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 전쟁·여론대전·정체성 경쟁 전면전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추석을 맞이해 ‘단일화 목장’을 차지하기 위한 대혈투를 벌이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추석 민심을 얻는 자가 대권을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사활을 건 모습이다. 문재인·안철수 추석맞이 대혈투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 하나는 ‘人의 전쟁’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어떤 인물을 영입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여론 전쟁이다. 추석이후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해야 향후 단일화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체성 경쟁이다. 그동안 국민들이 정치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던 원인 중의 하나가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똑같다’평 때문이다. 문 후보나 안 후보는 중첩되는 진보진영의 표를 차지하기위해선 분명한 가치관과 정책 제시가 필요하다. 추석을 앞둔 문·안의 3대 혈투를 조명해봤다.

[하나-人의 전쟁] 고래싸움에 몸값 올라가는 ‘GT계’

보수진영을 제외한 범야권 성향의 인사들을 영입하기위한 문재인 안철수 후보 간 ‘인재 영입전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포문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박영숙 안철수 재단 이사장의 임명이다. 박 이사장은 13대 국회에서 평민당 전국구 1번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 DJ 총재권한대행, 국민의 정부 대통령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인사다. 지난 10·26서울시장 재보선에서는 박원순 후보 캠프 고문을 지냈다. 또한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때 조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이어 안 후보는 대선출마 직후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선숙 전 의원을 캠프 내 총괄본부장으로 임명했다. 민주당 내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당 사무총장에 임명된 뒤 총선 과정에서 선대본부장을 맡아 총선을 진두지휘했다. 또한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부대변인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박 전 의원은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대변인 등을 역임했고 참여정부에서는 환경부 차관을 지냈다.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과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함께한 ‘김근태계’ 인맥으로 분류된다.

안 후보의 DJ맨 영입은 민주당 텃밭을 흔들기에 충분했고 문 캠프를 긴장케 만들었다. 호남을 의식한 안 후보의 연이은 인재영입으로 호남 여론은 안 후보로 자연스럽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문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이후 광주·전남을 찾고 9월 25일엔 이희호 여사를 만나고, 27일 재차 호남을 방문해 1박을 하는 이유이다. 또한 문 후보 캠프가 정동영, 정세균 호남 출신 중진 의원을 캠프에 적극 영입한 배경이기도 하다.

민주당 정통 세력을 확보하기 위한 안 후보의 행보는 DJ맨 영입에 그치지 않았다. 동시에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알려진 고 김근태계(GT계)를 캠프 내 요직에 다수를 포진시켰다. 대표적인 인물이 허영 전 김근태 의원 보좌관을 비롯해 김형민 정책팀장, 유민영 대변인 등 이다. 유민영 대변인은 고 김근태 전 고문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노무현 후보 대선기획단 선대위 홍보팀 부장을 거쳐 참여정부 마지막 춘추관장을 지냈다.

이렇듯 GT계 인사들이 다수 안 캠프 내 포진하면서 민주당 내 GT계보로 알려진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 움직임이 당내 주목을 받았다. 박 총괄본부장에 이어 추가 탈당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 캠프는 민평련 소속 인사들을 캠프로 영입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리들 GT'로 불리며 민평련 소속인 이인영 의원을 대선기획단 기획위원으로 영입하고 노영민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진성준 의원을 공동대변인으로 우원식 의원을 총무본부장으로 기용했다. 모두 민평련 소속 GT계 인사들이다.

한발 더 나아가 문 후보는 2007년 손학규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은 김부겸 전 의원을 기획위원으로 삼는 등 선공을 펼쳤다. 김 전 의원은 안 원장 출마 전부터 여려 차례 만남을 통해 안철수 캠프 중요 직책을 맡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문 후보가 ‘삼고초려’해 영입한 케이스다. 안 후보 역시 손학규 캠프 내 언론특보를 지낸 김경록 전 부대변인을 영입하면서 손학규계 인사 영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안 캠프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은 바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손학규계로 불리는 정장선 전 의원, 강훈식 전 정무특보 이남재 전 비서실 차장 등이 ‘안철수 캠프로 간다’는 소문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또한 ‘안철수 정치적 멘토’를 자청했던 윤여준 전 장관의 문재인 캠프행 역시 마찬가지다. 안 후보가 윤 전 장관을 겨냥해 ‘300명 정신적 멘토중의 한 명’이라고 폄하하면서 소원해진 틈을 타 문 후보가 영입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적의 적은 나의 아군’이라는 말의 전형이다.

[둘-여론대전]여론승리자 대권 여의주 삼킨다

역대 대선을 보면 추석 민심에서 앞선 후보가 모두 대권을 거머쥐었다. 특히나 ‘야권 단일화’를 해야하는 문재인 안철수 입장에선 추석후 민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추석전까지 민심 추이는 안 후보가 ‘우세’한 가운데 문 후보가 바짝 뒤를 쫓는 양상이다.

