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재선거 출마 후보 두고 여야 신경전 치열

▲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文측, 조 교수 출마 정권교체 쌍두마차 굳히기 기대
安측, 대학교수나 저명인사보다 현장 경험 풍부한 교사출신 적합

새누리당에 초비상이 걸렸다. 오는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야권 후보로 조국(48)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등판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가 실제로 출마할 경우 여권은 이에 맞설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곽 교육감의 낙마를 전제로 그간 여권은 콧노래를 불러왔다. 대선과 함께 재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교육감 후보는 사실상 대선주자의 러닝메이트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참신한 인물이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선다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고전이 예상되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는 오랜 가뭄 끝의 단비나 마찬가지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도 지난 15, 16대 때와 마찬가지로 50만 표 안팎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야권은 전전긍긍했다. 곽 교육감이 극적으로 회생하기만을 바랐다. 진보 성향의 곽 교육감이 후보 매수죄로 낙마한 것도 불명예스러울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내세울 만한 후보도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곽 교육감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한 정치권 소식통은 “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여권에 호재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야권에서 조 교수가 나온다면 여권에서는 과연 어떤 카드로 맞설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野, “조국만 나오면 대선도 OK”

민주통합당에서는 조국 서울대 교수의 구원 등판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상당히 높은 조 교수는 진보 성향의 학자로 야권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조 교수만 나와만 준다면 재선거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고 대선 승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조 교수에게 ‘도와달라’고 요청은 했지만 수락 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서 조 교수의 출마는 단순히 교육감 한 명을 배출하는 차원이 아니다. 조 교수가 출마한다면 대선주자의 러닝메이트 성격을 띠는 만큼, 사실상 정권 교체의 쌍두마차를 구축할 수 있다는 논리다.
조 교수는 그러나 출마할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각종 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강력한 출마 권유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던 조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도 멘토 역할을 희망한다.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조 교수는 “정권 교체를 위해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신뢰받을 수 있도록 혁신해야 하고, 민주당에 묶이지 않는 안철수 지지세력의 마음도 얻어야 한다”면서 “두 가지를 위해 내가 할 역할을 하겠다”며 민주당 입당 제안을 완곡하게 거절했었다.

재선거 승리를 낙관하던 새누리당은 조 교수 등판설에 초비상이 걸렸다. 여기저기서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은 20명에 이르지만, 야권의 ‘조국급’을 상대할 만한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주호 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등판이 거론되고 있으나 정작 본인은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현직 장관이 갑자기 자리를 내놓고 교육감 선거에 뛰어든다는 것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조 교수와 이 장관이 끝내 고사할 경우 여야는 대선후보가 직접 후보를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대영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 등이, 야권에서는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文은 “무조건”, 安은 “글쎄요”

조 교수는 “국민들께 문(文) 안(安) 드리자”고 제안한다. 조 교수는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가 정권 교체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한다. ‘문안 드림’은 조 교수의 현재 입장을 대변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조 교수의 출마가 더 간절한 쪽은 문 후보 측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안철수 후보에 이어 3위에 처져 있는 문 후보 측은 조 교수가 출마한다면 일찌감치 민주당 간판 아래에서 ‘정권 교체의 쌍두마차’ 이미지를 굳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럴 경우 시너지효과는 예상외로 클 것이고, 안 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문 후보 측은 낙관하고 있다. 조 교수의 잇단 고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문 후보 측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측과는 다소 시각차가 있다. 교육감이란 자리가 정치적 판단에 의해 결정돼서는 안 된다는 게 안 후보 측 생각이다. 또 안 후보 측은 교육감은 대학교수나 사회 저명인사보다는 교사 출신이 맡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한다.

안철수 캠프 측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서울시뿐 아니라 교육감이라는 자리는 초중고생의 교육을 책임지는 어른”이라며 “그런 자리인 만큼 대학교수나 사회 저명인사보다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교사 출신이 후보로 적합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양재형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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