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말(馬) 때문에 ‘기강해이’란 말(言) 들었다

▲ <사진 자료=뉴시스>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한국마사회의 온갖 비리 의혹이 하나, 둘씩 터져 나오면서 ‘국민을 경마에 빠트려 놓고 뒤로는 딴 짓 했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직원들은 휴일이건 평일이건 할 것 없이 골프에 빠졌고, 유관단체에는 매점운영권을 몰아줬다. 그것도 모자라 방만한 경영으로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날렸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 손해 본 돈의 회수는 꿈도 못 꾸고 있다.
휴일만 되면 경마장뿐만 아니라 전국에 마련된 지점(KRA플라자)에는 레저보다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경기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결국 마사회를 배부르게 해준 꼴이 됐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각 지점 앞은 포장마차가 대열을 이룬다. 허탈해 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돈 버는 곳은 마사회랑 포장마차뿐”이라는 농담이 오간다.
‘지자체 재정기여도 1위’라는 명예 뒤에는 온갖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어 국정감사장에서는 여야를 막론한 모든 의원들이 마사회를 질타했다.

경마에 빠진 이들이 산 마권이 일부 마사회 임직원들의 고액연봉으로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783명의 마사회 임직원 중 1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사람은 총 96명으로 12.3%나 됐다. 가히 ‘신의 직장’으로 불릴 만하다.

마사회는 또한 사택 입주자 337명 중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98명에게도 사택을 제공했다. 이 중 직원 6명은 집이 4채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택에 입주했다. 모럴헤저드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불법 눈감아 주는 마사회

일부 국민들이 경마에 빠져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마사회는 이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구매한도 10만 원을 넘겨 마권을 구매하는 이들이 수두룩하지만 계도요원들은 이를 본체만체 그대로 지나치고 있다. 단속은 그저 시늉에 불과할 뿐이다.

마권은 창구와 무인자동발매기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창구에서 살 경우 1회에 10만 원을 넘겨 구매하지 못한다. 하지만 무인자동판매기를 통해 살 경우 10만 원을 넘게 구매를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창구보다는 무인자동판매기를 통해 마권을 구매하고 있다.

마사회는 무인자동판매기를 통해 구매하는 경우에도 초과구매를 단속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실제로 경주가 있는 날, 무인자동판매기 앞에는 장사진이 펼쳐지지만 이를 단속하는 계도요원들은 한도 이상의 마권을 구매해도 모른 체 지나치기 일쑤이다.

무인자동판매기를 통해 한도 이상의 마권을 구매하는 것은 애교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불법 사설경마 사이트를 통한 경마 중독이다.

경마장을 찾는 이들 가운데 5명 중 1명꼴로 사설경마가 이뤄지는 현장을 목격했다고 말할 정도로 사설경마는 경마에 중독된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마사회는 2007년 8명이던 단속요원을 고작 5명 늘리는 수준에 그쳤다. 불법사행산업 단속권한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한 마사회지만 실천은 그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불법사설경마 규모는 최대 30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비밀리에 판돈으로 걸리는 액수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단속은 여전히 쉽지 않은 실정이다. 마사회 스스로도 “IT기술 발전으로 사설경마가 지능화·조직화추세로 단속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얘기할 정도다.

비판 여론이 계속되자 마사회는 불법사설경마에 대한 신고포상금을 종전 1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중론이다.

평일에 골프 치고, 유관단체에 매점운영권 주고

경마로 인한 폐해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마사회 임직원의 골프사랑은 남달랐다. 현재 마사회는 3개 골프리조트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마사회 임직원들은 이 골프장을 814회 이용했다.

