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체계적 폐기에 소홀할 경우 악성화 된 부문만 끌어안고 강제로 시장에서 도태
주식투자를 위한 지식과 정보도 적정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폐기되고 관리돼야 효율적

자연의 모든 것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우리 인간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피부와 장기 등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은 일정 주기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피부는 한 달에 한번 씩 새로 교체되고 위벽은 5일을 주기로 그리고 골격은 3개월마다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 겉보기에는 전혀 다르지 않지만 한 해가 지나면 우리 몸의 원자는 98%가 새 것으로 교체된다. 1년 전의 우리는 현재의 우리가 아닌 것이다.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세포가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것은 바로 효율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낡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통해 변화된 환경에 효율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진화의 산물이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대 자본주의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도 객석점유율이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미련 없이 극장에서 사라진다. 백화점 매장도 수익률이 저조하면 구석자리로 내몰린다. 프로선수 역시 컨디션 난조나 기타의 이유로 슬럼프에 빠지면 2군으로 떨어진다. 이것은 모두 사전에 정해놓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일어나는 일로서 격화된 경쟁이 그 원인이다. 이것을 체계적 폐기(Systematic Abandon)라고 하는데 경쟁자로 인해 강압적으로 폐기되기 전에 스스로 폐기하는 것이다.

체계적 폐기는 합리적 경영을 화두로 삼고 있는 기업에서는 당연한 정책이다. 스스로 취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일정 기준을 설정하고 이 기준에 충족되지 못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과감하게 정리하는 선셋(Sunset) 조항을 마련하는 식이다. 체계적 폐기에 소홀할 경우 시간이 흐른 뒤 악성화 된 사업부문만 끌어안고 경쟁자에 의해 강제로 시장에서 도태되고 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개인적 차원의 일상과 투자에 있어서도 이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미 떠나버린 인연을 잊지 못하고 번민하기 보다는 마음 속 아련한 추억으로 덮어놓고 미래를 향하여 발을 내딛는 게 장기적으로 보아 훨씬 바람직하다. 과거의 것은 과거에 남겨두어야 한다.

오랫동안 주식투자를 해온 투자자들 중 무언가 꼼꼼히 기록하고 작성해 방대한 자료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있다. 일일이 수기로 적은 그 자료를 자랑스럽게 내보이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유용한 것이 아니라 의아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처럼 과거의 정보와 지식 그리고 자료를 무작정 쌓아두어서는 곤란하다. 정리되지 않은 데이터는 번잡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고 유지하고 보관하는 데에도 노력과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일정한 주기와 기준을 설정해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주식시장을 둘러 싼 환경과 여건 또한 매 순간 달라진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반드시 필요한 지식과 정보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불필요한 과거의 정보, 지식과는 결별할 일이다. 우리 몸의 원자가 일년 사이에 98%나 새로운 것으로 바뀌는 것은 보다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위함이다. 우리의 지식과 정보도 역시 적정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폐기되고 관리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변화무쌍한 시장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전략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동윤 현대증권 시화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