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멀티섹스중독’ 확산
정신병으로 분류되는 섹스 중독은 전체 성인의 5%에 해당하는 몇몇 ‘특이한 사람들’만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그들은 불안이나 갈등에서 도피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위험성 있는 성적 접촉’을 할 뿐만 아니라 그 충동을 조절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의 섹스 중독과는 조금 다른 양상의 섹스 중독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성매매를 할 수 있는 워낙 다양한 길이 열려 있다는 점과 또한 매우 쉽게 성을 사고 팔 수 있는 한국사회의 구조가 이를 촉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애인대행은 물론 채팅, 헌팅, 부킹, 변태업소 등 수많은 선택의 기회 앞에서 점차 섹스의 쾌락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바로 이러한 신종 ‘멀티 섹스 중독’ 환자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심지어 하루에도 3~4번씩 여자를 바꿔가며 잠자리를 하고 있다.



기존 섹스 중독이 섹스 행위 자체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신종 멀티 섹스 중독은 여러 여성과 순차적으로 돌아가면서 하는 섹스에 집착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하루나 이틀 사이에 집중적으로 여러 명의 여성들과 잠자리를 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폭풍 같은 쾌락’을 맛보고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친구따라 안마시술소행…문화충격

1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최모(31)씨. 하지만 어느 날 술김에 친구들을 따라 갔던 안마시술소가 그에게는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오랜 백수 생활 끝에 겨우 20대 후반에 직장에 들어갈 수 있었던 그는 그렇게 한동안 신입사원 딱지를 떼기 위해서 일에만 몰두해왔었다. 직장인으로서 흔히 즐길 수 있는 유흥도 그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던 것.

처음 가본 안마시술소는 말 그대로 ‘문화충격’에 다름 아니었다.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고 안마걸들이 보여주는 환상적인 테크닉은 최씨의 정신마저 혼미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때부터 그는 안마시술소를 정기적으로 드나들며 쾌락을 즐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쾌락’이 아니라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하나의 방식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던 것. 그는 자신을 ‘파블로프의 개’에 비유했다.

“안마업소에서 성행위를 한 다음부터는 스트레스가 생기거나 불안할 때는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것이 생각이 났다. 마치 종소리를 들으면 침을 흘리기 시작하는 파블로프의 개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안마업소를 출입하기 시작했고 그러한 방식의 섹스 중독은 점점 다른 형태로 발전해나가기 시작했다.”

한번 섹스에 맛을 들인 그는 끊임없이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애인대행도 그에게는 좋은 기회로 작용했다. 각종 대행 사이트에 들어가 적절한 금액을 제시하면 수많은 여성들이 그에게 사진과 함께 이메일을 보내왔던 것. 특히 유흥가의 업소 여성들이 아니라 싱싱한 ‘민간인’이라는 점에서 그는 점점 더 이같은 낯선 여성과의 잠자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룻밤 3∼4명 여성과 잠자리도

그의 ‘거침없는’ 질주는 여기에서 멈춰지지 않았다. 채팅, 헌팅, 부킹은 물론이고 대딸방까지 섭렵하면서 심할 경우에는 하룻밤에 3~4명의 여성들과 돌아가며 잠자리를 하기도 했던 것.

“새로운 여성들을 만나고 쉽게 잠자리를 할 수 있다는 건 이제껏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낯선 세계였을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존재감마저 확인시켜주는 듯했다. 한 6개월 정도가 지난 후부터는 자제를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지금은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낯선 여성을 만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는 않고 있다.”

유흥직종에 근무하는 웨이터나 구좌들은 이렇게 ‘멀티 섹스중독’에 걸린 남성들을 많이 알고 있다. 서울 북창동에서 구좌로 근무하고 있는 김모씨의 이야기다.

“잘 알고 있는 단골 손님 중의 한명도 섹스에 빠져서 정신없이 다니는 사람이 있다. 비록 손님이라서 뭐라고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내가 보기에도 한심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룻밤에도 대딸방, 안마, 룸살롱, 나이트 등을 전부 휘젓고 돌아다니면서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멀티로 한꺼번에 많은 여성들을 순차적으로 만나는 것 자체에 큰 행복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대딸방만 전문적으로 섭렵해 나가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자신의 지명 아가씨를 마치 ‘공주’ 대하듯이 하면서 일주일에 2~3번을 찾는 경우도 많다는 것. 한 대딸방 업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그 사람들이 우리 업소에만 오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여러 업소를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아가씨들을 비교 분석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시시콜콜한 것도 정보랍시고 인터넷 사이트에다가 올리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섹스 중독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렇게 섹스 중독에 걸린 사람들이 대부분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멀쩡한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것.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나 안정적인 공무원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전문직 종사자들도 많다. 미혼남성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기혼남성도 상당수가 있어 딱히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섹스중독에 걸리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겉으로는 멀쩡한 사람들’이 속내는 섹스 중독에 빠져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유흥가 사람들은 이렇게 해석한다.

“수년 동안 술 먹는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첫잔을 마시는 것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스타일인지 대개 알 수가 있다. 자신의 직업이나 성격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또한 술자리이기도 하다. 섹스에 미쳐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학력이 높고 직장도 번듯하고 전문직인 경우도 많다. 바로 이런 점이 섹스 중독과 오히려 연관이 많다고 보면 된다. 경쟁이 지나치게 심하고 돌발적인 변수가 많이 생기는 직업일수록 술은 물론이고 여자
와의 섹스에 의존하는 듯하다.”(룸살롱 마담 J양)


기형적 한국 성매매 구조가 섹스중독 늘려

특히 이러한 멀티 섹스중독이 늘어나는 이유는 기형적인 한국 사회의 성매매 구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끊임없이 유혹하는 각종 변태업소들의 유혹과 ‘성매매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온라인 세상, 그리고 쉽게 돈의 유혹에 넘어가는 여성들이 총체적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현대 사회병’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새로운 섹스 중독은 헤어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가산을 탕진하는 것은 물론 소비적인 유흥문화에 익숙해져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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