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김대중 호남성’ 접수 나서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한광옥 “DJ 조카 영입 후 추가 영입 있을 것”
동교동계 영입, 서청원-김경재 ‘합작품’
한화갑 ‘양경숙 사건’ 연루 의혹 때문에 ‘보류’
‘김홍업 영입설’에 ‘박지만-김홍업 접촉설’까지…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 주변에서 충격적인 소문이 나돌고 있다. 박 캠프에서 DJ측 인사 중 깜짝 놀랄만한 거물급 인사 영입을 은밀히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박 후보 측이 ‘국민대통합’을 강조, DJ 측 인사들을 영입하고 있던 터라 가능성 있다는 말이 캠프 내에 퍼지고 있다.

한광옥-김경재 약하다 “추가 영입 있다”

박 후보 측은 이미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고문과 김경재 전 의원을 영입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설송웅 전 의원 등 민주당 출신 인사와 전직 장성 등 19명이 박 후보 지지선언을 했고, 김 전 대통령의 조카인 김수용 전 비서관까지 합류했다. ‘호남권 공략’이 매우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일요서울]과 만남에서 “DJ 측 인사 영입 과정에서 서청원-김경재 역할이 가장 컸다. 일각에서는 ‘서청원-김경재 합작품’이라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며 “특히 김 전 의원 같은 경우 박 후보로부터 ‘아주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수시로 들을 정도로 DJ측 인사 영입에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놀랍다’는 반응이다. 박 후보가 김대중 아성이자 민주통합당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적진으로 뛰어들다 못해 적통’까지 노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여민리서치 이은영 대표는 지난 2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지역구도 완화와 함께 구시대적인 인물이라는 점이 일치돼 새누리당으로 합류했다.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이들로는 약하다는 평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호남을 잡기 위해서는 더 큰 인물을 영입해야만 호남에서 20%이상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박 후보의 호남 챙기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2일 “나의 행동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행동을 같이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갑보다 김홍업 정치 문화 변화 신호탄

DJ 측 인사들이 새누리당에 합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이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 측이 영입하려는 인사가 한화갑 전 대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실제 [일요서울] 취재 과정에서 김 전 의원의 영입 작업을 하고 있다는 증언을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박 캠프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일요서울]과 만남에서 “김 전 의원의 영입 이야기는 한광옥-김경재 영입 이후 흘러나왔다. 한 전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당내 유력인사들이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직접 만나고 있다. 다만 누가 이들과 접촉하고 있는 지는 말해 줄 수 없다. 야권에서 방해공작을 펼치고 있어서 은밀히 움직이고 있고, 보안 수준에서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한 전 대표의 경우 양경숙 사건에 연루되어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느 정도는 이야기가 진행됐다”며 “한 전 대표를 통해 김 전 의원까지 영입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 영입설이 ‘설’이 아닌 사실임을 입증한 발언이다. 특히 박 후보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측근이 김 전 의원과 가까워 몇 번 접촉이 있었다는 얘기를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DJ 측 인사를 영입하는 것에 대해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자신의 부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인해 정치적 피해를 봤던 김 전 대통령을 끌어안고 가겠다는 제스처다. 더 나아가 지역구도 타파 등 대권 행보에 ‘청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국민대통합의 일환이며 기존 정치 문화를 확 바꿀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민리서치 이은영 대표는 “김 전 의원의 영입이 현실화 된다면 호남에 부는 파장은 메가톤급 그 이상이다. 민주당이 혼란을 겪을 뿐 아니라 ‘민주당=호남’이라는 등식도 깨질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이 원심력을 잃어버리고, 당이 분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부산 출신이고, PK(부산·경남)지역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PK지역 지지표 이탈을 호남에서 20% 이상의 득표율을 얻어 상쇄한다면 대권을 거머쥘 수 있다는 새누리당의 전략이 반영됐다는 얘기다.

▲ 한광옥(좌)·김경재(우) 전 의원

새누리당, ‘호남 공약’ 발표할 듯

박 후보의 이러한 전략에 야권은 내심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박 후보에게 야권의 전통 지지층을 빼앗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DJ측 인사들을 영입한 새누리당을 깎아내렸다.

진성준 문재인 후보 캠프 대변인은 “호남지역 민주당 전 의원 출신 20명의 집단적 ‘새누리당 입당 및 박근혜 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보면서 모든 국민은 정치가 10년 전으로 후퇴함을 느끼며 개탄해하고 있다”며 “박 후보식 정치쇄신이 ‘철새도래지’를 양성하는 과거의 한나라당 정치로 회귀하지 않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일부 문 후보 측 관계자들은 “새누리당이 흘리는 내용일 뿐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실현 가능성 제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설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설’이 아니다라는 것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DJ측 인사 영입이 ‘공작 정치’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를 위해 박 후보 측 관계자들은 호남을 끌어안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 1일 최고위는 광주에 머무르고 있는 황우여 대표와 최고위원간에 화상회의가 이뤄졌다. 또 이정현 공보단장, 김종인 위원장, 진영 정책위의장, 이상일 박선규 대변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 김경재 기획조정특보 등 박 후보 주변에 호남사람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광주·전남·전북에 예산 증액도 피력했다.

황우여 대표는 “그간 새누리당이 여러 가지로 노심초사했던 예산도 잘 준비했지만 부족한 것이 있을 때는 더 보완하겠다”며 “우선 광주시에는 국비를 2조4686억 원 증대했는데 작년보다 15.4%가 증액된 것이라며 최선을 다했다”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박 캠프 내 관계자에 따르면 호남민심을 잡기 위해 서남해 섬개발 프로젝트 등을 계획 중에 있을 뿐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하려고 했던 공약 중 일부는 박 캠프에 내에서 ‘재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일요서울]과 만남에서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일부 공약 중 획기적인 안을 재활용하자는 목소리가 일부 나오고 있다”며 “내부에서 받아들이는 입장 차가 커 이름만 바꿔 나올지는 미지수이지만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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