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뇌부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 내홍사태 후폭풍

 

▲ 한상대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고동석 기자]대선을 목전에 두고 검찰이 물고 물리듯 검은 돈을 수뢰한 부장검사에 초임검사의 성추문사건으로 조직전체가 뿌리째 흔들리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놓여 있다.

현직 검찰총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충돌과 갈등으로 검찰 수뇌부를 위시해 전국 일선 지검에 이르기까지 상명하복에 죽고 사는 일사불란의 조직이 사상 유래 없는 최악의 검란사태라는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쓰고 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대국민사과와 자체 개혁안으로 비켜가려 했던 독단적인 무리수가 집단 항명을 초래했다는 내부 비판에 휩싸였다. 급기야 용퇴를 요구하는 간부 검사들의 등에 떠밀려 내쫓기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번 검란 사태는 정치권에서 앞 다퉈 터져 나온 검찰개혁안과 맞물려 있다. 여기에 한 총장이 중수부 폐지를 골자로 하는 내부 개혁안을 검토하면서 조직 존폐라는 위기를 스스로 자초했다는 게 대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총장은 검찰간부들이 잇따라 용퇴를 요구해 지휘권조차 무명무실해진 상황이어서 청와대의 신임을 묻는다고 해도 사실상 퇴진을 막기엔 불가피했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검찰 안팎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MB정권에 기대어 승승장구했던 정치검찰의 살생부와 쇄신척결의 불가피함이 평검사들사이에서 나돌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지난달 28일 밤 최재경 중수부장(50·검사장 사법연수원 17)에 대한 감찰조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을 언론에 흘리면서 전대미문의 내분은 수면 위로 폭발했다. 감찰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광준(51·사법연수원 20) 서울고검 검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감찰을 받고 있던 지난달 8~9일 최 중수부장이 10차례에 걸쳐 문자메시지로 언론대응을 조언했다는 것이다.

먼저 김 검사가 유진에서돈 빌려준 거 확인해 줬는데 계속 부인할 수도 없고 어떡하지?’라며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최 중수부장은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다. 이렇게 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마세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다시 김 검사는계속 부인할 수도 없고 어떻게 기자들을 대해야 할지라고 묻자, 최중수부장은 강하게 대처, 위축하지 말고 욱 하는 심정은 표현하세요라고 응답했다.

이에 이준호(49·16) 대검 감찰본부장은 김 부장검사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김수창(50·19) 특임검사로부터 최 검사장이 김 부장검사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언론취재 대응방안에 대해 조언하는 등 품위손상 및 비위를 저지른 자료를 이첩 받았다며 감찰조사 착수를 공식 발표했다. 감찰본부는 두 검사가 나눈 문자메시지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고 최 중수부장가 검찰 위상과 신뢰 손상을 줄 수 있는 비위 행위 여부를 철저하고 신속하게 진상을 파악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중수부장은 감찰 조사가 착수된 직후 즉각 입장자료를 내고 개인적 조언일 뿐이라며 검사로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았고 문제될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거세게 맞불을 놓았다. 그는 직속상관인 한 총장을 향해 검사윤리규정상 문제없다는 강변과 함께 직설적인 불만을 여과 없이 쏟아내며 정면충돌했다. 

중수부 폐지 둘러싼 이전투구 

한 총장에 대한 최 중수부장의 반기는 예상을 불허했던 것으로 통상적으로는 용납될 수없는 항명이나 다름없었다. 그 자체로 한 총장의 지휘권을 무시한 사상 초유의 반란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김광준 부장 검사의 수뢰 사건과 성추문 사건 이후 총장 진퇴문제 등 검찰의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견 대립이 있었고 그것이 오늘의 감찰조사 착수로 나타났다며 억울함을 호소해 대검 검사장급 간부들을 동요시켰다.

대검 중간 간부들은 지난달 29일 오전 출근과 동시에 한 총장 집무실 맞은편에 있는 강당인 운주당에 모여들었다.

대검찰청 2인자인 채동욱 검찰차장과 검사장이 1차로 한 총장의 집무실로 들어가 명예로운 용퇴를 건의했고, 후속타로 기획관급 간부들과 과장급, 연구관들이 뒤를 이었다. 시위성 용퇴 건의 행렬은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검사들까지 가세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검사들의 반란은 정점을 향해 치달았다.

