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검찰 힘빼기’ 위해 조희팔 사건 정치적 활용 논의”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희대의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 사건이 사법기관의 목을 옥죄고 있다. 최근 조희팔을 둘러싸고 각종 비리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 이번 검경 이중수사 논란과 같은 충돌사태를 일으킨 고검 검사 비리 의혹 사건의 발단도 조희팔 사건에서 비롯됐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조희팔을 중국 내에서 목격했다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검은 돈에 대한 의혹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야권이 ‘검찰 힘빼기’를 위해 ‘조희팔과 검찰 커넥션’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조희팔 추적자들이 조희팔 자금 흐름 지도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희팔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정기관 관계자 뿐 아니라 정치권 인사 리스트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는 추측도 나온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정ㆍ관계 전방위 로비의혹이 구체적인 리스트로 드러난다면 정·관계에 ‘조희팔 게이트’가 불어 닥쳐 초강력 대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조희팔 추적자들에 따르면 조희팔 자금으로 의심되는 금품을 수수한 검찰 인사는 강원, 경인, 충청도, 경남, 경북, 전북 등 각 검찰청 주요 인사들이며 경찰 인사는 주로 대구와 경북, 경인 지역에 집중돼 있다.

조희팔 사기사건의 피해자모임인 바른생활실천시민연대(이하 바실련) 핵심관계자는 “조희팔 사기사건 뇌물리스트에서 검경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며 “조희팔의 측근과 유진그룹 등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 비리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으로 검경 뿐 아니라 정관계 전방위적으로 조희팔 로비의혹에 연루돼 있다”고 강조했다.

자금조달책 잡아야 조희팔도 잡는다

바실련을 비롯한 조희팔 추적자들은 당초 조희팔의 행방을 추적하는데 주력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희팔 은닉자금을 비롯한 자금줄을 추적하는 데 더 무게를 두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경찰의 지명수배를 피해 서둘러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이 해외에서 호화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국내 혹은 제3의 거점에서 체류자금을 조달해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희팔 추적자들은 자금조달책을 추적해야 조희팔을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남지역의 한 조직폭력배 출신 인사는 “중국 광저우에서 조씨 최측근이 운영하고 있는 초대형 고급식당을 통해 빼돌려진 조희팔 은닉자금의 규모가 천문학적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식당에 대해 추적하면 조희팔 로비 전모가 금방 드러날 가능이 높다”며 “이 식당은 식당 규모와 매출이 웬만한 기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조희팔 로비를 받은 주요 인사들이 이 식당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식당의 지분 관계만 파악해도 조희팔 로비를 받은 인사들이 금방 드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인사는 이어 “조희팔이 부산지역의 M회사를 인수해 사옥을 신축한 후 뻥튀기한 가격으로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 사옥을 매도하는 과정에서도 각종 이권에 개입해 뒷돈을 만들었고 이 뒷돈으로 공무원들에게 각종 로비를 벌였다”고 말했다.

사정기관 주변에서도 조희팔 자금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조희팔 추적자들이 조희팔 자금추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조희팔 자금의 상당부분이 발이 묶여 도피생활에 큰 곤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조희팔이 조희팔 추적자들의 자금 추적 등 경계를 풀기위해 중국에서 위장사망 쇼를 벌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 같은 추측은 조희팔 측근 등의 증언과 정황 등이 구체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바실련 관계자는 “중국 옌타이 시 공안 수사대장으로부터 현재 조희팔이 중국에 살아 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며 “중국 조폭 조직이 조희팔을 비호하고 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도 조희팔 생존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지난 8월 조희팔의 생사를 확인해달라는 공문을 중국 공안 측에 보낸 데 이어 이후 두 차례 실무회의를 열어 조희팔을 찾아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현재 검·경에는 조희팔이 살아있다는 첩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고, 각종 로비 의혹과 은닉재산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냄에 따라 그의 죽음 자체가 조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조희팔 자금 흐름지도

조희팔 추적자들은 조희팔의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조희팔 자금 흐름 지도를 그려왔으며 이를 통해 조희팔 자금이 사정기관과 정관계 인사들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실련 관계자가 “이번 사건에 개입된 인물들만 정관계 인사를 포함해 600명이 넘는 것으로 자체 조사됐다”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조희팔은 다단계 사기행각을 벌이고 중국으로 밀항하기까지 사정기관 관계자와 정관계 인사들에게까지 광범위한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희팔의 로비를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인사는 말단 경찰관부터 청와대 소속 공직자까지 광범위하다.

