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내곡동 매입 의혹 일파만파 확산 배후에 검은 그림자 실체

▲ 이명박 대통령의 장남 이시형씨가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25일 서초동 특검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최영의 프리랜서] 내곡동 특검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34)는 지난 25일 오전 10시 10분께 특검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헤라피스빌딩에 출두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시형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시형씨를 상대로 부지를 구입한 자금을 조달한 과정과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79)으로부터 6억 원을 빌리면서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으로 직접 받은 경위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또 이 대통령 사저를 시형씨 명의로 구입하게 된 이유, 경호처보다 싼 값에 부지를 매입한 사실을 시형씨가 알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했다.
앞서 시형씨는 한차례 있었던 검찰 서면조사에서 부지 구입자금은 모친 김윤옥 여사(65) 소유의 논현동 땅을 담보로 농협 청와대지점에서 6억 원을 대출받고 큰아버지 이 회장에게서 6억 원을 빌렸다고 밝혔다.
시형씨는 자신의 명의로 부지를 매입한 경위도 대지가격 상승을 우려해 먼저 자신의 명의로 부지를 매입한 뒤 추후 이 대통령의 명의로 바꾸자는 아버지의 말을 따랐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특검조사를 통해 내곡동과 관련된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내곡동 특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미 결론 내린 사건을 특검에서 새롭게 들춰낸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회의론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에서는 내곡동 부지매입 의혹과 관련해 특정 세력이 개입돼 있는 만큼 규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6일 수사 개시 이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전원 소환조사하겠다는 이광범 특검의 의지에 따라 김세욱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선임행정관을 비롯해 농협 청와대지점장 이모씨 등 참고인 16명을 소환 조사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의 핵심 관계자인 시형씨의 조사내용을 토대로 향후 특검팀의 수사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상은 회장을 불러 현금 6억 원의 출처, 전달과정 등에 대해 조사하는 등 핵심관계자 조사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5일 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특검팀과 관련해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검 주변에서는 과연 이광범 특검이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에 직·간접으로 개입되어 있는 인사들에 대해 철저히 수사를 하여 판도라 상자를 열고 특검 무용론을 털어낼 수 있을지를 놓고 여러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단, 이광범 특검의 철저한 수사 의지가 확고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특검은 수사개시 첫 날부터 시형 씨를 비롯한 주요 수사대상자 10여 명에 대해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또 한편으로는 특검출범 전날 출국한 이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에 대해 입국요청을 하기도 했다.

게다가 검찰에서 소환조차 하지 않은 시형씨를 소환한데 이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등 관계자 소환을 계획하는 등 검찰과 차별화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내곡동 특검의 핵심 의혹은 이 대통령과 시형 씨가 용지 매입에 직·간접 개입을 하였는지 여부다.

또한 이상은 회장이 빌려준 6억 원의 출처도 핵심 사항이다. 특검은 이 돈이 이상은 회장의 비자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그 정황이 상당하다고 판단해 그 비자금의 출처를 수사할 계획이다.

특검 수사결론 쉽지 않아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으로 주고받은 이유도 수사할 방침이다. 따라서 특검팀은 사저 부지 매입 과정에 대해 애초에 전체적인 총괄을 누가 했으며 누가 어떤 역할을 분담했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특검도 소리만 요란할 뿐 결국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태산(泰山)이 떠나갈 듯이 요동하게 하더니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라는 뜻)이 아니겠느냐 라는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검은 우선 이 대통령의 시형 씨부터 소환해 조사했다. 우선 시형씨가 받고 있는 혐의는 배임 의혹이다. 청와대 경호처가 시형씨와 공동구입하는 필지의 값을 애초 매도인이 요구한 액수보다 수억 원 낮춰 계약해 다른 필지의 값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특검은 보고 있다.

