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만나 후보등록전의 후보 단일화를 합의했다. 논의 하루전날 안 후보는 전남대 강연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하나가 돼야한다”며 ‘이기는 단일화’ 등 단일화 3원칙을 내놓았다. 그동안 안 후보는 야권의 단일화 압박에 대해 정치쇄신과 국민동의라는 단일화의 전제조건을 주장해왔다.

안 후보가 그런 종전의 태도에서 벗어나 단일화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문 후보가 허를 찔렸다는 분석이 팽배했다. 최종 단일화 타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로 단일후보가 되기 위해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정권 교체’를 위해 대승적 자세로 임한다는 양측의 슬로건이 있지만, 어디 속마음까지 그럴 손가.

팽팽한 신경전을 피할 수 없다. 유권자들 눈과 귀가 더욱 ‘단일화 게임’에 쏠리게 됐다. 언론의 단일화 뉴스와 분석이 봇물을 이룰 터이다. 올 18대 대선은 처음부터 야권후보 단일화라는 정치 이벤트에 끌려가는 이상한 정치판이 됐다. 단일화 됐을 때의 양자구도, 단일화 실패 때의 3자구도로 나눠 진행되는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가 다른 모든 이슈를 압도했다.

선거를 한 달 남짓 남겨놓고도 선거구도는 전혀 예측 불가능의 안개 속에 빠져있다. 정책 경쟁은 실종 상태고 국정운영 청사진은 혼미 상태다. 정치공학의 야합과 정치 이벤트가 정정당당한 경쟁을 봉쇄해서 유권자들은 제대로 된 후보자 검증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논의를 급발진 시킨 것은 더 이상 단일화 문제를 비켜갈 경우 단일화를 회피한다는 야권과 지지 세력의 비난을 우려해서다.

그에 따른 지지도 하락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결국 단일화가 최종 타결될 때까지 대선은 단일화 정국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됐다. 모든 대선 쟁점이 단일화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고, 국민은 어떤 방식으로 어느 후보로 단일화 되는가만 지켜봐야 할 처지다. 결코 정상이라고 할 수 없는 정치공학에 국민이 엮여있는 상황이다.

유독 이번 대선에서 TV토론이 실종된 이유가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문제에 있음을 유권자들이 옳게 알아야 한다. 두 후보 중 누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맞설 단일후보가 될 것인지, 링 위에 오를 선수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토론 구도를 짜기가 마땅치 않은 사정이 토론열기를 제약하고 있다.

(문),(안) 두 사람이 단일화를 공식화 한 마당이지만 총론에서 이견이 없다고 각론에서도 뜻이 같기가 힘들다. 모든 논의의 귀결은 결국 누가 후보로 나서느냐로 모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사람과 세력이 부딪치는 일인지라 많은 험로가 나타날 것이다. 이상과 현실은 언제든 충돌할 수 있고, 정치는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를 생물이라고 했다.

단일화 가치를 선거에 이기겠다는 목적만으로 국민 눈을 가리고 있다는 시각과 ‘아름다운 협력과 경쟁’이라는 자찬이 혼재하는 대선정국이 너무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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