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호남 20% vs 야권, PK 40%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조기성 기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텃밭인 부산·울산·경남(PK)과 호남의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여야가 각각 대선 승리의 마지노선으로 간주하는 ‘지지율 저항선’이 뚫리고 있는 모양새다. 더욱이 지역구도 타파 등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가세로 이번 대선은 전통적인 동서 대결 구도가 깨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전 대선까지만 해도 PK에서 여야 후보에 대한 지지 구도는 ‘7대3’을 형성했다. 이 지역에서 야권이 거둬들인 최대 득표율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얻은 29.9%였다. 당시 이회창 후보는 PK에서 66.7%를 얻어 노 후보를 146만 표 앞섰지만 다른 지역에서 밀리면서 전체 투표에서는 57만 표가 뒤졌다. 새누리당은 PK에서 승리의 마지노선을 ‘6대4’로 보고 있는 만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야권의 두 후보가 모두 이 지역 출신이라 반전 요인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PK 전체 유권자는 630여만 명이고 대선 투표율을 60~70%로 가정하면 이번 대선에 걸린 표는 380만~440만 표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002년 대선과 비교할 때 PK에서만 100만 표 가량을 까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호남에서 ‘지지율 70%’의 벽을 위협받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여야 지지 구도가 ‘9대1’이었다는 점에서 ‘이상 신호’를 넘어 ‘비상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문 후보는 최근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72.0%의 지지율을 얻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 후보가 얻은 호남 지역 지지율이 평균 93.4%(광주 95.2%, 전남 93.4%, 전북 91.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0%p 이상을 까먹고 있는 상황이다. 3자 대결에서도 문 후보는 20.9%로, 46.9%의 안 후보에 밀리고 있다. 민주당 아성 지역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반대로 박 후보가 문 후보와의 대결에서 얻은 18.0%의 지지율은 역대 여권 후보가 호남에서 얻은 한 자릿수대 지지율을 2배 이상 끌어올린 것이다. 박 후보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인사 등을 대거 영입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이 호남에서 승리를 위한 마지노선을 ‘득표율 85%’로 잡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 지역 유권자는 400만여 명, 대선 예상 투표율을 60~70%라고 가정했을 때 이번 대선에서는 240만~280만 표가 걸려 있다.

새누리, 호남 ‘20%+α’가 목표

박근혜 후보의 호남 지지율 추이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호남 표심이 이번 대선의 관전포인트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불모지이자, 민주당의 표밭으로 불렸던 호남에서 박 후보가 ‘지지율 20%대’에 접어든 데 따른 것이다.

박 후보는 지난달 23~25일 최근 R&R(리서치앤리서치) 지지율 조사 결과 호남지역에서 20%를 넘겼다. 박·안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10.1%에서 22.8%로 무려 12.7%포인트 뛰었지만 안 후보의 지지율은 79.5%에서 68.4%로 떨어졌다. 문 후보와의 맞대결 결과도 비슷한 추세를 보여 박 후보는 11.3%에서 20.7%로 상승한 반면, 문 후보는 78.7%에서 61.9%로 하락했다.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박 후보는 문·안 후보와의 각각 양자대결에서 10%대에 머물던 지지율을 20%대로 끌어올렸다.

이번 대선전에서 박 후보가 호남지역에서 20%지지율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그는 여러 여론조사 기관에서 양자·다자 대결에서 모두 10%대 초·중반의 지지율을 기록해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호남 지지율로는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는 이곳에서 8.9%(광주 8.4%, 전남 9.2%, 전북 9.0%)를 얻는데 그쳤을 뿐이었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평균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20%의 지지율을 돌파하자 당내에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고무적인 추이에 대해 당내 선관위 관계자들은 박 후보의 오랜 ‘호남 공들이기’ 행보가 최근 동교동계인 한광옥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의 영입으로 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 후보 선대위의 상당수 인사들도 호남출신이다. 이정현 공보단장(전남 곡성)이 대표적이며, 선대위 대변인 4명 가운데 3명도 호남출신이다. 이상일 대변인은 전남 함평이, 박선규 대변인은 전북 익산이 고향이다. 안형환 대변인도 전남 무안 출신이며, 조윤선 대변인은 서울출신이지만 남편 박성엽 변호사가 전북 전주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박 후보는 당대표 시절부터 최근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임명까지 말만이 아닌 실제 인사를 통해 지역과 계파통합을 실천하고 있으며, 그 진심을 호남지역민들이 알아주고 계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현 공보단장도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거둔 지지율을 언급하며 “이번에는 호남에서 ‘20%+α’가 목표”라며 “새로 교체된 당협위원장이 주변에서 굉장히 신망 받고 있어 행사마다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등 변화가 감지된다”고 전했다.

이 단장은 박 후보의 비례대표 사퇴 상황을 가정, “비례 26번까지 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비례대표 의원 중 5명이 호남 출신이 되며, 이는 역대 가장 많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野, “지난 총선 득표(40.2%) 이상을”

이번 대선에서 특히 주목 받는 곳은 부산·경남(PK) 표심이다.

