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측, “쇄신 거부시 위원장직 사퇴” 단호

▲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위원장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새누리당을 ‘차떼기 정당’으로 만든 안대희 전 중수부장이 ‘정치개혁의 칼’을 뽑아들었다. 박근혜 캠프 정치쇄신특위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50여일이 지난 안 전 부장은 국회의원의 특권 폐지 및 대통령 친인척 비리 척결을 위한 비책을 준비중이다. 무엇보다 대선을 70여일 앞두고 던질 개혁의 칼날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3인에게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이를 잘 아는 안 위원장 역시 ‘위원장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끝까지 밀고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대선을 앞두고 안 위원장과 대선 후보 3인방의 치열한 수싸움이 시작됐다.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이 수상하다. ‘대한민국에서 실세나 측근이란 말은 없어져야 한다’, ‘박근혜 파는 사기꾼들이 선거 망친다’, ‘책임총리제를 실시하겠다’는 등 파격적인 말을 뱉어내고 있다. 박근혜 후보와 사전 논의도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한다는 시각도 받고 있다. 일단 안 위원장이 꺼내든 정치개혁 화두는 소위 ‘안대희법’으로 알려진 ‘특별감찰관제’. 국회가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되는 독립 기관이 대통령 주변의 권력실세 등을 특별 감찰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대판 포청천 안대희 ‘뒤는 없다’
‘대통령 친인척 및 권력실세 비리 부패 원천 근절’을 목적으로 내놓은 감찰관제는 해당자의 재산변동 내역을 검증하기위한 현장 조사, 계좌추적, 통신거래내역 조회 등 실질적 조사권과 고발권을 가지게 된다. 임기는 3년이고 퇴임 때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이 재직 중이면 그 기간에 공직 취임이 금지된다. 면직은 탄핵이나 국회의 해임 요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을 경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감찰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직접 출석해 답변할 의무도 있다.

규제 대상은 대통령의 배우자, 직계존비속을 포함한 일정 범위내의 친인척으로 했다. 특수관계인으로는 국무위원,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를 비롯해 4대 사정기관 수장(검·경·국정원·국세청)과 감사원장, 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이 포함된다. 이중 감찰관이 지정한 사람으로 했다.

또한 대통령 재임기간 친인척이 공개 경쟁 임용 등 법령으로 정해진 공직 이외에 국회의원이나 시도지사 등 선출직을 포함 신규 공직이나 공공기관 임직원으로 취임할 수 없게 제한했다. 정기 호봉 승급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승진이나 승급도 제한했고 특히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이 감찰관제의 규정을 위반해 유죄를 선고 받을 경우 대통령의 사면권도 제한할 방침이다. 특히 공무담임권(국민이 공무원이 되어 공무를 담당할 수 있는 참정권) 제한도 20년으로 늘려 한 번 비리에 연루된 사람은 사실상 영원히 정치와 공직사회에서 발붙이지 못하 만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 위원장은 지난 9월 27일에는 ‘대통령의 인사권도 제한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책임 총리·장관제를 도입해 총리에게 국무위원 제청권 등 과 같이 헌법과 법률에 따른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깨끗한 국정운영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그 토대를 만들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또한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도 적극적이다. 우선 안 위원장은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고 ‘국민공천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국민공천제란 각 정당이 자체 공천심사나 내부 경선을 통해 자당 후보를 뽑는 기존 방식과 달리 당원과 국민이 참여한 경선을 통해 복수의 후보자를 선출해 본선에 진출시키는 방식이다. 가령 A 선거구에 새누리당 예비후보 5명, 민주당 예비 후보 5명 등 총 10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했다면 해당 선거구 유권자들이 예비 선거를 통해 각 당별로 본선 진출자 2명을 추려내는 식이다.

정당공천제 폐지안 포함 공은 여야에
과거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총선 정당공천폐지’를 주장하며 입법 발의한 ‘국민공천 국회의원 예비선거’와 유사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18대 발의했지만 19대 국회에 들어서면서 자동폐기됐다. 아울러 ‘국회의원 장관 겸직 금지’라는 기존 국회의원 특권 포기 방안에다 ‘측근 배제’을 위한 특정 캠프내 현역 의원의 청와대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특히 이는 캠프내 실세로 불리는 인사들이 대통령 당선 직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면서 각종 게이트나 비리가 터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친박 핵심 인사들의 반대가 거세 입법화되기는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기류에도 불구하고 안 위원장의 정치개혁 의지는 강력하다. 안 위원장은 한 언론과 최근 인터뷰에서 “대통령도 팔고 다니는 데 박 후보를 파는 사람들이 없겠는가”라며 “호가호위일 뿐인데 선거를 망치고 박 후보를 어렵게 하는 사람들은 자숙해야 한다”고 뜻을 굽히질 않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이제 대한민국에서 최소한 측근이나 실세란 말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권력자의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에 대한 강력한 근절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이런 정치개혁안을 담은 최종 쇄신안을 금명간 박 후보에게 공식적으로 건네고 당분간 ‘정중동’할 예정이다. 박 후보가 쇄신안을 전폭 수용할 경우 그동안 ‘지지부진’한 박 후보의 지지율도 어느 정도 만회할 것이라는 게 특위측의 전망이다. 또한 민주당 문재인 후보나 무소속 안철수 후보 역시 안 위원장이 제시한 쇄신안을 거부할 명분이 적다는 점에서 10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공산도 높다.

하지만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정당 공천제 폐지, 대통령 인사권 제한에 친인척 및 측근 공직 진출 배제 등 여야 국회의원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민감한 사안으로 흔쾌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박 후보가 안 위원장의 쇄신안에 대해 ‘조건부 수용’이나 ‘거부’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처럼 작용할 수 있다. 안 위원장측은 이미 “공은 박근혜 후보와 정치권에 넘겼다”며 “이를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을 경우 안 위원장이 캠프내 남을 이유가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 위원장이 ‘직’을 걸고 추진한 이상 무산될 경우나 조건부 수용할 경우 사퇴할 수 있다는 배수진까지 친 셈이다.

민주당 문 후보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여야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안 위원장의 정치쇄신안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치쇄신안이 민주당보다 한발 앞서 발표한 데다 ‘개혁적이다’는 호평을 받을 경우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캠프 선대위 구성이 끝났지만 정치쇄신을 담당할 ‘새로운 정치위원회’(가칭) 위원장에 인선도 10월5일까지 안된 상황이다.

박·문 ‘당혹’VS 안 ‘환영’ 극과극 대조
반면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박 후보와 문 후보를 압박할 카드가 생기는 셈이다. 쇄신안에 대해 반대할 이유도 없지만 여야가 ‘찬반’을 두고 공방을 벌일 경우 여의도 밖에 있는 안 후보는 더할 나위없는 정치적 호재다. 더욱이 여야가 ‘밥그릇 지키기’싸움으로 비쳐질 경우 민심은 무소속인 안 후보에게 쏠릴 공산이 높다. 무엇보다 안 후보가 쇄신안에 대해 ‘찬성’할 경우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울며 겨자 먹기’로 끌려 갈 수밖에 없게 된다. 안 후보로선 안대희발 ‘정치 쇄신안’이 문 후보와 ‘야권 단일화’그리고 박 후보와 맞대결에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는 셈이다. 

mariocap@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