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도에도 한국 경제계는 다사다난했다.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급등, 그리고 내수침체, 부동산값 폭등, 한미 FTA 문제, 북핵사태 등의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면서 최악의 시련을 겪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 비자금사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JU사태 등 경제와 관련한 대형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경제계 전반이 어수선했다. 이 과정에서 경제계 인사들의 명암이크게 엇갈리기도 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주수도 JU회장 등이 각종 의혹에 휘말리며 구속되기도 했다. 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회장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승승장구하기도 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경제계 인사들의 면면을 통해, 2006년 경제계를 뒤돌아봤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지난해는 시련의 연속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최악의 한해를 보내야했다. 지난 해 3월 비자금사건이 불거지면서 한때 구속되는 불운을 겪었던 것이다. 재계 2위 재벌그룹 오너에 대한 수사는 지난해 내내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숱한 뒷얘기를 남겼다.
브로커 김재록씨의 사건을 수사하던 대검 중앙수사부가 지난해 3월26일 현대차 본사 압수수객을 단행하면서 ‘현대차 비자금 수사’가 본격화됐다. 검찰은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 등의 계열사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2006년 4월말 정몽구 회장을 전격 구속기소했다.
6월 보석으로 풀려난 정 회장은 이후 현장경영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7월의 노조 장기파업 등으로 또다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여기에 환율급등 등으로 인한 실적악화도 문제였다.
정 회장은 지난해 자신의 구속과 현대차·기아차 파업, 이로 인한 실적부진과 주가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이다.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 15년 벤처신화 ‘폭삭’
1991년 맥슨전자를 나와 전셋돈 4,000만원으로 호출기사업을 시작해 창업 15년 만에 4,500명의 직원수와 매출 3조원대를 이룩한 벤처신화의 주인공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 하지만 최근 팬택계열은 무리한 확장과 차입경영으로 심각한 경영적자를 거듭한 끝에 부도의 위기를 맞았고, 결국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성공가도를 기록하던 팬택계열의 몰락은 해외 기업을 비롯한 대기업들과의 경쟁과 마케팅 실패, 거듭된 M&A로 구조조정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현재 1조5,000억원 가량의 부채를 안고 있는 팬택계열은 기업구조개선작업에 착수, 팬택계열의 채권은 3개월간 유예되고 박 부회장의 경영권도 유지할 수 있어 한고비를 넘긴 상황이다. 팬택계열은 선전을 기록하고 있는 내수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긴축경영으로 내실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갖추고 있다.


이헌재 전경제부총리 외환은행 헐값매각 개입의혹
이헌재 전경재부총리는 작년 11월 검찰에 소환됐다. 론스타의 법률자문을 맡았던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고문으로 활동하며 외환은행 헐값매각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김앤장’은 각종 법률자문을 맡았고, 김앤장에서 활동하고 있던 전직 정부관료 출신들이 로비활동을 벌였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었다. 이헌재 전경제부총리가 론스타게이트의 몸통으로 지적되는 이유는 변양호 전재경부금융정책국장, 이강원 전행장과 학연으로 연결되는 등 외환은행 사건의 핵심인물과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검찰은 당초의 수사방침과는 달리 이헌재 전총리가 ‘혐의 없음’을 발표했다. 이 전 경제부총리에 대한 조사는 세간의 의혹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주수도 JU그룹 회장 희대 사기꾼 오명 쓰나
지난 한해 한국사회를 뒤흔든 최대의 사건은 ‘JU’사기사건이었다. JU그룹의 주수도 회장은 ‘공유마케팅’이란 독특한 방법으로 34만명의 회원들을 끌어모아 국내 최대의 다단계 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회원들로부터 받은 돈을 이용해 수많은 정ㆍ관계 인사들에게 로비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물건과 함께 물건값의 1.5배를 돌려준다는 ‘공유 마케팅’은 결국 검찰수사에서 34만명의 회원들에게 4조5,0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안겨 준 사기극임이 드러났다. 특히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전직 장관, 국회의원, 검경 고위간부, 탤런트 등 유명인사를 자문위원 또는 간부로 영입하고 서해유전 개발 등 검증되지 않은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투자자를 현혹시켰다. 결국 주수도 회장은 사기와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2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ㆍ관계 로비에 사용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검찰 스스로 “사상 최대 사기극”이라고 규정했던 이번 사건이 정·관계 로비 등 핵심의혹을 규명하는데 별 성과 없이 일단락되자 부실 수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 기업지배구조개선에 선봉
지난해 증권가와 언론은 ‘장하성펀드가 어디에 투자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장하성 교수가 주도해 결성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의 기업에 대한 투자활동을 계속 확대시켜 나갔다.
