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문재인 ‘명운 건 22일’ 대격돌

18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공식 선거운동이 지난달 27일 0시부터 시작됐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비롯해 7명의 대선 후보는 투표 전날인 12월 18일 밤 12시까지 22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 유세지역으로 충청과 부산을 각각 택했다. 두 후보가 이 지역을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이곳이 결정적인 승부처라는 판단에서다.

박 후보는 충청과 함께 세종시 유세도 함께 이어갔다. 세종시 원안을 관철했던 점을 부각시켜 ‘원칙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각인시키기 위함이다.

부산을 찾은 문 후보는 자신의 연고지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이곳에서 대선 승리를 자신했다. 특히 새누리당 지지세가 강한 부산에서 문 후보는 40%이상의 득표를 목표로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두 후보의 난타전도 날카로웠다. 박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스스로 폐족이라 했던 실패한 정권의 최고 실세였다”고 맹공을 폈으며, 문 후보는 “5·16 군사쿠데타, 유신독재 세력의 잔재를 대표하는 박 후보가 독재를 찬양하고 미화한 역사인식으로 민주주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몰아붙였다.

또 박 후보 캠프의 이상일 대변인은 “안철수 전 후보와 소통하지 못해 아름다운 단일화에 실패한 문 후보가 박 후보에 대해 불통의 리더십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라고 비판했으며, 문 후보 캠프의 박광온 대변인은 “박 후보가 실패한 이명박 정권의 공동 책임자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 노무현 정권 실패론을 들고 나왔다”고 역공을 가했다.

박근혜 단독 TV토론 진행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지난달 26일 밤 단독으로 방송토론회를 가졌다. 앞서 열린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TV토론’에 대한 형평성 문제에 따른 것으로, 토론회는 4명의 패널로부터 질문을 받고 이에 답하는 방식의 ‘국민 면접’ 형식으로 진행됐다.

70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박 후보는 정치쇄신, 하우스 푸어, 반값 등록금 문제 등에 대한 해결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일부 답변의 경우 원론적 수준이라며 패널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박 후보의 TV토론과 관련,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박 후보 측 이상일 대변인은 “준비된 경륜 있는 후보, 진정성 있는 후보의 면모를 잘 보여줬다”며 “진실된 마음을 잘 전달한 토론이었다”고 호평했다.

이에 반해 문 후보 측 진선미 대변인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콘텐츠는 빈약하고 준비 안 된 후보라는 점만 확인할 수 있었다”며 “박 후보가 왜 그렇게 TV토론을 기피했는지 알 수 있었다”고 촌평했다.

한편,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과 ‘문 후보’ 측의 대선후보 양자토론 제안을 박 후보가 거부한 것을 두고 이에 따른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박 후보는 문 후보와의 양자토론을 제안 받았으나 정해진 유세 일정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앞서 박 후보 측은 야권단일화 전 TV토론을 거부하면서 “야권후보가 정해지면 무슨 토론이든 다 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학규 정치활동 재개... 文 캠프 합류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27일 문재인 후보의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서며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손 고문은 이날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문 후보 지원유세에 참석해 “문 후보의 책임이 크다.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의 책임을 다 떠안아야 한다”면서 “문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을 교체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만약 더 이상 이명박 정권과 똑같은 박근혜 정권이 이어진다면 서민들이 그 지겨운 분노의 삶을 어떻게 이어가겠느냐”며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거듭 호소했다.

그는 지난 경선 당시 자신의 슬로건이었던 ‘저녁이 있는 삶’을 문 후보에게 건네기도 했다. 손 후보는 “문 후보가 이제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아니 민주세력의 단일 후보가 됐으니 ‘저녁이 있는 삶’을 빌려드리는 게 아니라 몽땅 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손 고문은 지난 9월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 두 달 여 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칩거에 들어갔으며, 그간 문 후보 측의 계속된 지원 요청에도 불구하고 두문불출하며 활동을 자제해왔다. 이 때문에 경선갈등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다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심상정 후보 사퇴… 문재인 지지선언

진보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지난달 26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며 전격 사퇴했다.

심 전 후보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의 사퇴가 사실상 야권의 대표주자가 된 문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의 열망을 모아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그는 “대선 후보로서의 제 역할은 끝나지만 노동권 강화와 정치개혁을 향한 노력은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한 정책연대를 통해 계속될 것”이라며 문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회찬 공동대표는 심 전 후보의 사퇴와 관련,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진 것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함이 아니겠냐”며 “정권교체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서 당의 이익을 바다에 몸을 던지는 심정으로 심 전 후보가 희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재인 후보는 박용진 대변인을 통해 “심 전 후보의 사퇴는 정권교체와 새로운 정치를 위한 결단이자 헌신이라 생각한다”며 “이제 범야권이 하나로 뭉치게 됐다. 함께 최선을 다해 반드시 승리하자”고 말했다.

그는 또 “심 전 후보가 밝힌 정책 제안에 대해 성의 있게 적극 검토할 것이며, 심 전 후보와 조만간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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