PK 지역은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지만 저축은행 부실사태와 가덕도 신공항 무산 등으로 새누리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PK 지역에서 야권 득표율의 마지노선을 40%로 보고 있다. 수도권과 젊은 층에서 고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PK에서 야권 득표율이 40%를 넘어서면 이를 만회할 곳이 없다는 계산이다.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사실상 지금 여론조사 지표에 나타나는 것도 우리가 상황이 안 좋다”며 “경남(PK)이 40%가 넘어가는 지지율을 야당한테 보내버리면 사실상 이번 대선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라고 우려를 나타낸 것과 이와 무관치 않다.

홍 전 대표는 “지금은 문재인 후보 때문에 노무현 당이라는 색깔이 부각되다 보니 경남 분들이 민주당에 대해 반감이 덜해졌고, 소위 PK 새누리당 지지율은 옛날엔 압도적이었다가 지금은 40%를 넘어서는 범야권지지율이 생겨버렸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후보가 출마선언 이후 PK 지역을 6번이나 찾으며 수도권 외에 가장 많이 방문한 것도 이같은 위기감을 방증한다.

실제로 지난 4·11 총선 때 부산 지역에서 비례대표 선출과 관련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 정당 득표율은 40.2%에 달하며 강세를 보였다. 지난 2008년 총선 당시에는 민주당 12.7%, 민주노동당 5.3%, 창조한국당 3.8% 등이었다는 것에 비하면 야권에 대한 지지세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여당의 텃밭으로 꼽혀온 PK에서 문·안 후보가 약진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PK에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 50%’ 벽이 깨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지난 4.11 총선 이후 야권의 참패로 박근혜 후보는 다자구도에서는 50%, 야권단일후보 양자구도에서는 55%선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며 압도해왔다. 반면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경우 양자구도에서 40%의 벽을 돌파하는 것 자체가 힘겨워 보였다.

그러나 한국갤럽이 조사한 10월 4주차(22일-26일)조사에서는 박근혜 후보는 50%의 지지율이 무너지며 46%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박 후보의 9월 평균지지율 50%에서 4%p 하락한 것이다. 반면 야권주자인 문재인(20%)-안철수(22%)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2%p 동반상승하며 두 주자의 지지율 합이 40%선을 돌파했다. 지난 9월까지 이 두 후보의 지지율 합이 40%를 넘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러한 변화는 양자대결에서도 나타났다. 9월 평균 ‘박근혜 55% vs 안철수 34%’, ‘박근혜 56% vs 문재인 33%’의 지지구도가 이번 조사에서는 ‘박근혜 51% vs 안철수 41%’, ‘박근혜 52% vs 문재인 39%’로 변화했다. 박 후보는 9월 평균보다 각각 4%p 하락했고 안철수 후보는 7%p, 문재인 후보는 6%p 상승했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이래 PK지역에서 야권단일후보의 40%선 지지율에 넘어서거나 다가선 조사결과가 나오긴 이번이 처음이다. 박 후보로선 60% 이상 지지율 목표에 적신호가 켜졌고 문-안 두 후보는 야권단일화시 4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한국갤럽은 부산경남 민심이 급작스럽게 변화한 요인으로 정수장학회 논란을 들었다. 이 지역 유권자들이 수도권이나 호남 등 다른 지역보다 정수장학회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부일장학회가 이곳에서 가지는 의미가 남다른 탓이다.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달 22-23일 대선주자 다자구도 조사에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은 59.3%, 문재인 후보 19.0%, 안철수 후보 15.3% 순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6-27일 양일간 조사에서는 박 후보 46.8%, 문 후보 22.3%, 안 후보 25.0%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박근혜 후보는 주초 대비 무려 12.5%p나 하락했고 문재인 후보는 3.3%p, 안철수 후보는 9.7%p나 상승했다. PK 대선지형의 변화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서도 지난 22-23일 조사에선 ‘박근혜(50.2%) vs 안철수(38.1%)’가 26-27일 조사에서는 ‘박근혜(45.8%) vs 안철수(48.3%)’로 완전히 역전했다. 또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도 ‘박근혜(57.2%) vs 문재인(33.3%)’에서 ‘박근혜(50.2%) vs 문재인(38.1%)’로 변화했다.

R&R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박·문 후보의 PK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57.6%에서 49.4%로 떨어진 반면, 문 후보는 30.6%에서 37.4%로 6.8%p 올랐다.

박·안 후보의 양자대결 결과도 비슷했다. 박 후보는 54.3%에서 50.1%로 하락했고 안 후보는 36.3%에서 40.2%로 상승했다. 갤럽 조사에서도 박 후보는 각각의 양자대결에서 제자리걸음을 걸었지만, 문·안 후보는 소폭 상승했다.

특히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각각 경남 거제와 부산 출신이고, 이 지역 명문고인 경남고와 부산고를 나왔다는 점에서 여권의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대구·경북(TK) 출신인 박 후보와 야권 후보 간 PK 대 TK 대결 구도가 형성된 탓이다.

부산 지역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TK 출신인 현 정부에서 불거진 저축은행 사태와 가덕도 신공항 무산 등으로 인한 PK 지역의 소외감이 대선 표심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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