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캠프’ 별도 운영 가능… 참모회의 수시 진행”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사퇴했지만 그를 필요로 하는 야권의 구애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안 전 후보를 적극 지지했던 중도층이 사실상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문 후보 측은 안 전 후보 잡기에 혈안이 된 상태다.

문 후보 측은 안 전 후보 측과 단일화 과정에서 논의했던 정치쇄신 및 안 전 후보 공약을 대폭 반영하는 한편, ‘국민연대 선대위’ 구성을 위한 밑그림을 구상, 안 후보 측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문재인-안철수 단독회동이 조만간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캠프, ‘대통합 선대위’ 구성

문 후보 측은 현재 안 전 후보와 그의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안 전 후보가 백의종군의 뜻을 내비쳤지만 아직까지 문 후보 지지를 위한 직접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문 후보 진영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문 캠프 측은 그러나 안 전 후보의 지지는 사실상 시점의 문제로 보고 이에 따른 선거 전략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일환으로 캠프 내에선 문재인-안철수 단독회동이 성사될 것으로 관측, 이후 진행될 ‘대통합 선대위’ 구성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달 25일 대선후보 등록 직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첫 기자회견을 갖고 “안 전 후보와 약속한대로 국민연대의 성격을 가진 대통합 선대위를 구성할 것”이라며 “기존의 담쟁이 캠프를 넘어 안 전 후보의 진심캠프와 함께 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방적으로 구상을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구체적인 형태는 조금 더 기다려 달라”면서 “안 전 후보의 형편이 되는대로 빠른 시일 내에 만남을 갖겠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가 사퇴한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단은 총사퇴했다.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은 “새정치 선언을 바탕으로 한 국민연대 방식의 새로운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문 후보는 통합선대위뿐만 아니라 안 전 후보의 공약을 대폭 반영해 ‘10대 공약’을 재정리하는 등 정책연대 또한 추진하고 있다.

문 후보 측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8일 기자 브리핑에서 “10대 공약을 정리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안 전 후보의 정치혁신과 새로운 정치의 뜻을 문 후보와 민주당이 그대로 온전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최대한 적극 반영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국회의원 정족수 문제도 문 후보 측이 안 전 후보 의견을 일부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캠프 핵심관계자는 “새정치 공동선언문에 ‘조정’이라고 표기한 것을 두고 입장차가 컸는데, 통합선대위가 구성되면 이 부분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통합선대위 구성은 어떻게?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문 캠프는 현재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선이 코앞이기도 하지만 ‘진심캠프’(안철수 전 후보의 대선캠프)와의 결합을 고려해 일부 팀이 사무실을 이전하는 등 캠프가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영등포 당사에 상주하던 미디어담당팀(TV토론팀)과 정책팀 그리고 특보단과 특별위원회가 여의도 신동해 빌딩으로 이전했다. 캠프 관계자는 “TV토론을 앞둔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을 위해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안 후보 측 인사들의 유입을 고려해 팀을 이동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캠프는 크게 3개의 캠프로 구성돼 있다. 민주캠프, 시민캠프, 미래캠프가 그것으로 민주캠프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시민캠프는 시민과의 소통 및 시민사회단체와의 유기적 결합을, 미래캠프는 정책자문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문 캠프의 핵심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일요서울]과 만난자리에서 “만약 안 전 후보가 결단을 내리고, 그의 대선 캠프가 문 후보 캠프에 들어온다면 현재 있는 3개 캠프와 함께 진심캠프가 더해지면서 4개의 캠프가 구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민연대 선대위’의 운영과 관련해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태에서 각자 활동이 있는 만큼 현재 있는 민주캠프, 시민캠프, 미래캠프와 함께 별도로 진심캠프가 운영돼 대선을 치르지 않겠느냐”며 “각 캠프가 유기적으로 활동하면서 핵심 참모진 회의는 당사에서 수시로 진행되는 형태로 갈 것 같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안 캠프 일부 인사들이 자연스레 문 캠프로 유입될 수 있다”면서도 “당사에 책상 들고 들어와 옆에서 함께 있는 것도 그렇고, 진심캠프 인사 대부분은 그들대로 움직이면서 문 캠프와 결합하는 형태를 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시민캠프에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했던 분들이 상당수 있고, 안 캠프 인사와도 가까운 인물들이 많다”고 언급한 뒤 “그렇게 되면 시민캠프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문 캠프와 안 캠프의 가교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安의 지지선언 시기는?

안 전 후보는 지난 3일 ‘진심캠프’ 해단식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퇴 기자회견 때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말씀드렸다”며 “저와 함께 지지자 여러분께서 이제 큰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당초 기대와 달리 다소 소극적인 발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분명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 전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분명하게 문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을 보름 앞둔 상황에서 안 전 후보의 선택은 선거 진형에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4일 예정된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TV토론회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조만간 안 후보가 문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투표일이 2주가량 남은 상태에서 안 후보가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문 후보 측 핵심관계자는 지난달 28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당장은 그렇고 대선 중반쯤에 지지하면 그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아직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아직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하고 우리 입장에서도 좀 더 있다가 하는 것이 좋다”면서 “(투표일) 2주 전후가 적당한 시기”라고 전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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