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은별 기자] 전북 전주의 한 중학교에서 ‘성폭행 위기 때 미친 척하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내 빈축을 사고 있다.

14일 전주 A중학교에 따르면 학교 측은 지난 7월 중순 전교생에게 A4용지 세 장 분량의 여름방학 중 건강관리 가정통신문을 보내 성폭행 대비책을 제시했다.

통지문에는 건강관리 수칙과 함께 ‘불이야’, ‘호루라기를 분다’, ‘빨리 도망가는 것이 좋다’, ‘소란을 피워라’ 등의 성폭력 대비책이 적혀 있었다.

이 중 학부모의 빈축을 산 대비책은 ‘미친 척해서 도망칠 기회를 만든다’는 항목이었다. 그러나 미친 척할 경우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또 ‘미친 척’이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담고 있는지 언급이 없었다.

이에 성폭행을 예방하기보다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네티즌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지적장애자도 성폭행하는 판에 미친 여자 하나 성폭행 못 하겠나”(최**/네이트), “성폭행범이 상대가 미쳤나 안 미쳤나 따질까”(송**/네이트), “성폭행 위기 때 미친척하면 범인이 ‘얘 미쳐서 신고도 안할 거 아냐’ 이럴 수도 있다”(최**/네이트) 등 반응으로 반박했다.

반면, 오죽 성폭행이 빈번하면 이런 통신문이 나올까 두둔하는 반응도 있었다. 한 네티즌(박**/네이트)은 “오죽하면 미친 척 하라는 말까지 나올까? 사회가 미친거다”라며 씁쓸해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도 “미친 척이 가장 효과 높은 거 아냐?”(박**/네이트), “성폭행범들은 여자가 거부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서 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저 가정통신문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최**/네이트)라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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