3년이면 매일 같이 근무한다고 해도 1000일이 조금 넘음에도 814회 골프를 쳤다고 하면 마사회 임직원 중 한 명 이상은 5일 중 4일은 골프장에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마사회는 을지훈련 의무 수행기관임에도 불구하고 2009년 7회, 2010년 5회, 2011년 7회, 2012년 5회 등 지난 4년간 을지훈련 기간 중 골프장을 이용한 회수가 무려 23회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공직기강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골프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근무일임에도 골프를 치는 것은 공직기강이 무너졌다는 증거”라며 “더구나 을지훈련 기간 중에도 골프를 쳤다면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 측은 “평일에 골프를 친 것이 아닌, 휴가 기간 중이나 평일이라도 월차를 내고 쳤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가 안보와 관련돼 훈련을 진행하는 기간 중 월차를 냈다고 하더라도 골프장에 간 것은 의식의 문제라는 비판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 한 직원은 5일간의 교육기간 내내 강원도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다 적발된 사례도 발생했다.
마사회의 공직기강 해이는 매점운영권 분포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서울경마공원을 비롯한 부경경마공원, 제주경마공원 등의 전체 편익시설은 총 176개이다. 이 중 유관단체 및 퇴직직원(사망직원 유족 포함)이 운영하는 편익시설은 35개로 전체의 19.8%를 차지했다. 특히 부경경마공원은 전체 편익시설 7곳 중 2곳을 유관단체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제주경마공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 전체 5곳 중 4곳을 유관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제 밥그릇 챙기기’ 아니냐는 지적이 해마다 지적돼 왔지만 마사회는 이를 제대로 시정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마사회는 매점 임대차계약서에 ‘임대 및 보증금 인상조정에 대해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과도한 불공정계약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법적으로 계약 만료 시 임대료 인상 제한은 없다고 하더라도 공적 책임감이 요구되는 공공기관이 불공정계약을 통해 서민을 울린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다.

서민의 눈물에는 ‘무관심’

마사회는 올해 7월부터 경마장 및 장외발매소의 입장료를 800원에서 1000원으로 200원 인상했다.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이라 여길 수 있지만 최근 2년 새 입장료 순수입이 2억6900만 원에서 6억7000만 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놓고 본다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마사회의 수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사회공헌은 미미한 수준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3개 경마장을 제외한 장외발매소를 통한 총매출은 25조8007억여 원에 달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마사회가 사회공헌으로 내놓은 금액은 115억3500만 원 정도로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고객행사비 42억8300만 원, 광고비 13억7000만 원 등 매출증대를 위해 들인 돈이 56억 원이 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마사회가 사회공헌 명목으로 내놓은 돈은 결국 체면치레 정도라 할 수 있다.
특히 장태평 회장이 부임한 이후 기존 사회공헌팀을 사회공헌추진팀으로 변경하며 사회공헌분야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이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마를 즐긴다는 한 시민은 “요즘도 가끔 가서 몇 만 원 정도 경마를 즐기지만 일부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날리기도 한다”며 “마사회가 이렇게 경마 또는 도박에 빠진 이들을 구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마사회의 책임을 물었다.

이어 그는 “동네에 있는 지점에 가보면 그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 밥도 먹을 수 있고, 현금인출기가 있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돈을 출금할 수 있는데 경마를 하는 많은 이들이 서민이다. 가끔 마사회가 서민들을 도박중독에 몰아넣고 서민의 돈을 너무나 쉽게 챙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마사회가 도박중독을 치유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유캔센터’를 방문해 치유상담을 받는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8년 3493건에 불과하던 심리치료 상담건수는 2010년에는 5709건, 2011년 6357건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6월까지 3033명이 상담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경마를 포함한 도박중독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심리치료를 위한 예산은 별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2010년 37억1700만 원이던 예산은 2011년 5억 원 이상 감소하였다가 올해는 2010년보다 조금 늘어난 37억83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 때문에 마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결코 좋지 않은 실정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중 ‘국민체감도’ 조사에서 마사회는 27개 공기업 가운데 하위 5개 기업에 포함됐다. 특히 ‘공공이익 기여도’ 항목에서 마사회는 34.0점을 받아 공기업 평균 55.5점에 무려 21.5점이나 모자란 점수를 받았다. 그만큼 사회공헌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나쁘다는 방증이다.

이밖에 설립목적 부합성 38.3점(공기업 평균 52.6점), 수행사업 개선노력도 37.1점(평균 53.4점), 법·윤리 준수도 36.9점(평균 53.8) 등을 받아 타 공기업과의 차이가 뚜렷했다.

여기에 ‘불만과 개선사항’에 ‘사행성을 유발, 조장한다’, ‘사회복지 및 공익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사행산업에 너무 치우쳐 있다’는 등 지금까지 지적되었던 것들이 계속해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경마는 즐기는 것’이라며 사행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한 마사회의 주장을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경마가 진정으로 ‘즐기는 레저스포츠’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 개선과 함께 마사회 내부의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마사회는 한 언론이 주최한 ‘2012 대한민국 윤리경영 대상 수상식’에서 종합대상을 차지했지만 이 언론사에 광고비 명목으로 165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상을 돈으로 샀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끓고 있다.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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