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몸 낮춘’ 文... 호남민심을 잡아라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호남 민심 잡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대선이 다가오고 단일화 시기가 임박해오면서 그의 호남 구애 작전은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9월 27일 광주를 찾은 문 후보는 “참여정부가 호남에 드린 서운함을 잘 알고 있다”며 호남 민심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5·18 민주항쟁의 상징인 금남로에서 ‘광주선언’을 발표, “호남에서 더 많은 지지를 못 받는 것은 민주당에 부족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읍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추석 이후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계속해서 뒤쳐지던 지지율도 최근 조금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변화와 쇄신을 갈망하는 호남은 여전히 유동적인 모습을 보이며 문 후보와 안 후보 사이를 저울질하고 있다.

고개 숙인 文, 호남 구애작전 돌입

문재인 후보가 광주·전남·전북을 잇달아 방문, 대대적인 호남 민심 껴안기에 나서면서 ‘호남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그간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임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보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타났다.

민주당 지도부는 녹록치 않은 호남 민심에 적잖이 당황했고, 문 후보는 몸을 바짝 낮춘 채 호남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최근 문 후보에 대한 호남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이 지역은 그에게 호의적인 상황이 아니다. 그런 만큼 호남을 찾는 문 후보의 발길은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민주당의 ‘뿌리’인 호남에서 자당 후보가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황은 민주당으로서도 자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호남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 쇄신론이나 정치 혁신안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후보 단일화를 앞둔 상황에서 호남의 지지는 문 후보에게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이다. 정통성을 확보하고 호남의 적자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단일화를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호남의 선택에 따라 단일화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호남은 단일화의 승부처인 셈이다.

호남은 야당의 중요 고비마다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세움으로써 전략적인 선택을 해왔다. 그리고 이는 곧 야권 전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 대표적인 예다. 문 후보도 이를 모를 리 없다.

‘호남특사’ 우윤근 의원

‘노풍’의 진원지인 호남은 노무현 정권 출범의 일등 공신임에도 참여정부시절 소외됐다는 서운함을 갖고 있다. 더욱이 분당에 대한 트라우마가 더해지면서 친노에 대한 이미지는 썩 좋지 못한 편이다. 문 후보가 선대위 구성을 하는데 있어 호남 인사를 요직에 배치한 것도 이를 감안한 결과이다.

호남이 지역구인 이낙연 의원(4선,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은 문재인 대선캠프의 공동 선대위원장을, 광주가 지역구인 이용섭 의원(재선, 광주 광산구을)은 정책 본부장을 각각 맡고 있다.

또한 민주캠프 산하 동행1·2본부장에 우윤근 의원(3선, 전남 광양·구례)과 강기정 최고위원(3선, 광주 북구갑)을 각각 임명함으로써 호남을 포용했다. 이밖에도 동교동계 좌장격인 권노갑 고문 등을 자문단에 포함시켜 DJ계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전북지역은 정동영 고문과 정세균 고문이 힘을 보태고 있으며, 광주·전남에서는 전남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윤근 의원이 문 후보와 호남주요 인사들의 가교역할을 맡고 있다.

호남지역구 모 의원의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우 의원이 호남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 의원은 전남도당위원장이기도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 평이 좋고 지역적 반감이 없어 문 후보와 호남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캠프의 핵심 인사도 같은 날 본지와 만나 “정세균, 정동영 고문을 비롯해 이낙연·우윤근·강기정·장병완 의원 등이 호남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우 의원이 실질적으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동영·정세균 고문의 경우 중량감이 있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에게 문 후보를 어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면, 우 의원은 특유의 친화력을 통해 호남 지역구 의원들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우윤근 의원은 전남도의회 의원들을 비롯한 지방의회 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으며, 문 후보가 광주를 방문해 ‘새정치 선언’을 할 때는 함께 참석해 힘을 보탰다.

한편, 호남의 대표적 인사인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박 담합 논란으로 지역 내 위상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전만 못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쇄신파 호남의원들 사이에서는 이해찬 대표와 함께 박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론이 제기되고 있다.

호남 총공세... 잇달아 광주방문

문 후보는 지난달 28일 ‘새로운 정치, 새로운 민주당을 위한 문재인의 구상’이라는 제목의 ‘광주선언’을 발표했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의 ‘심장부’였던 금남로에서 진행된 이날 선언은 민주당에 대한 호남 기득권 포기와 정치혁신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선언문에서 “호남이 부여한 정통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문재인이다. 김대중·노무현 두 분을 잇는 적통 계승자”라며 지역 정서를 파고들었다. 아울러 자신을 ‘호남에 빚진 자’라 칭하며 “호남의 헌신과 희생으로 오늘의 민주당이 존재한다. 정권·정치·시대교체 등 호남이 명령하는 길을 가겠다”고 바짝 몸을 낮췄다.

문 후보는 지난 2일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과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 등 호남 출신 원로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호남 민심 달래기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이에 앞서 지난달 21일에도 호남 지역구 의원 20여명과 만찬을 갖고 이들의 지원과 협력을 당부했다.

문 후보의 호남 방문도 조만간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캠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오는 4일 진행되는 서울·경기·인천 선대위 출범식 이후 2~3일간의 일정으로 호남 방문 계획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아직 확실한 일정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호남을 다시 찾을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지난 9월 27일 광주를 찾은 자리에서 “참여정부 초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분열의 상처, 참여정부가 호남에 드린 서운함을 잘 알고 있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이어 “지금도 그 상처가 우리 속에 남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참여정부의 과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문 후보의 사과 발언은 캠프 내부에서조차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만큼 호남민심을 끌어오기 위한 절박함이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치권 안팎에선 흔들리는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문 후보가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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