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경선 돌입한 민주… ‘9월 대혈전’ 예고

▲ 민주통합당 정세균, 김두관, 손학규, 문재인, 박준영 후보(왼쪽부터 기호순)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통합당이 지난달 30일 컷오프 결과를 발표하고 본선에 진출할 5명의 후보를 확정했다. 런던올림픽 기간임을 감안해 잠시 휴지기를 둔 뒤 이달 25일부터 이들 5명의 후보는 경선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후 9월 16일 대선후보를 확정하며, 만약 1위 후보가 50% 이상의 지지율을 얻지 못할 경우 23일 결선투표를 통해 1, 2위를 차지한 후보 가운데 최종후보를 가리게 된다.

본 경선은 예비경선과는 다른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열기도 자연스럽게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현재 주춤세를 보이고 있는 문재인 대세론을 추격하기 위한 2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밖에도 컷오프 탈락자를 비롯한 후보 간 합종연횡이 이뤄지면서 경선판도의 변화도 예고된다. 특히 원외의 안철수 원장과의 후보 단일화 문제는 대선승리를 위한 가장 큰 변수이기도 하다.

후보연대, 2위 다툼, 安단일화 등 ‘갖가지 변수’ 산재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본경선 기호추첨 결과 정세균, 김두관, 손학규, 문재인, 박준영 후보 순으로 번호가 확정됐다. 이들 5명의 후보들은 본 경선을 앞두고 제1야당의 최종 대선후보가 되기 위한 피 말리는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 그리고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손학규·김두관 후보의 2위 다툼, 여기에 정세균-박준영 후보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역동적인 경선이 예고되고 있다. 더욱이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 문제는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통합당은 모두 8명의 주자들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경선에 뛰어들었다. 이어 지난달 30일 컷오프(예비경선)를 통해 본선에 진출할 5명의 후보를 압축했다.

빅4로 분류됐던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외에 마지막 본선행 티켓 하나를 두고 5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됐지만 결국 호남지역 당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은 박준영(현 전남도지사) 후보가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민주통합당 내에서 가장 먼저 대선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과 과학기술부장관 출신의 김영환 의원 그리고 김정길 전 행자부장관은 예비경선을 통과하지 못한 채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본선 진출자는 일제히 컷오프 탈락자에 대한 존경과 위로의 말을 건넸다. 문재인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에 “훌륭한 비전과 정책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꿈을 접은 세 분의 후보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으며, 손학규 후보는 “세분 모두 정말 고생 많았다. 세 후보께서 보여준 열정과 가치를 기억하고 정권교체의 큰 길에서 함께 하겠다”고 위로했다. 김두관 후보는 “그동안 함께 해온 세 분의 후보를 존경한다. 좋은 말씀 가슴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컷오프 탈락자, 3인의 선택은?

컷오프 결과가 발표된 뒤 많은 이들의 관심은 이내 탈락자들의 선택에 집중됐다. 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해 최종 후보가 결정되기 때문에 후보 간 연대가 큰 변수가 될 수 없다는 분석도 팽배하지만, 탈락자가 결국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경선구도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김정길 전 장관과 김두관 후보가 트위터 상에 나눈 덕담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전 장관은 김 후보에게 “경선 중 의견차이로 비판한 점 사과한다. 본선에서도 좋은 결과 바란다”는 사과의 글을 남겼고, 이에 김 후보는 “지역주의에 맞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항상 국민을 먼저 생각하시는 김 후보님의 뜻을 잊지 않겠다. 시대교체 정권교체에 사력을 다하겠다”는 요지의 덕담을 나눴다. 지역적 연고가 같다는 점에서 친분이 두터운 두 사람은 향후 연대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경기 안산이 지역구인 김영환 의원은 중부권 표심을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한 조경태 의원은 PK(부산경남)의 지지가 뒷받침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본선 진출자에게 매력적인 존재다. 이들 모두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아 지지 후보를 놓고 고심 중이다.

김영환 의원은 지난 2일 충북도청 기자실에서 “본 경선에 오른 대선주자들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부족한 점을 채워드리는데 온 힘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누굴 지원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모두 내게 ‘도와 달라’고 요청해 왔다”면서 “하지만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다. 내 역량을 보탰을 때 대선승리에 가장 큰 도움을 얻을만한 후보에게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드릴 생각”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현재 정치권 일각에선 김 의원이 손학규 후보나 정세균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선 출마 이전부터 ‘친노후보 필패론’을 주장하며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그가 결국 비친노 후보의 손을 들어주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이를 반영하듯 김 후보는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가 갖춰야할 주요 경쟁력과 관련 “예민한 부분이라 말하기 힘들지만 앞으로는 정책이나 콘텐츠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꼽았다. 그간 손학규, 정세균 후보가 컨테츠를 강조했던 점과 일맥상통한다.

