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치쇄신안, 시기적으로 늦었다”

▲ 민주통합당 이종걸 최고위원이 지난 22일 [일요서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해찬 대표의 2선 후퇴와 관련 "스스로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둘러싸고 양측의 기 싸움이 팽팽한 가운데 문 캠프의 친노 핵심참모 9명이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인적쇄신의 물꼬를 트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그간 ‘2선 후퇴론’이 제기됐던 이해찬 대표의 거취 문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후보는 인적쇄신과 함께 기득권 포기를 골자로 한 정치쇄신안을 함께 발표함으로써 단일화에 한 발짝 다가선 모습이다. 그러나 이종걸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쇄신의 시기를 놓친 부분이 있다”며 “내용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인적쇄신이 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내 쇄신파로 분류되는 그는 이 대표의 거취문제와 관련, “스스로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선캠프의 ‘이명박-새누리당 정권 부정·불법행위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종걸 의원(4선·경기 안양만안)을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요서울]이 직접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재인 후보가 정치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개인의 스타일이나 지나온 역정이 알려지면 많은 가점을 할 수 있는 분이 문 후보라고 생각한다. 문 후보는 개인의 정을 중시 여긴다. 그러나 그간 맺어온 관계들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면서 어쩔 수 없이 쇄신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지연시켜온 부분이 있었다. 그런 점으로 (대선 캠프가) 조금 폐쇄적 형태가 된 것은 미흡한 부분이다. 현 정치는 폐쇄보다는 열린 상태에서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점이 지금껏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시기적으로 문 후보의 정치 쇄신안이 늦었다고 보는가.
▲그렇다. 시간적으로 늦었다. 그리고 내용적으로도 보완을 해야 한다. 그간 문 후보가 해왔던 것을 바꾸고 국민들이 단 시간에 문 후보를 바라볼 수 있도록, 문 후보 스스로의 특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는 대단한 특질을 갖고 계신 분이었지만 국민들은 또 다른 노무현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동교동계 일부 인사들의 박근혜 캠프行이 문재인 후보의 인적쇄신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현재 3자구도 형태에서 더욱이 문 후보가 3위를 차지하며 뒤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위기의식은 있을 수밖에 없다. 시간은 가고 대선이 임박해오면서 이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9명의 친노 인사가 사퇴했는데, 문 후보 본인이 직접 하기보다는 아홉 분이 스스로 용퇴했다고 본다.

-호남의 경우 문 후보보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온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느낌으로나 지표로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것 같다. 추석 무렵에는 상당히 좁혀졌지만 지금은 큰 차이가 난 상태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염두에 두고 이번 쇄신안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감동적인 단일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책임까지 문 후보가 안고 있는 것 같다. 민주통합당으로서는 정치세력이 집권해야만 향후 안정적인 정치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책임이 있다. 안 후보의 경우 미래로만 간다는 생각을 국민께 던져주고 있지만, 문 후보는 안정적 정치구도에 대한 책임까지 안고 있어 훨씬 부담이 큰 상태다.

-이번 쇄신안으로 변화를 갈망하는 호남민심을 충족했다고 보는가? 일각에선 당 쇄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2의 송호창’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많은데.
▲송호창 의원의 경우 민주통합당에 입당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과거 역사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탈당이 빨랐던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등이 아직 뇌리에 남아 있는 우리들로서는 섣부른 정치적 거취가 전체적인 흐름에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안 후보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스스로 행동을 늦추는 분위기다. 아직 후보가 결정되지 않았고, 경선 중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언제든지 제2의 송호창이 나올 가능성은 내포돼 있다고 본다.