장하성펀드는 2006년 9월 23일 대한화섬의 지분 5.15% 매입을 시작으로 화성산업과 크라운제과 등 한 해에만 총 5개 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 또 대한화섬의 지주회사 격인 태광그룹과 4개월이 넘는 경영권 공방을 벌인 끝에 태광 측 경영진으로부터 지배구조개선에 따른 경영합의를 받아냈다.
여론과 증권가는 태광그룹의 ‘백기투항’까지 받아낸 장하성펀드의 영향력이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하성펀드는 앞으로 공모를 통해 개인 투자자금을 확보하고 국내 기관 참여를 유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장하성 교수는 지난 2005년 미래에셋금융이 조사한 ‘2006년 한국 증시를 위해 기여한 인물’에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지배구조 개선으로 기업가치를 새롭게 했다는 점에서 행동하는 펀드자본주의의 대표로 올라섰다는 이유에서이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 반도체 기술명인으로 우뚝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사장에게 2006년은 최고의 한 해로 기록됐다. 황 사장은 지난 1994년 세계 최초로 256Mb D램을 개발해 ‘D램 중흥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 CTF 혁신 기술을 적용한 40나노 32기가 낸드 플래시 개발 등 7년 동안 매년 두 배씩 메모리 용량을 증가시켜 왔다. CTF 기술은 지난 35년간 사용되었던 전통 플래시 기술인 ‘플로팅 게이트’의 개념을 완벽하게 대체할 신개념 나노 반도체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그는 지난 10월 50나노 1기가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D램 분야에서 가장 작으면서도 용량이 가장 큰 제품을 내놓는데 성공했으며,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D램을 하나로 합쳐 성능을 높인 `원D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반도체분야는 진화돼 삼성전자 황창규 사장을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 명인으로 만들었다. 황창규 사장은 이 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12일, 학회 행사에서 세계 전기·전자분야 최고권위 단체인 IEEE 이사회가 수여하는 ‘2006 IEEE 앤디 그로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이마트 성공신화
신세계의 매출은 지난 1999년까지만해도 3조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올해 매출은 12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매장수도 100개를 넘기면서 2위 업체들과의 격차를 2배 이상으로 벌려놨다. 이같은 급성장의 중심에는 구학서 부회장이 있다.
공격적인 경영스타일로 4배가 넘는 급성장을 이뤄낸 것.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구학서 부회장은 지난 연말 인사에서 대표이사 사장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그를 ‘오너급 전문경영인’으로 부른다.
구 부회장의 2006년 최대 작품은 역시 월마트 코리아 인수. 당시 롯데나 삼성테스코, 이랜드 등이 한국까르푸 인수 경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 때 신세계는 까르푸 인수에서 한 발 물러선채 월마트 인수작업을 은밀히 진행했다. 그 결과 월마트 코리아 지분 전량을 8,250억원에 사들여 유통업계뿐 아니라 재계 전체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의 공격적 경영스타일이 가장 잘 드러났던 작품이다.

구부회장은 지난 1972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삼성비서실 재무팀 과장, 제일모직 본사 경리과장, 동경지점 관리부장 등의 엘리트코스를 밟아왔다. 주로 재무관리 업무를 주로 담당해온 관리출신 CEO이다. 신세계가 삼성에서 계열분리돼 나온 이후 신세계로 영입돼 경영지원실장을 거쳐 2001년 3월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2006년 11월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올해 구학서 부회장의 최대관심사는 홈쇼핑사업 진출과 신세계 남대문 본점 재오픈이다. 구 부회장은 홈쇼핑사업 진출에 대해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최대 유통업체가 ‘홈쇼핑’이란 황금어장을 그냥 둘리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신세계 남대문 본점도 오는 3월 본관 리모델링이 끝나면서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다.
특히 명동 상권을 놓고 롯데백화점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현재까지는 롯데백화점 매출의 30~40% 밖에 미치지 못하지만 구학서 부회장이 이 간격을 좁히기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가 유통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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