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11월 후보직 사퇴 사전 논의 있었다”

▲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후보 사퇴 표명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이날 안 후보는 후보직을 사퇴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에게 양보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적 비난 폭발 안철수 대국민 우롱극 왜 했나 
민주, 정권 교체 후 차기대선 시나리오에도 安이 핵심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 23일 전격 후보 사퇴를 선언하면서 대선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안 후보의 사퇴를 놓고 여러 해석과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의 유력 주자였던 안 후보로서는 단일화 룰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을 계속할 경우 여러모로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단일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이전투구 끝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이긴다 해도 본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밀릴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았다.

안 후보가 주변 최측근들조차 모를 정도로 은밀히 그리고 신속히 사퇴를 결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도 들린다. 총선 이후 안 후보가 대선출마를 준비하며 10월말에서 11월경 지지선언과 함께 후보직 사퇴를 하기로 계획했다는 것이다. 이 소문은 최근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총선 이후 6월경부터 야권 핵심관계자들 사이에서 은밀히 나돌았다. 소문의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안 후보가 지지선언을 한 이후 단일화를 논의하고 11월 후보직사퇴를 했다는 점에서 소문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를 두고 정치권 주변에서는 “안 후보가 대국민 우롱극을 벌였다”는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안 후보가 본격적인 검증무대를 피하기 위해 사퇴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본격적인 ‘검증 무대’가 마련되면 무소속인 안 후보로서는 허허벌판에서 홀로 버티기에 부담을 느꼈을 거라는 이야기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일전에 “안 후보는 시베리아 벌판에서 팬티 차림으로 홀로 서 있는 거나 다름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본격적인 검증무대를 앞두고 호화유학 등 가족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되자 단일화 효과의 반감을 우려해 먼저 손을 턴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만 50세에 불과한 안 후보가 차기에 기득권을 버림으로써 차차기에는 얻을 게 더 많을 거라는 분석이다. 이번에는 대통령의 꿈은 접었지만 안 후보는 자신이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운 ‘새 정치’ 이미지를 이어갈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가족도 함께 검증대 부담

얼마 전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의 토론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이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호화유학생활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확산됐다. 이를 두고 “안 후보에 대한 검증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황 소장의 주장에 따르면 안 후보는 미국 유학시절 미국에서 200만 불 정도에 거래되는 저택에서 거주하는 등 초호화 유학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또 안 후보의 딸도 미국에서 최고급 명문학교에 다녔고 이를 위해 막대한 학비를 지출했다고 황 소장은 주장했다. 유권자들이 서민의 탈을 쓴 서민 대통령에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황 소장의 이러한 주장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안 후보 측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안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즉각 반박하고 나섰지만 논란의 불길이 커져만 갔다.

안 후보의 갑작스런 사퇴는 이런 상황에 돌출된 것이어서 이 논란과 사퇴를 이어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황 소장이 제기한 의혹을 살펴보면 이렇다.

황 소장은 유학 중인 안철수 후보의 딸 설희씨가 초호화유학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황 소장은 “안 후보의 딸이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고급 콘도는 월 렌트비용이 5000달러”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와 그 가족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팔로알토에 같이 거주했다. 당시 안 후보와 가족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외유학비용은 연 9만 불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학비용으로 1억 원이 넘는 돈을 쓴 셈이다.

황 소장은 “계산해보면 우선 학비로 안철수 본인이 EMBA 과정에 연 8만 불이 쓰여졌다”며 “딸의 대학교 학비로 연 1만불이 사용되어 학비만 계산해도 연 9만 불이 사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소장이 제기한 문제는 유학비 뿐 아니라 안 후보의 생활도 포함된다. 황 소장에 따르면 안 후보의 가족들이 거주한 지역의 하우스 렌트비는 연 8만 불 이상으로 고가의 주택들이 모여 있는 부촌이다.

황 소장은 “가족들이 생활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차량 및 국내 왕복 비행편 생활비 등 10만 불은 족히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총 연 27만 불, 연 3억 원 이상의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의 해외유학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사전논의 있었다 소문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퇴를 두고 “민주당과 안 후보가 국민을 우롱한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안 후보와 민주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권이 안 후보의 사퇴를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6월~7월경 민주당 주변에서 나온 심상치 않은 소문 때문이다.

당시 정치권 극소수 인사들에서 “안 후보가 박원순 서울시장과 더불어 최측근 인사들과 함께 대선 출마를 논의했으며 ▲10월 출마선언 ▲11월 야권지지선언과 함께 후보 사퇴 시나리오를 짰다”는 말이 돌았다. 이때 돌았던 시나리오에 따르면 안 후보가 10월 출마선언을 하는 것이었지만 안 후보는 9월 출마선언을 했다. 이는 출마여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출마선언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와 그 측근은 수도권 모처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안 후보의 대선출마 플랜을 짰다는 말이 들린다. 또 민주당 인사들도 이 자리에 참여해 플랜을 조율했다고 한다. 이 플랜을 논의한 인물 중에는 야권 핵심인사인 A씨, 민주당 B씨, 사회저명인사 D씨 등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이 플랜은 왜 세운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친박캠프의 한 핵심인사에 따르면 안 후보의 출마와 사퇴는 야권의 미래 대권 플랜에 따라 진행됐다는 것이다.
친박의 한 핵심인사는 “총선 이후 안 후보 측과 민주당 등 야권이 안 후보의 대선 출마 플랜을 논의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소문에 따르면 야권은 안 후보의 사퇴로 민주당이 대권을 잡고 그 다음으로 박원순 시장이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고 한다. 또 박 시장 다음에는 안 후보가 다시 대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이번 대선이 아니라 차기 또는 차차기 대선을 생각하고 앞으로도 정치행보를 계속 할 것”이라는 말이 파다하다. 또 안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향후 정치 활동을 계속할 의사를 드러냈다. 이뿐만 아니라 출마 당시 때도 정치를 계속할 것이라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는 소문이 설득력을 갖는 결정적 이유다.

안 후보는 이날 사퇴 회견에서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그것이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계속 그 길을 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안 후보는 사퇴 선언을 하기 십분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 후보는 지난 23일 저녁 8시 20분 서울시 종로구 공평동 선거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 의사를 밝히기 전 문재인 후보에게 직접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후보를 사퇴하며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라고 선언했다. 또 그간 지지해준 국민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밖에 안 후보는 전격 사퇴를 선언한 다음 날인 지난 24일 지방으로 내려가 휴식을 취하면서 향후 행보 구상에 들어갔다. 안 후보는 당분간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출마 선언 뒤 지난 66일간 강행군으로 쌓인 피로를 풀고,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극심하게 압박을 받아온 마음을 추스를 것으로 보인다. 이후 대선 과정에서의 역할과 향후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안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의 선대위원장 등 직책을 맡아 선거를 지원할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안 후보가 사퇴 회견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을 선언한다”면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달라”고 밝힌 만큼 대선 과정에서 선거운동의 효과 등을 고려해 어떤 형태로든 지원 활동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병호 프리랜서>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