이를 지켜본 한 감찰본부 관계자는 최 중수부장의 파워가 이렇게 센 줄 몰랐다한 총장은 전무후무한 내부반란에 아마도 패닉상태에 빠졌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검 관계자는수십 년 동안 근무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본다검찰이 이 지경까지 된 것은 한 총장만의 책임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검사들의 비리, 비위 사건에서 출발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수부 폐지를 둘러싸고 한 총장과 최 중수부장의 이견 대립에서 기인한 측면이 짙다. 앞서 최 중수부장은 여야 대선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건 상설특검제와 공수처 설치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중수부장 출신의 새누리당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과도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대검 관계자는 최 중수부장은 정치권에서 중수부 폐지가 검찰개혁의 최우선 순위로 거론되는 것에 강한 불쾌감을 갖고 있었던 터에 한 총장까지 나서 검찰 내부 회의에서 공론화하는 것에 하극상을 무릅쓰고 중수부를 지켜내려 했던 것 같다고 했다.

한 총장이 취임 초 공안통 검사들을 중용하고 특수통 검사들을 소외한 것이 결국 총장의 리더십 부재와 함께 퇴진 요구라는 집단행동으로 표출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개혁 도마 위에 오른 정치검사들 

MB 정권말 최악의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는 검찰 수뇌부의 내분 사태는 시대적 요구와 변화라는 흐름에 무감각하고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해온 보수적인 공권력 조직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자기 성찰 없는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적 신뢰는 개혁이라는 외과수술이 불가피한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지휘부 간의 이전투구로 얼룩져 있는 형국이다.

서로 제 살길을 찾기 위해 물어뜯는 한 총장과 최 중수부장은 MB 정권 하에서 승승장구 해온 대표적인 '정치 검사'로 분류된다. 한 총장은 보수정권 재집권을 위해 기용된 공안통 출신이다.

반면 특수부 출신 검사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웠다고는 해도 최 중수부장 역시 MB 정권 출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BBK사건 특별수사팀을 이끌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한 총장이 사표를 강요당하는 막장으로 내몰리면서도 청와대의 신임을 묻겠다고 밝힌 것은 이 또한 정치검사의 전형을 스스로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의 정치적 판단은 이 정권 내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고려대 후배인 한 총장, BBK 검사인 최 중수부장을 내세워 검찰조직과 정치권 수사를 입맛대로 좌지우지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검찰 외부에서 바라볼 때 검찰총장과 중수부장의 대립이 정치검사들 간의 진흙탕 파워게임으로 비쳐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 전·현직 수뇌부들이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 줄서기를 하고 있다는 비아냥거림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올해 초 청와대로부터 보수 집권 재창출 시나리오가 검찰 수뇌부에 전달됐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기도 했다. 오죽하면 수도권 지검의 한 검찰 간부가 문재인 후보로 야권 단일화 된 이상 차기 대권은 박근혜 후보로 기울었고 공수처 설치는 물 건너 간 것 아니겠냐고 말할 정도로 내부의 정치색은 짙게 깔려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한 야당 의원은 검찰 내에서 알게 모르게 뇌물 수뢰에 중독된 스폰서 떡값 검사들이 빙산의 일각이라면 정권 향배에 눈치를 살피고 권력에 빌 붙어온 정치검사들은 또 다른빙산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정치권에서 검찰개혁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중수부 폐지가 0순위로 지목되는 것은 검찰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수사해온 관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이번 내분 사태만 보더라도 더 이상 검찰이 스스로 개혁할 자정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고 검찰개혁의 본질은 정치검사들을 척결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국민의 눈높이에서 어떤 형태

로든 불편부당하고 투명한 검찰로 바로세우기 위해서라도 오만한 조직과 통제불능의 권력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야당 위원들은 한 총장과 더불어 권재진 법무장관의 동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 한상대 총장과 정면충돌했던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도 지난달 30일 사퇴의사를 표명했다가 지난 4일 전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뉴시스>
자중지란은 개혁 앞당긴 자충수 

여야를 막론하고 검찰개혁의 목소리는 검란 사태를 계기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급진전되고 있다. 결국 검찰의 자중지란은 차기 정권에서 개혁을 앞당기는 자충수를 초래한 셈이 됐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두말할 나위도 없겠지만 박근혜 후보 역시 대대적인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후보 캠프의 안대희 정치쇄신

