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진 집중 분석
지난 1월 20일 평창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기상청이 발표한 지진의 규모가 4.8로 중규모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비교적 큰 규모에 해당할 뿐 아니라 최근 들어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진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을 지진의 긴 재현 주기로 볼 때 한반도 주변에 에너지가 증가하면서 나타난 일상적인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지진 활성기에 들어갔거나 위험이 급증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높아진 지진 발생 빈도수에 비해 관련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한반도 지진 피해 가능성은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기도하다. 게다가 규모가 더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반도는 일본열도와 중국의 큰 연약대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지진 위험이 낮은, 즉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은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또 현재 확률적으로 규모 6.0 이상의 지진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16~17세기 조선시대에는 이번 평창 지진 정도의 중규모지진이 자주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지진도 간헐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기록돼 있어 지진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만은 없다.

이에 지질학 박사 등 지진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생한 지진을 포함, 최근 크고 작은 지진의 발생 횟수가 증가하자 가까운 미래에 지진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기상대가 첨단 장비로 관측을 시작한 197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반도에서 모두 678차례, 연평균 24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물론 국내의 지진 사례는 일본, 이란 등 지진이 빈번한 국가들보다는 작은 규모라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지진의 빈도가 높아졌다는 것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1980년대에 해마다 6~26차례이던 지진이 1990년대 들어 15~50차례로 대폭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1978년부터 2005년까지 규모 4.0 이상 지진도 모두 45차례다. 중규모의 지진이 연평균 2.5차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한반도에서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판 스트레스’에 따른 잦은 지각 뒤틀림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유라시아판과 인도판간 충돌 에너지가 중국을 거쳐 한반도까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다. 대륙 간 판 경계의 충돌파가 판 내부에 속하는 한반도까지 파장을 몰고 왔다는 얘기다.

김기영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는 “활발해진 대륙판 간의 충돌이 한반도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규모 6.0을 넘는 대형지진은 판 경계에서 일어나므로 발생할 확률이 적지만, 앞으로 규모 4~5 정도의 지진은 자주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잦은 지진의 우려가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 김 교수는 “지진지질학적으로 땅속이 약한 부분인 양산단층(부산에서 양산, 포항, 영해로 이어지는 단층)과 울산단층(울산과 경주로 이어지는 단층)”이라며 “이들 단층은 활성단층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활성단층은 상대적으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덧붙였다.

경재복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우리나라 지진 역사를 보면 16∼17세기에는 이보다 더 지진이 활발했고, 당시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지각 판들의 충돌이 잦아지면서 이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진 관측기기의 성능 향상을 빈번해진 지진의 한 원인으로 꼽고 있기도 하다.

기상청 지진감시과 박종찬 사무관은 “지진 활동이 잦아진 것은 지진 관측망이 확충되고, 분석기술이 향상되면서 예전에 관측하지 못한 미세한 진동도 지금은 감지되기 때문”이라면서 “이로 인해 전체 지진발생 횟수가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헌철 지진연구센터 박사는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이번 평창 지진은 2005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발생한 규모 7.0 강진의 여파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 박사는 “지질 구조상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이 부딪치면서 생기는 에너지(응력)가 일본에서 큰 지진을 불러오고, 인도판이
유라시아판을 밀어내면서 생기는 응력이 중국에서 큰 지진을 일으키는데, 그 남은 힘이 한반도에서 중규모의 지진을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1975년 하이청(해성)지진과 1976년 탕산(당산)지진이 발생한 뒤 1978년 충남 홍성과 속리산에서 각각 5.0, 5.2 규모의 강진이 발생했다. 1995년에는 일본 고베지진 뒤 1996년 강원 영월에서 4.7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기도 했다. 기자>



#국내 건축물 안전성 비상 작은 규모 지진에도 ‘폭삭’

‘한반도는 지진에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글쎄요’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이는 이번 지진이 발생하면서 국내 건축물의 안전성에 비상이 걸린 이유이기도 하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건축법이 개정돼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1,000㎡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는 의무적으로 진도 7.0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를 해야 한다. 지난 1987년 6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1만㎡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 의무화됐던 내진 설계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문제는 내진 설계 의무화 규정이 생기기 전에 지어진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이들 건축물은 노후화도 심해 지진이 발생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내진 설계가 의무화된 이후에 지어진 건축물도 내진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교부가 지난 2005년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내진 설계가 돼 있는 6층 이상 건축물은 36%가 고작이다.

건교부 건축기획팀 관계자는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은 건물의 경우 지진에 대비한 보수, 보강작업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난관리기관의 대응체계 및 국민들의 행동요령 등도 짚어볼 문제다.

주관기관인 소방방재청은 작년에야 기본적인 지진대응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년에는 예산 부족으로 중단 위기에 있으며, 지진재해 연구비는 전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는 사이에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었던 셈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역시 지진에 대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연재해 위험도 평가에 필수적인 데이터베이스나 대책기술개발에 필요한 대형 실험 연구시설 구축 등 이 분야에 대한 초기투자는 오랫동안 소홀히 여겨져 왔다.

그나마 건교부가 추진 중인 분산 공유형 건설연구 인프라 구축사업(KOCED)의 지진 모사 실험센터와 같은 대형 실험시설의 설치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평창 지진 발생 직후 주무부처인 소방방재청과 정부는 지진 및 지진해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진재해대책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월 임시국회에 해당 법안을 제출, 6월까지 입법을 완료하고 이르면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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