실력자인 김정은이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해임하기로 결정한 후 이를 집행하기 위해 나선 최룡해 측이 리영호를 물리적으로 격리하려 하자 그의 호위 병력이 반발하면서 교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해당 첩보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안테나를 세우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소식통들의 전언에 따르면 리영호가 교전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거나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 소식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최근 보도된 총격전 관련 첩보는 북한의 내부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만들어낸 소설”이라며 “리영호가 물러난 것은 이미 군부와 당이 합의한 사항이며 무엇보다 현재 북한의 실세인 장성택의 결정일 뿐 내부 권력 암투와는 거리가 멀다. 리영호의 퇴진은 김정은의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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