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이용한 간첩 활동 실태

남파간첩들이 주로 휴대폰을 통해 대남정보를 빼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제는 간첩들이 인터넷 대신 휴대폰을 이용해 대남정보보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제 3국을 거쳐 통화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서 남한으로 직접 통화연결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이에 중국내 북한 소식통, 국내 통신사 그리고 국정원 관계자 등을 통해 ‘그들만의 통신수법’을 취재해 보았다.


국정원에 따르면 간첩들이 휴대폰으로 북한에 대남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부터 인지돼 왔던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직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휴대폰 간첩활동 적발 대책 시급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휴대폰을 통한 간첩활동을 적발해내기 위해서는 도·감청만이 유일한 방법이다”며 “하지만 현재 통신비밀보호법 때문에 이 방법으로 간첩활동을 잡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탄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우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활동 중인 대부분의 간첩들이 휴대폰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며 “도·감청에 관한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법안만 마련된다면 이런 상황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통신비밀보호법은 1993년 김영삼 정권 때 제정된 것으로 여기에는 휴대폰 감청에 필수적인 통신사업자의 협조 조항 등이 없어 합법적인 휴대폰 도·감청은 존재할 수 없다.
또 이 관계자는 “불과 수년전까지만 해도 국정원에서는 도·감청이 암암리에 이뤄져 왔기 때문에 간첩들이 휴대폰 사용을 꺼렸다”며 “그러나 국정원 불법 도·감청 사건이 터진 이후 다시 차단돼 휴대폰을 통한 간첩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가 전하는 간첩들의 휴대폰 첩보활동 실태는 이렇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북한에서 중국 회선을 경유해 남한으로 연락하는 것이다.
북한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 방식은 GSM 방식. 중국은 CDMA방식과 GSM 방식을 함께 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회선의 이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국정원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같은 사정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2005년 8월 26일 발생한 바 있다.
북한 신의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휴대폰으로 북한 조선노동당 원자력지도국 산하 강성무역회사 강영세(47) 사장의 비리를 고발한다며 북한전문 인터넷신문 <데일리엔케이>로 전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국내 회선을 직접 이용하는 방법도 애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에서 구한 휴대폰으로 판문점 등 휴전선 부근에서 직접 전화통화를 한다는 것.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정보국은 남한의 기지국을 통해 직접 간첩과 통화를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남한 기지국 이용 등 방법 교묘
하지만 남한의 기지국을 사용해 통화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적을 한다 해도 같은 남한에서 통화하는 것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간첩행위 사실을 제대로 포착하기가 어렵다.
또 이 방법의 경우 간첩들이 북한으로 전화를 거는 일은 없다. 북한에서 전화를 남한으로 걸어오고 남한 간첩은 그것을 받기만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국내 통신법상 발신자정보에 대한 추적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한국으로 전화거는 것이 실제 가능한지 국내 통신사에 확인해 보았다.
이에 대해 국내 모 통신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휴대폰 통화는 대한민국 땅이라면 휴전선 부근이라 할지라도 가능하다”면서도 “물론 북한으로 전파가 새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는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전파를 자로 잰 듯 자를 수 없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통신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이라 할지라도 기지국으로부터 수 킬로미터 가까이 접근할 경우 북한에서 남한으로 휴대폰 통화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판문점 주변은 인구 유동량이 많아 국내 모든 통신사의 기지국이 설치돼 있다”며 “북측과 가까운 거리인데 반해 기지국이 많기 때문에 북측 진영에서도 휴대폰 통화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추적 어려운 ‘대포폰’ 사용하기도
남한의 기지국을 이용한다는 사실 외에도 추적이 힘든 이유는 또 있다. 그것은 바로 대포폰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또 국정원에 따르면 속칭 ‘범죄폰’으로 불리는 ‘대포폰’은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범죄자뿐 아니라 간첩들에게도 애용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해외 로밍서비스가 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에 휴대폰을 해외로 가져가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 없다”며 “특히 중국의 주요 대도시는 한국과 같은 CDMA 방식이 통하기 때문에 휴대폰을 소지하고 출국하는 이들이 많다. 간첩들은 이런 틈을 타서 대포폰을 대량으로 북한에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 북한 소식통도 같은 말을 전했다.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공장 설비 문제로 북한의 개성공단을 오갔던 이 소식통은 “최근 북한에서 휴대폰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만큼 휴대폰의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북한에서도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공단에 파견돼 있는 당간부들에게 삼성 휴대폰은 최고의 선물이다. 이 때문에 한국 사업자들이 휴대폰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내가 알기로 북한에서 한국으로 전화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암암리에 그렇게 하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이 소식통은 “한국의 대포폰이 안좋은 목적으로 북한에 들어가고 있다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들어 왔다”며 “북한 사람들은 중국에서도 휴대폰을 많이 구매해 간다”고 전했다.
한편 국정원은 “외국 스파이, 남파 간첩들이 휴대폰을 주요 통신수단으로 사용하는 현실에서 휴대폰 감청을 하지 못함으로써 막대한 안보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필리핀, 태국 등 제 3국에서 활동하는 중간 연락망을 잡아내 그것을 통해 다시 국내 간첩을 역추적 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 국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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