그러나 시형씨는 내곡동 땅의 매입 과정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고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일부 법률전문가들은 “이 말대로라면 고의성이 배제되기 때문에 현행법상 처벌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는 송곳 끝부터 들어가서 송곳 자루를 찾아야 하는데 거꾸로 자루부터 찾으려는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난제는 이뿐만 아니다. 이상은 회장의 현금 6억 원의 불법성 여부를 가리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매출 1조 원대인 다스의 이상은 회장이 현금 몇 억이 없을 리도 없을 뿐 아니라 꼭 계좌로 빌려줄 이유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자금이 불법자금화 된 비자금이라는 증거를 특검이 내놓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핵심은 이명박 대통령의 배임 등 가벌성의 문제이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아들 이시형에게 교사를 했다고 가정할 경우, 이 대통령(교사범)과 이시형(정범: 범죄 실행자)은 공범이다. 형법(형법 제31조)에는 ‘교사범은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 정범이 죄가 되지 않는 다면 교사범(공범)은 처벌받지 않으며, 공범의 성립요건으로 정범이 실행에 착수해야 한다. 여기에 정범은 고의범이어야 하고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해야 범죄를 구성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시형 씨에게 배임혐의를 적용하지 못할 경우 이대통령 역시 죄를 묻기 어렵다는 점에서 특검의 혐의자 소환이 과연 얼마나 범죄구성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무용론 이번에는 설욕하나

또 특검은 통상적인 수사절차가 아니어서 약간의 무리수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너무 정치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편, 특검을 정치적으로 연결해 볼 때 우려할 만 한 상황이 있다. 친박 새누리당이 굳이 현직 대통령이 얽혀 있는 내곡동사저 의혹에 대해 꼭 특검으로 내몰아야 했을까 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에 적을 두고 있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대단히 서운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특검을 민주당이 지목하도록 하는데 합의를 해줘 ‘위헌논란’이 제기되는 상황까지 내몰았다는 것은 청와대에서 대단히 서운해 할 일이라는 여론이 있다.

특검 수사가 예상을 뛰어넘어 속전속결 식으로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형씨 소환이 형식적 조사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검팀이 이날 시형씨가 사저 부지 매입과정에 관여했는지 여부, 자금을 마련한 경위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것도 사법처리가 가능한지 살펴보기 위한 적극적 의지로 읽힌다.

이와 함께 시형씨가 청와대 경호처와 내곡동 부지의 지분과 땅값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이득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부지 매입 실무를 담당한 김태환(56) 전 청와대 경호처 직원 등의 배임 혐의가 인정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시형씨의 사전 공모 여부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호처의 배임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시형씨는 검찰 수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무혐의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수사 당시 시형씨의 부지 매입자금 12억 원에 대한 출처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수사의 중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시형씨는 12억 원 중 6억 원은 어머니 김 여사의 논현동 땅을 담보로 대출받아 마련했고, 나머지 6억 원은 큰아버지 이상은(79) 다스 회장에게 빌렸다고 밝혀왔다. 시형씨는 이 회장에게 6억 원을 현금으로 빌린 후 청와대 관저 붙박이장에 보관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 돈의 출처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6억 원의 출처를 추적하다 보면 돈의 성격과 비자금인지 여부 등이 파악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김 여사의 땅을 담보로 대출받은 6억  원에 대해서는 대출 과정에 특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대출 경위를 따져보기 위해 돈을 빌려준 농협 청와대지점 직원들을 나흘째 소환조사하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특검 주변에서는 경우에 따라서 김 여사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이광범은 어떤 인물?

이 특검은 광주일고-서울 법대를 나와 제23회 사범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이 특검은 서울민사지법 판사, 광주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서울지법 판사, 광주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2006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 사건의 항소심에서 석명권(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입증을 촉구하는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판사 경력 25년을 자랑하는 이 특검은 법원 내에서 ‘걸물’로 통한다. 이 특검은 사석에서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뿐 아니라 술도 제법 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로 잔뼈가 굵은 이 특검이지만 전형적인 ‘판사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지인들의 대체적인 전언이다. 이 특검은 탁월한 두뇌 회전, 독보적인 카리스마, 뛰어난 조직 장악력 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특검은 퇴임 후 대형 로펌들의 끈질긴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정중하게 고사하고 조용히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 특검은 현실적인 이익보다 더 큰 꿈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2월 이 특검이 법복을 벗은 이유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친형인 이상훈 대법관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한 충정”이라고 설명한다. “형만 한 아우는 없다지만 이 특검은 예외”라는 말도 들렸다.

이 특검은 수사팀 실무자들에게 기강 확립 촉구와 함께 수사 관련 기밀 누설 절대 금지 등 엄명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이 특검과 검찰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시작됐다는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과거 특검팀의 경우 수사 진행 과정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외부로 새나가는 바람에 애를 먹었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특검 체제 하에서는 이 같은 일이 좀처럼 없을 거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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