조희팔 다단계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경찰 수사가 임박할 당시인 2008년 조희팔 일당이 월 접대 로비비용으로 사용한 금액이 적게는 30억 원에서 많게는 200억 원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조희팔 사건 수사 책임자였던 대구경찰청 권모(48) 총경이 조희팔로부터 9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 때문에 지난 1월 파면되기도 했다.

조희팔 측근들과 조희팔 추적자들은 조희팔 로비 실체가 드러날 경우 검찰이 가장 크게 다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희팔 일당들이 피해자들이 고소·고발 조짐을 보이던 2007~2008년 시점에 검찰 관계자들과 빈번하게 접촉한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조희팔 일당은 경찰과 검찰에 막대한 로비자금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검찰 인사에게 적게는 3000만 원에서 많게는 20억 원에 달하는 돈을 로비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조희팔 일당이 로비를 벌인 검경 인사들은 고위급 인사보다는 중간 실무 인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 측근들과 조희팔 추적자·피해자들은 조희팔 로비스트들이 각계각층에 활발히 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희팔 측근들의 증언에 따르면 로비에 조씨가 직접 나서기 보다는 조씨의 주변 측근들이 전방위 로비에 동원됐다. 주요 로비스트로 알려진 영남지역의 40대 남성 A씨의 경우도 조희팔의 ‘왼팔’로 불렸던 인물로 지역 유지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TK 여권 핵심인사도 연루”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조희팔 자금은 정치인에게도 흘러들어간 정황이 있다. 특히 정치권에 전달된 조희팔의 자금은 TK출신 정치인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조희팔이 TK출신 여권 핵심인사에게 천문학적 로비를 한 정황이 있다”며 “이들의 금품수수는 직접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조희팔 뇌물이 A은행, B은행, C은행 이 세 곳을 통해 D의원 등에 전달 됐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MB정부에서 정치인 연루 의혹이 있는 은행 비리 사건이 여러 건 터졌다”며 “수사 과정에서 해당 은행 은닉자금이 성명불상의 차명으로 해외에 빼돌려 진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 재산 중 일부가 조희팔 자금인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조희팔 자금으로 의심되는 이 자금 중 일부는 사정기관과 정관계 인사들의 빼돌려진 자금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김 검사도 조희팔 일당으로부터 직접 금품을 수수받지 않고 차명계좌를 통해 뇌물을 수수 받았다.

조희팔 측근과 조희팔 추적자들에 따르면 조희팔은 “국회의원 여러 사람을 만들었다”, “현 정권에서는 우리를 절대 잡지 못한다”, “지금 아무리 경찰이나 검찰이 얘기해도 우리는 건재할 것이다”등의 말을 공공연히 주변에 떠벌리고 다녔다.

이는 조희팔이 로비를 통해 비빌 언덕을 이미 만들어놓았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바실련 역시 조희팔의 로비가 정치권에까지 닿았을 것이라 보고 가장 피해가 많이 양산된 TK지역과 경인지역의 정치후원리스트 등을 분석 중에 있다.

이같이 로비 정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조희팔 사기사건과 관련된 여러 의혹들은 추측과 의혹제기 수준으로만 그칠 가능성이 높다. 조희팔 로비의혹에 검찰과 경찰 모두 연루돼 있는데다 과거 행태를 비춰볼 때 조희팔 수사는 결국 ‘자기식구 감싸기’로 결론나지 않겠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야권에서 조희팔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번 김 검사 뇌물수수 사건 역시 이 논의의 연장선상으로 정치적으로 치밀하게 기획된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조희팔 추적자들은 조희팔 자금 흐름 지도가 완성단계에 이른 2011년부터 야권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했으며 지난 4월부터 야권과 공조분위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경찰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은 “경찰이 지난해 말부터 바실련 등 조희팔을 추적하고 있는 이들에게 전국팔도와 해외에서 수년간 수집 확보된 조희팔 추적자료 및 검찰비리인사에 관한 자료를 주면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조희팔 추적자들이 자신들이 확보한 자료의 상당수를 경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고 이 자료 중에는 검찰과 조희팔 커넥션과 관련된 정보도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야권은 지난 7월게 경찰이 조희팔-검찰 커넥션을 캐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야당 인사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를 때마다 민주당은 ‘검찰이 야권인사들을 상대로 정치적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묵혀둔 아이템으로 기획수사를 해오고 있다’고 주장한 적 있다”며 “야당은 이 같은 검찰의 기획수사를 막는데 조희팔 사건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끝으로 “야권은 이를 통해 검찰 개혁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 권한 축소 명분을 찾으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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