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물고’, 새누리 ‘받고’, 검찰은 ‘수사’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18대 대통령 선거가 90여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대선 정국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치열한 각축전 양상이다. 외형상 3각 구도지만 야권 단일화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로 문재인 안철수중 누구로 단일화가 되느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1로 싸워야 하는 박 후보인데다 잇따른 측근 비리 사건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여론조사상에서도 둘이 단일화할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수진영에선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를 겨냥해 네거티브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수순이 특정 보수단체가 의혹을 제기하면 보수 언론과 새누리당이 받고 다시 의혹을 제기한 보수 단체가 검찰에 고발내지 수사를 의뢰하는 식이다.

보수 진영에서 문재인·안철수 저격수를 자청하는 인사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저격수’라는 부정적인 속성상 캠프 공식적인 인사보다는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이뤄지고 그 방식 역시 과거보다 세련되게 진화하고 있다.

일단 ‘명분있는 네거티브전’을 들 수 있다. 새누리당 이종혁 전 의원이 ‘문재인 저격수’ 로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 전 의원은 올해 4·11총선 직전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문 후보를 겨냥해 ‘문 후보가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인 2003년 부산 저축은행 구명을 위해 금감원 담당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2004~07년에 걸쳐 법무법인 부산이 부산저축은행 관련 사건을 수임해 총 59억 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이 ‘압력 행사’의 대가일 것이라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이에 문 후보가 속한 법무법인 부산은 이 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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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문 후보가 금감원 담당 국장과 통화가 있었고 이 전 의원은 ‘비방목적’ 보다는 공적 인물인 문 후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결과 문 후보는 “철저히 조사하되 예금 대량인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히 처리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금감원 전 국장 역시 “전화를 받았지만 청탁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 전 의원은 문 후보와 법무 법인 부산에 대한 적절한 해명과 사과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9월20일 이 전 의원은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문 후보나 법무법인에서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며 “경선이 끝났고 사과가 없으면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법적.정치적 공세를 펼칠 것임을 경고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청탁성 전화를 했다면 본인의 회사에 거액의 사건 수임 계약을 맺게 해서는 안된다는 게 공인의 기본 자세”라고 공격에 나섰다.

‘명분있는 네거티브’보다는 ‘검찰을 내세운 저격수’도 있다. 보수단체인 자유청년연합의 장기정 대표(37)가 주인공이다. 민주당과 안철수 ‘저격수’로 나섰다. 장 대표는 이미 지난 5월 민주통합당 대표 선출 과정에서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관련 사건을 대검에 수사의뢰한 인물이다.

장 대표는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20대 여성 김모씨가 모바일 투표와 대의원 현장 투표에 모두 참여했다’는 내용의 이중 투표 의혹을 제기하자 대검은 다음달인 6월 서울남부지검에 사건을 이첩해 수사를 하고 있다. 장 대표는 20일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검찰이 20대 여성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병 확보가 되면 나도 참고인 조사를 받게되는 데 아직까지 연락을 못받았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장 대표는 8월16일에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대표로 있던 안철수 연구소를 대검에 고발했다. 안랩이 2000년 4월 국가정보원이나 통일부 등 정부와 사전 승인 없이 V3(컴퓨터 백신프로그램)를 북에 제공한 것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23일 최고회의에서 ‘V3 북한 제공 의혹’관련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상황이다. 대검은 공안1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안철수측에서는 논란이 일자 금태섭 변호사를 통해 “안랩은 V3의 소스 코드는 물론 개별 제품도 북한에 전달한 바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힌다”고 해명했다. “또한 V3의 개별 제공건 관련 일부 매체보도도 10년전 담당자인 H 부장에게 확인한 결과 ‘검토한 바 있으나 전달한 바 없음’을 최종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일부 보수단체 야권후보 ‘흠집내기’ 전락

장 대표는 “이미 공소시효(7년)가 지난 사건이지만 고발한 것은 유력한 대선 후보는 의혹이 있으면 국민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 소명을 해야 한다”며 “‘건네주지 않았다’고 하지만 당시 H 과장은 ‘증정용으로 보냈다’는 기사가 있고 이제 와서 아니라고 발뺌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장 대표는 민주당 대표 경선 부정 의혹 수사의뢰에 이어 8월20일부터 진행된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모바일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여차하면 검찰에 수사의뢰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 모바일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며 “부정 의혹이 있다면 고발은 쉽지 않고 수사의뢰를 위해 알아 보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황은 없다”며 “김두관, 손학규 인사들이 억울한 측면이 있어 양심고백을 하면 좋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새누리당 역시 검찰 수사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모바일 부정투표 의혹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문재인 후보의 정당성’논란으로 불거지고 ‘제2의 통합진보당 사태’로까지 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만나 자리에서 “모바일 투표를 주관한 것이 피앤씨 글로벌 네트워스(황인성 대표)고 그 형이 문재인 캠프내 참모로 일했다”며 “사전에 열람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보수단체가 ‘부정 요소’를 찾아내고 검찰 수사 의뢰를 의뢰한다고 해도 진보당 사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다수다. 일단 진보당 분당 사태 원인은 당 지도부 선정시 불거진 ‘모바일 투표’ 논란과 비례대표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온라인 중복 IP 투표에 외부인사 진행상황 확인 및 개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반면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서 불거진 논란은 ‘유권자 5회 통화 시도 불발건’, ‘모바일 투표자 현장투표 신청건’, ‘프로그램 오류에 따른 수정 작업’ 등 통계적 작업이나 기술적 오류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비문진영에서 ‘경선 불참’ 등 강력히 항의했던 ‘중간투표’ 무효표 인식 사례 역시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상적으로 경선이 이뤄졌다.

무엇보다 손학규·김두관 측이 이미 과반 이상 표를 문 후보가 가져가 결선 투표까지도 가지 못한 상황에다 모바일 투표 문제와 피앤씨 대표와 문재인 캠프 후보간 관계를 사전에 알고 있어 재차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이렇듯 새누리당과 보수단체는 야권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해 주고받으면서 키우고  검찰을 내세워 ‘흠집내기’를 통한 전세 역전을 꾀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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