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대리점·판매점 간 정보 거래 ‘의혹’ 밝히는 것이 우선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KT의 개인정보 유출에는 이동통신사→대리점→판매점으로 이뤄진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대리점과 판매점이 텔레마케팅을 위해 개인정보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신위원회 소속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동통신 대리점 및 판매점은 휴대전화기기 및 요금제 변경, 번호이동 등 영업활동 과정에서 개인정보에 접근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판매원은 원칙적으로 이동통신사 고객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없으나 영업 필요성에 따라 불법으로 조회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이번 KT 정보 유출처럼 개인정보 유출의 가능성도 상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은 이렇게 불법으로 유출된 개인정보는 고객 유치를 위한 불법 텔레마케팅에 사용하는 등의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동통신사는 가입자 유치 및 유지를 위해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리점은 또 다시 판매점을 운영해 가입자를 유치하는 피라미드식 영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재 전국에 대리점은 4463개, 판매점은 3만8527개가 영업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리점과 판매점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부처 및 이통사 합동 대응체계 마련 ▲불법 TM에 대한 실태조사 및 대응을 합동으로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불법TM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신고를 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신고활성화를 위한 조치로 ‘파파라치’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방통위는 올해 10월부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보호협회 등 전문기관에 ‘불법TM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해 대리점 및 판매점을 상대로 주기적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사용자가 정당한 신고를 할 경우 이에 대한 포상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불법TM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데에는 사업비가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방통위의 신고센터 운영 계획에는 예산 마련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이뿐만 아니라 KISA는 불법TM 신고센터를 운영할 방침마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운영주체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먹구구식으로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방통위가 8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방통위가 직접 신고센터와 파파라치 제도를 오는 10월부터 운영할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비영리 민간단체나 이동통신사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불법TM 신고센터와 신고포상제를 운영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배재정 의원실은 “‘파파라치 제도 운영 예산 계획’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에게 묻자 ‘이동통신사의 자원으로 포상금을 지급하게 할 계획’이라며 이동통신사와의 협의 여부에 대해서는 ‘차후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또한 “복수의 이동통신사업자들도 ‘아직까지 방통위와 구체적으로 협의한 것은 없다’며 ‘포상금을 우리가 지급하라는 얘기는 들은 바 없지만 만약 그렇다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특정 이통신와 계약한 대리점과는 달리 판매점은 복수의 이동통신사 요금제와 통신기기를 판매하고 있어 이통사가 판매점을 고발하고 모니터링을 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형 판매점이 시장을 독식하기 위해 군소 판매점을 신고하거나, 반대로 군소 판매점이 대형 판매점을 고발하는 경우 소비자의 피해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 경우 일부 판매점과 대리점 그리고 이통사 영업사원 간에 은밀히 진행된 개인정보 유출 커넥션이 드러날 수도 있어 이통사로서는 알면서도 눈을 감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부의 은밀한 커넥션 ‘의혹’ 차단 안 되면 ‘백약이 무효’

실제로 이와 같은 사례는 올해 3월 초에 진행된 대구 남명동의 LG유플러스 영업점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개인고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연락처가 기재된 서류가 발견되고 심지어 LG그룹 계열사 직원들의 개인정보도 무더기로 압수되면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본지 933호 보도)

당시 파워콤 대리점을 운영했던 A씨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LG 측에서 메일 또는 출력을 해서 개인정보를 전달했으며 때로는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6년 정도 사업을 하면서 대략 70회 정도에 10만 건 정도에 달하는 개인정보를 넘겨받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리점 운영주도 “자신은 개인정보를 직접 받지는 않았지만 다른 판매점에서 대량으로 개인정보를 받았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통사 영업직원과 대리점․판매점과의 은밀한 커넥션의 ‘의혹’이 명백히 차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통사들의 자원으로 불법TM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그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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