-이해찬-박지원 체제로는 민주통합당의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 점에서 지도부의 2선 후퇴 후 비대위가 꾸려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문 후보의 멘토 역할을 해온 이해찬 대표가 스스로 거리를 둔다든지 박지원 원내대표가 그간의 역할을 하지 않게 될 경우 또 다른 체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결국 비대위나 그 외의 다른 체제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문 후보께서 보여주는 미래에 대한 확신과 과단성 있는 리더십을 국민께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쇄신안 등 여러 가지를 보여줬지만 아직까지도 안 후보에게 밀리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뭔가 다른 모습을 선보일 시점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문 후보 스스로 주도하는, 누구의 조언으로 또는 누구에게 떠밀려서 하는 것이 아닌 그 어떤 것이 나와 준다면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당내 DY(정동영)계로 손꼽힌다. 요즘 정동영 고문은 어떻게 지내나.
▲정 고문도 민주통합당 후보로서 문 후보에 대해 많은 기대를 걸며 그를 돕고 있다. 요즘 자주 만나고 통화도 하는데, 정 고문이 마음 아파하는 것은 호남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 후보가 정치쇄신안을 보여주며 친노인사의 사퇴뿐 아니라 정당명부의 전면적 개편을 통해 기존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는데, 기존 정치인들보다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상을 문 후보가 제시했다고 본다. 정 고문의 기자회견이 오늘(10월 22일) 전주에서 예정돼 있는데, 정치적 질서에 민감하고 식견이 높은 호남에서 약간의 충격적인 제안이라고 할 수 있는 문 후보의 정당개혁안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비례의원은 늘리고 지역구 의원은 줄이겠다는 점에서 현역의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문 후보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제시하면서 비례의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선언했지만 실현가능성에 대한 지적도 있을 것 같은데.
▲정동영 고문이나 호남출신으로서 전국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정치 지도자들이 문재인 후보와 뜻을 함께 나누고 정치쇄신안에 대해 강력히 발언함으로써 보완이 되거나 보증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정 고문이 호남에 내려가 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현역의원들의 반발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봉합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의원들에게 이에 대해 말했지만 아직까지 그 점에 대해서는 깊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당내 쇄신파 모임에서도 정당명부제에 대해 ‘좋다’, ‘동의한다’며 그런 모임을 갖자는 의견에는 아직 이르지 않고 있다.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2선 후퇴에 대한 이 최고위원의 입장은.
▲지금까지 봤을 때 문재인 후보와 이해찬 대표는 우리가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정말 깊은 동지적 관계로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사이라 생각된다. 나도 처음에는 이-박의 2선 후퇴를 강력하게 촉구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사퇴할 경우 문 후보 스스로 유지되기 어렵다거나 문 후보의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면 굳이 2선 후퇴에 대해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쇄신파 모임에서도 이-박 2선 후퇴를 주장했다가 지금은 더 이상 이를 주장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서 여전히 이 대표의 2선 후퇴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해찬, 박지원 두 분이 문 후보에게 닫힌 인상을 주고 있다.

-문재인 후보 측에서 이해찬 대표와 만나 2선 후퇴에 대한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는 말도 들리는데.
▲이 문제가 심각해지고 이로 인해 괜한 오해들을 받고 있기 때문에 두 분이 스스로 이해하고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 이런 상태라면 지도부의 2선 후퇴까지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문 후보 입장에선 이 대표의 경륜이나 정치적 역량 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보는데.
▲일단 박지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캠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간의 문제가 많이 해소됐다고 본다. 캠프 인선 등에 대해 박 원내대표가 관여한 것이 없지 않느냐. 사실 (문제는) 이해찬 대표인데, 이 대표에 대한 문 후보의 결단이라든지, 문 후보의 결단보다는 이 대표의 결단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이 대표의 문제가 크다고 하더라도 그가 사라지면 문 후보 자체가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면 못하는 것 아니겠는가.

-후보 단일화의 방법 및 시기는.
▲아직 급하게 서두를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단일화는 결국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선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 단일화해도 승리가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두 후보 모두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당연히 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의 죄인이 될 수는 없지 않는가. 일단 시기는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안 후보 입장에선 여유를 두고 하겠다는 것이고, 문 후보 쪽은 빨리 하자는 것인데, 그렇더라도 후보 등록 이전까지는 해야 할 것이다. 방법에 있어서는 문 후보가 제안했던 공동정부론 구성(즉, 협상에 의한 단일화)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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