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박근혜에 버림당하나?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올 것이 왔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정면충돌했다. 박 후보가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수위를 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대립하고 있는 것.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고, 김 위원장은 이한구 원내대표와도 강하게 부딪히기도 했다. 당내에선 ‘김종인 몽니’로 비춰질 정도로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경제민주화 선점을 위해 김 위원장을 영입했지만 되레 새누리당은 ‘김종인 비상’이 걸린 셈이다. 그 속사정을 살펴봤다.

너무나도 앞서나간 金… “朴, 진노했다”

박근혜 캠프가 또 다시 갈등을 겪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봉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있다. 비대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무려 3번이나 갈등을 빚었다.

툭하면 ‘사퇴’ 배수진 金

그 첫 번째 갈등은 지난 3월 발생했다. 4·11 총선 공천과정에서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의 공천에 강하게 반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태도가 굉장히 모호하다고 생각한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공천 갈등’으로 사퇴까지 거론한 셈이다.

7개월 뒤에도 김 위원장은 또 다시 ‘사퇴카드’를 꺼내며 배수진을 쳤다.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방향을 놓고 이한구 원내대표와 갈등을 빚었다. 박 후보에게 “나와 이 원내대표 중 선택하라”고 압박, 이 원내대표를 선대위에서 배제시키도록 했다. 

이때마다 박 후보는 김 위원장 편을 들어줬다. 이 원내대표는 2선으로 물러났다. 또 ‘박근혜 경제브레인’ 안종범·강석훈 의원은 김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산하 실무추진단의 단장과 부단장 직책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 공약을 독점하는 듯 했다. 박 후보가 경제정책 공약 추진을 위해 김 위원장을 영입한 만큼 쉽게 버릴 수 있는 카드가 아니었다.

박 캠프 관계자는 지난 5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고집불통’이라는 별명답게 소신을 굽히지 않고, 배수진을 치는 스타일”이라며 “박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 힘을 너무 많이 실어줬다. 이 때문에 사석에서 ‘섀도우 캐비닛’을 얘기할 정도로 거침이 없다. 박 후보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사석에서 거침없는 발언을 하고 있다. 김종인발 ‘섀도우 캐비닛’이 있다는 말이 나돌아 그 실체를 파악하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김종인 ‘총리설’부터 시작해 A씨 ‘민정수석실’ 등이 나돌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일 뿐 박 후보에게 보고되지 않은 김 위원장 혼자만의 ‘섀도우 캐비닛’이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박 캠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김 위원장은 캠프 내 ‘뜨거운 감자’”라고 말한다.

金, 뜨거운 감자로 전락

‘뜨거운 감자’인 김 위원장은 박 후보에겐 부담스러운 존재로 전락했다. 김 위원장의 ‘독불장군’식 행동과 거침없는 발언 때문이다. 재벌개혁에 대한 견해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은 박 후보의 최종 결재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박 캠프 관계자들은 “도의에 어긋난 것이다. 경제민주화 방안을 내놓는데 시기를 놓치고 마땅한 대안이 없자, 혼자만 살려고 후보에게 부담을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박 캠프 핵심관계자는 지난 6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한광옥-안대희-김종인 등이 서로 견제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뒷방으로 물러날 수 있다는 초조감 때문에 섣부른 행동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일련의 과정 때문일까. 박 후보가 김 위원장의 이러한 행동에 진노했다는 후문이다.  

더 나아가 박 후보는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지난 8일 박 후보는 경제단체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존 순환 출자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순환 출자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모든 공약을 최종적으로 발표할 때는 어떤 공약이 가장 국익에 맞는지를 깊이 생각한 연후에 발표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4일 “기존 순환 출자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제한하겠다”고 말한 것과 전혀 달랐다.

특히 김 위원장은 박 후보 발언이 알려진 뒤 “박 후보가 의결권 제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닌가 싶다”며 “박 후보가 어떻게 해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박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당 중앙선대위 전체회의에는 나오지도 않았다. “준비할 공약들을 다 만들어서 후보에게 넘겼기 때문에 당에는 당분간 갈 일도 없다”고 말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박 캠프 안팎에선 김 위원장의 경우 사실상 신뢰를 잃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김 위원장에 대한 거부감이 생긴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종인-이한구 권력다툼 시즌2’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박 캠프 “金 물러나라”

박 후보가 제시한 경제정책은 이 원내대표의 안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보수경제학자이자 재벌과 가까운 성향을 띄고 있어 박 후보와도 지향점이 비슷하다. 특히 당내 분위기도 이 원내대표에게 힘이 쏠리고 있다. 경제민주화 이슈를 놓고 ‘김종인-이한구’가 서로 대립했지만 NLL이후 김 위원장이 밀렸고, 주도권은 다시 이 원내대표에게 넘어간 듯 보인다.

김 위원장의 몽니가 도를 넘었고, 개혁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박 후보로서는 이 원내대표의 경제정책을 더 선호했다는 얘기가 새누리당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또 김종인-이한구 갈등이 외부에서 볼때는 안정화됐다는 평이지만 안에서는 여전히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일까. 박 캠프 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이제는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세다. 박 캠프 핵심 관계자는 지난 9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우리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은 듯하다”며 “경제민주화 이슈 선점을 한 자체만의 성과는 있지만 국민이 동감할 수 있는 세부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물러날 때”라고 덧붙였다.

캠프내에서 '사퇴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결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캠프  이정현 공보단장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다소의 견해차가 있을 뿐"이라며 "조금 더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박근혜-김종인' 조율작업을 벌일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박 캠프 내에서는 조율작업을 하더라도 '박근혜-김종인' 앙금은 더 이상 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앙금이 해소된다고 해도 김 위원장은 '얼굴마담'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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