특위원장은 지난달 29현검찰 수뇌부는 자체 개혁능력과 명분을 상실했다개혁 대상인 검찰이 자기쇄신 모습을 보이지 아니한 채 자기방어에 급급한 모습을 내놓는 것은 그야말로 국민을 경시하는 것이라며 한 총장과 수뇌부의 동반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만일 자리에 연연하여 정치권 눈치만 보거나 적당한 눈가림 대책으로 사안을 모면하려면 이 또한 검찰의 비극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문재인 후보 측도 이날 중수부 폐지 등 국민의 검찰에 대한 개혁열망 요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보전에 연연하는 최재경 중수부장도 즉각 사퇴하라고 몰아붙였다.

문 후보 캠프 박용진 대변인은 검찰의 내분과 꼴불견은 검찰을 이명박 정권의 권력시녀로 전락시킨 정치검찰 수뇌부의 막장드라마라며 국민을 상대로 토끼사냥을 했던 정치검찰들이 검찰개혁이라는 솥단지가 내걸리자 서로 물어 뜯으며 험한 꼴을 연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문 후보 캠프 핵심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MB 정치검사들의 리스트에 현직 검찰 수뇌부들이 대거 올라와 있고, 대선에서 승리하고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3기 민주 정부가 출범하면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우리 국민들은 진정한 검찰개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ds@ilyoseoul.co.kr

 

천신만고 끝에 검사됐는데성추문검사의 불편한 유구무언

 

나이 서른에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전 모 검사(30)는 자녀를둔 유부남이었다고 한다. 그가 아무리 성적 흥분을 억누르지 못했다고 해도 13살 차이의 43살 유부녀를 지검 조사실에서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전 검사와 A씨 사이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상 털기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전 검사는 D외고와 서울대 공대출신으로 변리사를 거쳐 로스쿨1기생으로 수습실무를 위해 서울동부지검에 파견 근무 중이었다.

전 검사는 상당히 성실하고 성품도 모자랄 데 없고 일처리도 꼼꼼했다고 한다. 보통 검사라면 토요일 출근하는 일은 드문데도 전 검사는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토요일에도 출근할 정도로 초임 검사로서 애착과 열정이 대단했다는 게 동부지검 내부관계자의 전언이다.

전 검사는 감찰조사에서 A씨가 울면서 안기듯이 달려들었고 달래서 다시 앉히기를 2번씩이나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당황스런 A씨의 행동에 조사를 서둘러 마치고 돌려보냈는데 A씨가 나가면서 백화점 측과 합의를 해야 한다며 휴대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는 것.

그는 그렇게 알려준 휴대전화로 지난 13일 오후 청사 앞에서 만나자며 A씨로부터 연락을 받고 퇴근 후 자신의 차에 태운 것이 화근이 됐다고 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결국 두 번째 만남에서 둘은 엉겁결에 모텔로 갔고 성관계를 맺었다는 게 전 검사가 감찰 조사과정에서 털어놓은 성추문 사건의 내막이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로스쿨 검사들은 정말 성실 덩어리 자체다. 전 검사도 온갖 천신만고 끝에 여기까지 왔을텐데...”라며 아쉬운 소회를 털어놓으며 말끝을 흐렸다.

검찰은 법원의 기각에도 전 검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엿보인다.

전 검사의 주장대로라면 뇌물수뢰 혐의를 적용해야 A씨를 뇌물 공여 피의자로 묶어 민사보다는 엄정한 형사재판으로 최소한의 진실이 가려지기를 바랬던 측면이 있다. 전 검사와 성폭행을 당했다는 A씨 간에 진실공방은 판사들의 몫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29일 윤리적 비난 가능성은 있으나 뇌물죄를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며 영장 청구를 두 번씩이나 기각했다. 한편 성추문 검사 사건에 연루된 여성 A씨의 사진과 인적사항이 온라인에 노출돼 2차 피해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달 28일 네이버 등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도 성추문 검사 여자라는 키워드로 급속히 확산됐다. A씨 측 변호인은 전날인 27일 서울 잠원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여성의 사진이 출처가 불분명한 곳에서 유출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유포돼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A씨의 사진은 온라인상에서 삭제됐지만 포털 검색창에 키워드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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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다시 청구된 전 모 검사가 29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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