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전재판관 근황 추적


지난 21일 새 헌법재판소장에 이강국(사시 8회) 전대법관이 내정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효숙 전재판관을 헌재 소장 후보에 지명한 지 127일 만이다. 이 내정자는 법조계 전반에 걸쳐 신망이 두텁고 원만한 판결을 해왔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평가다. 특히 ‘전효숙 파동’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청와대 측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 지명한 인사가 이 내정자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내정자가 ‘무난한 인사’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코드인사 논란과 임명 절차상 하자로 자진 사퇴했던 전효숙 전헌법재판관의 행보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요서울>은 최근 행방이 오리무중인 전 전재판관의 근황을 추적했다.


헌재소장 임명과 관련, ‘코드인사’ 논란으로 결국 자진 사퇴 선언을 했던 전효숙 전재판관은 여전히 뉴스메이커이다. 전 전재판관은 지난 8월 헌재소장 후보자로 내정돼 ‘첫 여성 헌재소장’ 탄생을 눈앞에 두고 좌절돼 더욱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명예스러운 퇴직 ‘무산’ 배경
전 전재판관은 퇴진 이후 적잖은 심적 고통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진다. ‘명예스럽지 못한’ 퇴진이었던 까닭이다. 전 전재판관의 불명예스러운 퇴진 이유로 ‘청와대서 그의 사퇴를 만류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사상 첫 여성헌재소장에서 낙마한 전 전재판관은 진작부터 사의를 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청와대 내 386그룹의 반대로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지속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 전재판관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한 법조계 인사도 “전 전재판관은 자신의 거취 문제로 국정운영에 부담이 가는 것은 원치 않아 청와대에 자진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신 안정되면 심정 밝힐 것”
그의 바람과는 달리 불명예스럽게 퇴진해서 일까. 그는 현재 종적을 감춘 채, 외부인사는 물론 언론과의 접촉도 일절 피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7시,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전 전재판관은 “지금은 언론과 접촉하고 싶지 않다”며 “아무 말도,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것인지, 지금 현재 말을 아끼는 것인지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그는 “나중에 심신이 안정이 되면, 그때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건강을 비롯해 요즘 근황 및 향후 행보 등에 대해서는 “잘 지내고 있다”는 짧은 답변만을 내놨다.

근황 둘러싸고 소문만 무성
세간에는 전 전재판관의 근황 등을 둘러싸고 갖가지 소문이 무성하다. ‘남편 이태운 광주고등법원장의 관사(전남 광주 소재)에 머물고 있다’는 은둔설, ‘모처의 기도원(경기도 광주 소재)에 들어갔다’는 잠적설, ‘조만간 해외로 출국할 것이다’라는 외유설, ‘변호사로 전업하기 위해 사무실을 알아보고 있다’는 개업설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소문 가운데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바로 ‘은둔설’이다.
우선 전 전재판관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자택을 비운지 오래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1일 오후 1시, 전 전재판관 자택을 기자가 찾았을 때, 그의 집은 내부 수리공사 중이었다.
18일부터 공사를 하기 시작했다는 H인테리어 관계자는 “배관이 너무 낡아 보수공사를 하는 중”이라며 “공사는 내부 확장을 비롯해 전면 인테리어까지 다 뜯어고치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공사는 적어도 한 달 이상 진행될 예정이며, 공사가 끝나는 대로 전 전재판관 내외가 입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년 전부터 전 전재판관의 집 내부 수리 및 하자 보수공사를 맡아왔다는 한 공사관계자는 “전 전재판관은 자택을 비운지 두달 이상 됐으며, 현재 광주 관사에 머물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번 내부 수리 공사를 부탁한 사람도 지난 주말께 자택을 방문한 남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전 전재판관은 지난 9월 20일 광주 관사에서 목격된 바 있어, 이 같은 공사관계자의 전언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도 하다. 그는 이날 남편과 둘이 광주시내 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남편 관사가 있는 광주 북구 두암동 H아파트 10층으로 귀가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 전재판관이 한동안 머물렀던 광주 관사에도 발길을 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잠적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 전재판관의 한 지인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전 전재판관이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현재 모처 기도원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가 머물고 있는 기도원은 경기도 광주 소재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곳 관계자는 처음엔 전 전재판관이 신도라는 것 자체를 부정하며 언론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그가 이곳의 독실한 신도로 머물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한편, 세간에 떠돌고 있는 ‘외유설’은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라는 게 전 전재판관 측근의 주장이다. 그는 “전 전재판관이 그동안의 심적 피로를 씻고자 여행을 다니는 것은 몰라도 도피성에 가까워 보이는 출국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소문을 일축했다.
향후 행보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대목이자 가장 주목되고 있는 부분인 ‘변호사사무실 개업설’에 대해 또 다른 측근인사는 “아무래도 자진 사퇴를 한 입장에서 헌재 복귀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반문한 뒤 “그의 명성이 헛되지 않게 향후 변호사 사무실 하나쯤은 차릴 계획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 전효숙 헌재소장 인준 파문 전말
지난 8월 노무현 대통령은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을 여성 최초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했으나 곧 위헌논란에 휩싸였다. ‘헌재소장은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는 헌법조항으로 볼 때, 헌재 재판관직을 그만 둔 전 전재판관은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헌재소장이 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헌재 재판관 임기가 3년 남았던 전 전재판관을 다시 6년 임기의 헌재소장에 임명하기 위해 청와대 민정수석이 전 전재판관의 헌재 재판관 사퇴를 종용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이후 한나라당의 저지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네 번이나 무산되고 사회적 논란도 극심해지자, 결국 청와대는 전 전재판관 지명(8월16일) 103일 만인 11월 27일 지명 철회를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전 전재판관이 정쟁의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법적 절차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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