MBN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월 21일과 22일 이틀간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야권 단일화’에 우위를 점할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 양자대결에서 48.9% 대 44.2%로 4.7%P 앞섰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박 후보와 대결에서 46.5% 대 44.7%로 근소하게나마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다자구도에서 각각 37.7%, 33.1%, 19%로 문 후보가 두 자릿수 이상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같은 기간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박 후보 41.2% 안 후보 49.9%로 양자대결에서 오차범위 밖으로 안 후보가 높게 나타났으며 박-문 양자대결에서는 박 후보 45%, 문 후보 45.9%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자 대결에서는 박후보 38.5%, 안 후보 31.2% 문 후보 19.1%로 문 후보가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야권 후보 단일화 적합도 조사에서는 안철수 47.5% 문제인 40.1%(MBN-한길리서치)로 나왔고 KBS조사에선 문 후보 39.6%, 안 후보 44.6%로 안 후보가 오차범위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보였다. 오히려 같은 기간 국민일보-월드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야권 단일후보로 문 후보가 46.1%, 안 후보 43.0%로 문 후보가 오차 범위 내지만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 로데이터 분석결과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54.9%는 야권 단일후보로 문 후보를 택했고 안 후보는 25.1%에 그쳐 박 후보 지지자들의 ‘역선택’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여론조사를 통해서 본 안철수 후보는 서울과 인천.경기 호남권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문 후보는 영남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었다. 연령별로 보면 안 후보는 20~30대층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문 후보는 50대 이상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지지를 보였다. 서로 지지층이 겹치지 않는다는 점은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지만 거꾸로 단일화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구도와 가장 비슷하게 여론을 형성했던 때가 2002년 대선 때다.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9월 22일 한국갤럽 조사는 이회창 31.3%, 정몽준 30.8%, 노무현 16.8%였다. 이 후보는 3자 구도에서 1위를 지켰지만 두 명의 다른 후보의 지지율 합보다 16%P나 뒤졌다. 양자 구도에서도 정 후보가 43.9% 대 34.9%로 이 후보에게 9.5%P를 노 후보도 39.3% 대 35.5%로 앞섰다. 대선 결과 야권 후보 단일화에서 이긴 노무현 후보가 48.9%, 이회창 46.6%로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추석 민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한 예다.

[셋 정체성 경쟁]문-좌클릭 안-우클릭 ‘윈윈전략’

안철수 캠프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경제 멘토’로 삼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반대편에서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대부로 불리던 이 전 부총리는 DJ정부 시절 신자유주의 기조 아래 기업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고, 그는 ‘구조조정의 달인’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그는 또 신용카드 남발 정책을 통해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했고, 그것이 오늘 날 가계부채의 요인이 됐다고 비판받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에 재임된 그는 참여정부의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누더기로 만든 당사자라고 맹공을 받고 있다. 즉, 이 전 부총리는 가계대출 방조, 공공부문의 민영화, 금산분리 폐지, 금융의 세계화를 골자로 하는 경제철학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안 원장이 추구하는 경제 철학과 상반된 인사라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하지만 ‘중도좌파’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안 후보로선 이 전 총리는 매력적인 카드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단 출마 선언하자마자 ‘안철수-이헌재’ 조합은 ‘박근혜-김종인’ 조합에 버금가는 위상을 꿰찼다. 박근혜 후보가 김종인 카드를 써서 선점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은 대선의 핵심 화두다. 김 위원장의 역량도 만만치 않지만 이 전 부총리도 경륜에서 뒤지지 않는다. 앞으로 주목할 부분은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부채다.

구조조정이 이 전 부총리의 전공 분야라는 점을 감안하면 안 후보 쪽에서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정책·공약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정부가 그를 경제부총리로 발탁한 이유도 당시 카드 사태와 신용불량자, 가계대출 문제로 경제가 위기상황을 맞았기 때문이었다. 이헌재 회고록을 보면 위기 타개책을 고민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그에게 중임을 맡겼다.

또한 ‘중도좌파’에서 ‘국민 통합형 후보’나 ‘제3의 정치’를 실험하는 안 후보 입장에선 중도에서 ‘우클릭’을 하기 위한 카드일 수 있다. 안 후보가 취약한 지지계층인 50대 이상을 겨냥해 노인복지를 강조한 점 역시 ‘우클릭’을 위한 행보다. 안 후보는 9월 25일 한 포럼에서 “주거·건강·교육·보육 등 여러 분야에서 복지가 미흡하다, 특히 노인들이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목숨을 끊고 있다, 비정한 자본주의의 단면을 보여준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빈곤률이 가장 높고, 노인 자살률 또한 높다. 어떤 전문가들은 노인 가난 제로를 정부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중도’에서 ‘좌클릭’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 후보는 9월 26일 서울 시청에서 골목상권 보호정책 간담회를 갖고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살리기를 위한 서민 끌어앉기 행보에 들어갔다. 문 후보는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되면 ‘중소기업 소상공인 적합업종 보호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며 “중소기업 소상공인 적합업종을 지정해 대기업 진입을 막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문 후보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치유센터인 ‘와락’을 찾았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해고 사연을 들으며, 문 후보는 정말 와락 눈물을 흘렸다. 그리곤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박 후보로 대변되는 보수 진영의 표를 잠식하고 문 후보는 통합진보당 사태로 지지부진해 ‘갈곳 없는 좌파 세력’을 흡수하기위한 본격 정체성 경쟁에 돌입한 셈이다. 어쩌면 후보 단일화를 위한 상호 전략적인 ‘윈윈 전략’으로도 보인다.

mariocap@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