결선투표제 관건, “2위를 점하라”

민주통합당은 이번 대선경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다. 9월 16일 대선후보를 확정하되 만약 1위 후보가 50% 이상의 지지율을 얻지 못할 경우 1, 2위를 차지한 후보가 18일부터 23일까지 또 다시 경합을 벌여 최종 후보가 결정된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은 본선에서도 문 후보가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결국 치열한 2위 싸움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손학규 후보와 김두관 후보가 2, 3위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반등을 꾀하고 있는 정세균 후보의 경선 전략도 눈에 띈다. 현재 정 후보는 박준영 후보에게 ‘호남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해 놓은 상태다.

정 후보는 지난 2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저와 박준영 후보는 지지층이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단일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경선 흥행의 차원에서 후보 단일화에 대한 노력을 해봐야 겠다”고 연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준영 후보는 이에 “그건 그분 생각이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 대선에 나왔다”면서 “지금 민주당 지지도가 다른 당에 비해 떨어진 이유도, 자꾸 연대하자는 등 공학적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나는 정치공학적 접근을 싫어한다”고 이를 일축했다.

당내에선 여전히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손학규, 김두관 후보의 2위 다툼이 치열한 상황에서 그나마 약체 후보로 분류되는 이들의 연대가 막판 추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호남지역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박 후보가 정 후보가 아닌 이길 수 있는 또 다른 제3의 후보를 선택할 경우 경선 판세는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 후보는 손학규, 김두관 모두에게 ‘히든카드’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한 대선후보 캠프의 핵심관계자는 “호남민심을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박준영 후보는 모든 후보에게 장점”이라며 “그와 연대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비문연대 그리고 후보 간 합종연횡

예비경선과 마찬가지로 본경선 역시 반문재인 구도가 팽팽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결선투표가 진행될 경우 비문연대가 또 다시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 또한 우세하다. 지난 7월 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의 이른바 ‘비문연대’ 결성은 결선투표제 도입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런 점에서 결선투표까지 올라온 최종 후보를 중심으로 또 다시 이들의 연대 움직임이 나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손학규 캠프 측 대리인을 맡고 있는 조정식 의원은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본선을 치르는 동안 각자가 최선을 다한 뒤 이후 이 문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논의가 되지 않겠느냐”고 연대 가능성을 열어 놨다.

김두관 캠프 측 대리인 문병호 의원 역시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결선투표에 오른 최종 후보를 중심으로 비문연대를 결성했던 이들이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이렇다 할 논의가 진행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정세균 후보 측은 이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정 후보 측 대리인인 최재성 의원은 지난달 기자와 통화에서 “결선투표에서 후보 간 연대를 추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완전국민경선제로 경선이 진행되고 모바일 투표가 실시되기 때문에 구조상 단합이 어렵다. 특별히 연대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 후보가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할 시 결국 문재인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명숙 전 대표 체제에서도 그는 친노 진영과 호흡을 함께했다. 지난 4.11총선 공천 과정에서 손학규·정동영계가 대거 공천에 탈락하며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도 정세균계는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되려 일부 인사는 주요 당직을 맡기도 했다.

당내 유력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결선투표까지 올라가면 그간 경선을 치렀던 후보들 역시 최종 남은 두 후보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전한 뒤 “비문연대 중심으로 또 다시 연대할 가능성도 있지만 정세균 후보의 경우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관문,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

결선투표가 진행될 시 민주통합당은 다음달 23일 최종 후보를 확정하게 된다. 이후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찬 대표도 10월경 안 원장과 단일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안 원장은 그간 부동의 지지율 1위를 지켜왔던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경선 후보를 뛰어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 대권출마 의지를 밝힌 자신의 책을 출간하고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이 때문에 당내 경선이 묻히면서 “경선판이 마이너리그가 됐다”는 자조 섞인 말도 들리고 있지만 정권교체를 위해 그 무엇보다 안 원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와의 단일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해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 당내 유력 주자들은 안 원장을 향한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안철수 원장은 말이 없다. 아직 어떤 선택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제1야당의 체면 또한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태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민주통합당이 안 원장과의 단일화를 추진한다하더라도 결코 자당 후보의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지난해 10.26재보선 당시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초유의 사태가 대선에서도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민주통합당 후보가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에서 승리한다면 민주당은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 되겠지만, 자칫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역사상 유례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 안팎에선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의 독배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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