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코밑에 두고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정말 기가 막힌다.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황당스럽고 참담한 사건들이 최근 잇달아 터졌다.

지난 9일 민주통합당을 탈당해 안철수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으로 간 송호창 의원은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당시 후보의 대변인을 맡으면서 정치권에 처음 얼굴을 알린 인물이다. 박원순 시장 당선 후 박 시장의 부탁으로 민주당 측이 4·11총선에서 경기 의왕, 과천에 그를 경선 없이 전략 공천해서 국회의원이 됐다.

그렇게 국회의원 신분이 된 그가 국회의원 당선 6개월 만에 민주당 당적을 버린 것이다. 그는 탈당 기자회견에서 “낡은 정치세력에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자기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준 민주당이 일거에 낡은 정치세력으로 전락되는 순간이었다. 논란이 번지자 “민주당을 ‘낡은 세력’ 이라고 표현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발을 뺐다.

하루 뒤인 지난 10일에는 지자체장, 청와대비서관 등이 포함된 고위공직자의 자녀 33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이 국회 국방위 제출 병무청자료에 의해 알려졌다. 4급 이상 고위공직자 27명이 외아들의 국적을 포기시켜 병역의무를 피하고 4명의 고위직 공무원은 아들 둘의 국적을 모두 포기시키거나 영주권을 취득토록 해 병역을 면제 받도록 만들었다.

이런 국적 포기수단 외에 영주권과 이민 등의 사유로 장기적으로 징병검사 자체를 연기하는 사례도 많다고 했다. 병역회피는 다른 사람의 노력과 희생에 편승해 살아가려는 무임승차 행위다.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에게 상실감을 주고 사회통합을 어렵게 하는 주적이다. 이제 안보의 마지노선인 휴전선 철책마저 무방비 상태로 뚫려있었던 사실이 한 북한 병사의 귀순과정에서 드러났다.

최전방 경계병들이 북한병사가 침입해 동해선 철도경비대를 돌아 30m나 떨어진 일반초소(GOP) 내무반 문을 두드릴 때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래놓고 합참의장은 국회에 나가 거짓 보고를 했다. 말단에서 상층부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기강 해이가 드러났다. 지난 14일에는 또 정부중앙청사가 무단 침입자에 의해 유린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됐다.

침입자가 큼지막한 가방에 인화물질을 가득 넣고 경비경찰 앞에 버젓이 가짜신분증을 내밀어 검색대를 통과했다. 검색대는 무인지대였고 마지막 관문인 보안게이트의 개폐장치는 아예 풀어놓은 상태였다. 지난 몇 달 사이 잔혹 성범죄 및 살인사건, ‘묻지마’ 살상행위, 대낮 초등학교 난입 흉기난동사건, 원자력 발전소 안전요원들이 폭력조직과 연계해 마약에 젖고 국가산업단지에서 유독가스가 대량 누출되는 사건이 발생해도 행정은 속수무책이었다.

바야흐로 한국사회가 도덕이 무너지고, 질서가 파괴되고, 경제가 파탄 나는 지경이 돼버렸다. 어른, 아이가 없는 세상이 된 것도 같다.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